UPDATED. 2019-09-18 14:25 (수)
너도나도 플라스틱 줄이기…그린캠페인 실패 반복 않으려면
너도나도 플라스틱 줄이기…그린캠페인 실패 반복 않으려면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7.26 09:0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쓰레기 대란’ 후 환경 중심 마케팅 확산, “사회적 혜택보다 개인적 혜택이 기본으로 잘 충족돼야”
전 세계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그린마케팅. 환경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활발하게 진행되던 이러한 움직임들이 ‘쓰레기 대란’을 맞아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으로 일어난 이른바 ‘재활용 쓰레기 대란’. 당장 여기저기서 수거되지 못한 채 쌓여가는 쓰레기도 문제였지만, 재활용품이라고 생각해 분리 배출했던 것이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소식에 근본적인 고민이 더해졌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올해 세계환경의 날 주제로 ‘플라스틱 공해 퇴치(The Beat Plastic Pollution)’를 내세웠다. 또 유럽연합(EU)도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의 빨대 등을 만들 때 친환경 대체 물질을 사용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벌이는 셈이다.

‘안티 플라스틱’을 이야기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디다스, 볼보, 러쉬, 이케아.
‘안티 플라스틱’을 이야기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디다스, 볼보, 러쉬, 이케아.

이 소리 없는 전쟁에 기업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쓰레기 없는 세상(World Without Waste)’ 프로젝트로, 플라스틱이든 캔이든 자사의 모든 포장 용기를 100%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 이를 위해 판매되는 용기의 50%를 재활용 재질로 사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내에서는 생수기업들이 패키지 경량화를 진행하고 있다. 풀무원샘물은 올해 환경의 날을 맞아 국내에서 가장 가벼운 11.1g의 생수병(500ml 기준)을 출시했다.

11.1g의 초경량화를 이룬 풀무원샘물 500ml 생수병.
11.1g의 초경량화를 이룬 풀무원샘물 500ml 생수병.

꾸준히 경량 페트병 개발을 위해 노력해 무게를 줄였고, 이에 앞서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낮은 높이의 뚜껑인 ‘에코캡(eco-cap)’을 적용해 업계 최소인 12.1g까지 낮췄다. 그 결과 2017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업계 평균 대비 49% 절감했다고 풀무원 측은 설명했다.

쓰레기 대란을 겪은 정부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제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등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등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많은 업계와 협의를 통해 재질 단일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재활용품의 분리 선별과정을 쉽게 하고 재활용품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1회용품 사용 자제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텀블러 이용시 할인혜택을 주고 대형마트와는 비닐봉투 및 과대포장을 줄이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새롭지만은 않다. 이미 1999년 비닐봉투 유상판매 제도가 도입됐고 2010년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비닐봉투 판매가 금지되는 등 1회용 비닐 줄이기는 꽤 오랜 시간 진행돼왔다. 그럼에도 판매 후 반환된 봉투들의 재활용률이 낮고 식품을 담는 속비닐은 계속해서 무상제공이 되는 등 관행은 여전하다. 실제로 비닐봉투 사용량이 2013년 192억개에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212억개, 211억개로 늘어나는 등 좀처럼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02년 환경부의 권고에 따라 시행된 대형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 1회용컵 보증금 제도도 대표적인 1회용품 저감책이다. 1회용컵에 음료를 구입하면 50~100원의 보증금을 추가로 받고, 매장으로 반납하면 그 돈을 되돌려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100원을 받기 위해 점포를 재방문하는 것을 번거롭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환경보전을 위해 모인 보증금을 사용하겠다던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2008년 폐지됐다.

혜택보다 비용이 크다?

1회용품의 사용 자제를 위해 기업들은 그린마케팅의 이름으로 앞다퉈 텀블러와 에코백을 만들어 제공했다. 또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시 할인제도를 병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이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사무실 등에서의 텀블러 사용은 늘었지만,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음료를 구매하기는 쉽지 않은 까닭. 식사 후 갑자기 들르게 된 곳에서 텀블러를 내밀 수 있을 리 만무하고, 오전에 마신 커피가 묻은 채로 계속 사용하기 찜찜하니 그냥 1회용컵으로 대신하는 일이 많다.

게다가 환경을 생각한다며 끊임없이 찍어내는 새로운 텀블러도 골칫거리다. 한 30대 직장인은 “이미 가진 텀블러만으로도 충분한데 믹스커피를 구매할 때 보면 텀블러가 한 개씩은 꼭 들어있다”며 “새로운 텀블러를 주는 것보다 매장 안에 텀블러를 씻을 수 있는 개수대를 마련하는 등 편리한 사용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에코백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천으로 만든 가방인 에코백은 말 그대로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한국패션디자인학회지에 실린 ‘에코백의 친환경성에 대한 소비자 의식 연구’에 따르면 ‘(사은품으로 제공된 에코백이) 브랜드 로고가 너무 크게 프린트 돼,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절대 이용하지 않거나, 불가피한 경우 비닐 백을 대체해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1~2회 정도’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활동으로 등장한 텀블러와 에코백이 보기 좋은 사은품으로 전락한 채 또 다른 소비를 양산하며 그린마케팅의 실패사례가 된 것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린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참여할 때 부담해야 하는 금전적·비금전적(불편함) 비용 대비 얻게 되는 혜택, 즉 죄책감이 낮아지고 바람직한 소비를 한다는 상징적 혜택이 많아야 한다”며 “사회적 혜택보다 개인적 혜택이 기본으로 잘 충족돼야 하고, 각 혜택이 연계될 때 그린마케팅의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수형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제품구매 시 환경을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본인이 받는 직접인 영향을 중요시한다”며 “기업 역시 가격, 품질이 비슷할 때, 추가적인 판단 기준으로 친환경을 내세운 것이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낑깡 2018-10-05 17:51:16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