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 눈치보기 바쁜 기업홍보
관(官) 눈치보기 바쁜 기업홍보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8.07.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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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경영활동 움츠러들며 홍보도 소방수 역할 치중
재계가 사정 감독기관의 칼날 앞에 잔뜩 움츠러들며 기업홍보도 위기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사진은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6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더피알=최영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의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타임지 올해의 인물상을 받을 수 있을까?

불과 1년 전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마냥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최근의 북미 대화와 비핵화 논의가 주는 인상은 강렬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로 미국은 전사자 유해송환과 함께 평화에 앞장선다는 외교적 과실을 얻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은둔의 독재자 이미지에서 벗어났고 정상국가라는 국제적 위상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그럼 우리나라는 무엇을 얻었을까. 분명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은 맞다. 국민들 사이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도 물씬 피어나고 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이 대대적으로 홍보된 데 비해 아직까지는 큰 수확물을 거두지 못한 느낌이 든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외치(外治)에 비해 내치(內治)가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물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소비와 투자가 동반하락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은 의욕을 잃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지난 1년간 국내 10대 대기업 중 상당수가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 물론 기업도 반성해야 할 점이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기업의 본분이 경영활동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계가 사정(司正)의 칼날 앞에 움츠러든 것 같아 안타깝다.

기업이 마케팅, 홍보활동을 축소하고 관(官)의 눈치를 보게 되면 기업의 입과 귀인 커뮤니케이터들은 위기관리 PR에 치중하게 된다. 광고예산은 감소하게 되고, 반대급부로 줄어든 광고를 채우기 위해 일부 언론은 부정적 기사나 기업 오너 위주의 악성기사를 양산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커뮤니케이터 입장에서는 또 다른 ‘소방수’ 역할을 하는 악순환이 펼쳐질 수 있다. 홍보예산 감소 등으로 안 그래도 홍보부서의 사내 위상은 말이 아니다. PR하는 사람들에게도 비전과 자신감을 심어줘야 할 시기인데 안타깝기만 하다.

결국 정부의 몫이 중요하다. 외치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국내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화 상대인 정부관계자들이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기업 대관부서의 호소를 기억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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