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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무더위 쉼터, 물도 부채도 있는데 왜 오질않니
은행 무더위 쉼터, 물도 부채도 있는데 왜 오질않니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8.0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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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안내문 있지만 시민들 잘 몰라, ‘누구나 편히 쉬는 곳’ 홍보 아쉬워
국민은행 입구에 ‘고객님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 운영 중’이라고 적혀 있다.
KB국민은행 입구에 ‘고객님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 운영 중’이라고 적혀 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낮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던 3일 오후, 모 기업 홍보담당자와 만남 뒤로 무작정 근처 KB국민은행으로 갔다.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탓에 더위 피할 곳이 절실했기 때문. 마침 전국 6000여개 은행에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고 했다.

“여기 무더위 쉼터가 있다는 데 맞나요?”

청원경찰에게 물어보니 어색하게 웃으며 한쪽 벽면을 가리킨다.

“저희는 여기가 무더위 쉼터로 정해놓은 거라서...”

아, 왜 당황했는지 알겠다. 무더위 쉼터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급조한 느낌이 든다.

은행의 고객 대기 장소 구석에 쇼파 몇 개와 테이블 두 개, 소형 냉장고를 배치한 게 전부였다. 바닥에는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가져가라는 듯 은행 로고가 새겨진 2종의 부채가 박스째 놓여있다. 이용자는 한명도 없었고, A4 용지에 써붙인 ‘무더위 쉼터’라는 안내문이 없으면 평소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A은행 무더위쉼터 전경. 사용자는 없고, 바닥에 박스째 부채가 놓여있다.
KB국민은행 무더위 쉼터 전경. 
박스째 놓인 부채가 인상적이다.
박스째 놓인 부채가 인상적이다.

잠시 후 무더위 쉼터에 시민 한명이 찾아왔다.

“혹시 무더위 쉼터인줄 알고 오셨어요?”

“아니요, 그냥 은행 업무보러 왔는데요.”

은행 대기 장소에 자리가 없어 옆으로 온 거였다.

청원경찰에게 다시 물었다.

“무더위 쉼터 오는 사람이 있나요?”

“아직 홍보가 잘 안된 거 같아요. 찾는 분이 있긴 있었어요”

다른 곳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졌다. 인근 KEB하나은행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무더위 쉼터라고 적힌 입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쇼파나 의자는 따로 없고, 그냥 테이블 하나와 생수 몇 병이 전부. 고객 대기 장소와도 떨어져 있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나은행 무더위쉼터에는 테이블 하나만 놓여 있었다.
KEB하나은행 무더위 쉼터에는 테이블 하나와 생수들만 놓여 있었다.

“이게 무더위 쉼터인가요?”

청원경찰에게 묻자 아주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생수병을 손으로 가르키며) 예, 드세요.”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해 보여 그냥 생수 한 병만 받아서 나왔다. 상온에 있어 미지근하다.

마지막으로 찾은 IBK기업은행. 본사에 연결된 곳이라 그런지 구색이 제대로 갖춰져있다. 유일하게 독립된 공간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했고, 테이블 4개에 의자도 여러개 있었다. 나무가 심어진 주변 환경도 괜찮았다. 한쪽 공간에는 냉온수기까지 구비돼있다. 

기업은행은 별도 공간에 무더위쉼터를 마련하고 냉온수기를 비치해놨다.
IBK기업은행은 별도 공간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하고 냉온수기를 비치해놨다.

이용자들도 세 명이나 됐다. 드디어 시민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구나!

“혹시 여기 무더위 쉼터인줄 알고 오셨나요? 시민 반응을 듣고 싶은데...”

“네? 아, 네. 근데 저 여기 직원인데요”

직원 출입증이 목에 걸려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출입증을 갖고 있다. ‘잘 만든 쉼터이긴 한데, 시민용이 아니라 직원용이구나...’

은행 무더위 쉼터에서 가져온 물건들.
은행 무더위 쉼터에서 가져온 물건들.

앞서 은행연합회는 “특별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국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해 전국 은행에서 한달간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무더위 쉼터는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염 관련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불과 5일 만에 일부 은행 점포에서 운영되던 무더위 쉼터가 전국 6000여개 영업점으로 확대됐다. 시민을 위한 쉼터라는 취지 자체는 높이 평가된다.

그런데 실제로 둘러본 결과 아쉬움이 남았다. 급하게 준비한 탓에 공간이나 시설이 부족해 보였고, 이를 이용하는 시민도 찾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은행 출입문에 붙여진 안내문만으로는 유심히 보지 않는 한 무더위 쉼터가 있다는 걸 알기 어려웠다. 

더운 날 주변의 눈치보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큰 혜택이다. 은행 앞에 입간판을 세우고, 누구나 찾아오는 열린 공간으로 홍보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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