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허브’ 꿈꾸는 제주, 업계가 보는 가능성은
‘블록체인 허브’ 꿈꾸는 제주, 업계가 보는 가능성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8.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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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도지사 강한 드라이브, 크리토밸리 벤치마크할 듯…“의미 있지만 중앙정부 규제충돌이 관건”
지난 3일 ‘글로벌 블록체인 카니발: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를 중심으로 제주도가 블록체인 허브가 되기 위해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와의 사진 합성

[더피알=문용필 기자] ‘관광의 섬’ 제주가 ‘한국의 크립토밸리’를 꿈꾸고 있다. 도지사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허브가 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중앙정부의 각종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치도’라는 특성, 그리고 가상화폐공개(ICO)를 규제하는 국내 실정과 맞물려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의 크기도 상당해 보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8일 세종시에서 열린 ‘지역과 함께하는 혁신성장회의’에서 제주를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특구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제주도,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자고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아울러 제주도 내 암호화폐 거래소 활동을 보장하고 블록체인 기업활동을 허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지역 내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원 지사의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카니발: 코리아 컨퍼런스’에서는 축사를 통해 “제주국제자유도시는 블록체인 비즈니스 허브의 최적지”라며 “스위스 주크나 몰타, 싱가폴 사례처럼 블록체인 허브도시의 모델을 제주도가 만들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꿔펑자오 후오비 코리아 대표와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 에반 홍 네오 한국지사장 등과 환담하기도 했다. 이 중 후오비는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평가받는 업체. 꿔펑자오 대표는 “제주 블록체인 허브도시 활성화를 위해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지금 블록체인 관련해서는 로드맵 정도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가 되고 있지 않다. 앞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 3일 ‘글로벌 블록체인 카니발: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3일 ‘글로벌 블록체인 카니발: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하지만 원 지사의 구상이 비교적 구체적인 데다가 주로 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한 도 차원의 발빠른 행보가 예상된다.

특히 블록체인 업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공을 거둔 스위스 주크의 ‘크립토밸리’가 제주도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전망이다. 원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제주를 세계적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산업 활성화 숨통 기대 

이 같은 움직임을 바라보는 블록체인 업계의 시선은 대체로 고무적이다. 지난해 정부가 국내에서의 ICO를 전면 금지한 이후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케이스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 활성화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제주도가 만약 ‘블록체인 대륙’의 항구가 될 수 있다면 해외로 떠나는 업계 사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지자체들도 상당히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삼흠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 회장도 “정부 규제로 그간 해외에 법인을 만들어 자금이 유출되는 결과를 낳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제주도의 움직임이) 매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도에는 첨단 산업단지가 있기 때문에 ICT 기반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이 블록체인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차이나 머니가 적지 않은 제주도와 연계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자치도’라는 지역 특성상 유리한 부분도 있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조례 등을 통해 블록체인 관련 법인이나 (암호화폐) 통장개설 등을 허용해 준다든지 관련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원 지사는 꿔펑자오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만들기 위해 제주특별법에 블록체인 특례조항을 마련하거나 연내 개정이 예정된 지역특구법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도 메리트다. 블록체인 투자 전문가인 민욱조 아이엠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차이나 머니나 동남아 머니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국내 다른 도시에 비해) 출입국이 자유롭다는 것은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명 대표 역시 “비자문제가 해결되면 투자자들이 손쉽게 방문할 수 있고 외국인 직원 채용이나 체류 문제에 있어서도 불편함이 덜하다”며 “거주하기 편하고 오가는 것이 쉽다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선호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원 지사가 블록체인 허브 구축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자칫 정치적 행보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 정치권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데 도지사 임기 내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들을 업계에서 많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중앙정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겠다고는 하지만 이와 연결된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보니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있다”고 말했다.

연삼흠 회장도 중앙정부와의 엇박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행 법률상에는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며 “물론 제주도가 법적인 부분도 감안했겠지만 향후 법적 다툼이 일어났을 때는 도 조례와 상위법이 부딪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좀 더 구체화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자체가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키워드만 던진다고 되는 건 아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민 상무는 “지금까지의 ICO는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인데 제주가 추구하는 블록체인 허브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단순한 자금 모집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투자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지 자금 모집이 목표라면 굳이 아시아에 있는 제주도로 투자자들이 올 필요가 없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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