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받아쓰는 언론…기업 뉴스룸 보다 못해”
“줄줄이 받아쓰는 언론…기업 뉴스룸 보다 못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8.08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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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100호 기념 인터뷰②] 이순동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말 한마디가 빚을 갚는 게 아니라 온갖 억측과 해석을 낳는 시기다. 다른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면 공격당하기 십상이니 입을 다물게 된다. 때로 지나온 업력이 구설의 빌미가 되기도 하니 몸을 낮출 수밖에.

더피알 100호를 맞아 커뮤니케이션 업계 원로로 인터뷰에 응한 이순동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며 신중하게 운을 뗐다. 서울 역삼동 개인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막상 대화가 시작되니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순동 회장
이순동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은...중앙일보 기자로 10년간 활동한 뒤 1981년 삼성전자로 이동해 홍보실장, 삼성 전략기획홍보팀 부사장, 삼성전략기획실 사장, 삼성브랜드관리위원회 위원장, 삼성사회봉사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광고주협회 회장과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 등도 지내며 근 반백년간 커뮤니케이션업계에 몸담고 있다. 사진: 성혜련 기자

[인터뷰①] “동반자였던 언론인-홍보인, 지금은 말 한마디가 무섭다”에 이어...

최근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큰 흐름 중 하나가 바로 ‘브랜드 저널리즘’입니다. 디지털·모바일 홍보를 넘어 몇 년 새 많은 기업들이 뉴스룸을 만들고 직접 소통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보나 사외보가 지금 이 시대에 맞게 형태를 바꾼 겁니다. 뉴스룸이라고 말은 해도 기업의 정보 제공에 주력하는 것이지 언론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저널리즘적 기능까지는 아니지만 기업 뉴스, 자사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선 취재과정이나 콘텐츠 제작, 전달 방식이 전통 언론 못지않게 체계적입니다.

기업 내 인재가 있고 돈이 있으니 안정적 구조 아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거죠. 경험치가 쌓이면 앞으로 더 잘 할 테고요. 그럴수록 언론은 더 언론답게 가야 합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려 하면 안 되고 ‘내가 저널리즘이다’ 하는 걸 보여줘야 해요.

어차피 판은 바뀌는 거고 그 속에서 언론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니 저널리즘이라는 본질로 차별화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려면 받아쓰기부터 하지 말아야겠죠. 기가 막힌 게 어떻게 보도자료성 콘텐츠 하나가 변별력도 없이 기사로 줄줄이 뜹니까. 독자 입장에선 그럴 바에야 기업 뉴스룸 보지 왜 언론사 기사를 보겠어요?

그는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기보다 전달자로서 정보의 신속배달에만 주력하고 현실에 쓴소리도 냈다.

“언론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건지, 언론이 일정 부분 역할을 포기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은 해야죠. 자꾸 흥미롭게만 기사를 쓰려다보니 소수의 의견이 마치 전체인 것 마냥 확대 보도되고 틀린 얘기가 그대로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니 국민 불신도 커지고 기업에서도 언론을 평준화해서 보게 되는 거죠.”

미디어 환경 자체가 변화하는 속에서 언론은  ‘퀄리티 저널리즘’이 아니고선 답이 없다고 역설했다.

대기업처럼 조직이 체계를 갖추고 기능적으로 세분화돼 있지 않는 곳에선 커뮤니케이터가 만능이 돼야 합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전통적 광고와 PR의 개념이 섞여 있는 작업물을 요구받고, 거기에 미디어 커머스라고 해서 실질적인 세일즈 고민까지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그래도 잃지 말아야 ‘커뮤니이션 전문가’에게 꼭 필요한 소양을 꼽으신다면.

애드워드 버네이즈(Edward Bernays)가 1920년대에 이미 ‘PR 카운슬러’라는 말을 썼어요. 쉽게 얘기하면 전략가야. 결국 직관력과 판단력이 가장 중요한 게 이 업(業)입니다. 지금 시대엔 이것저것 다 해야 하다 보니 특정한 분야가 전부인 것 마냥 얘기되곤 하는데, 커뮤니케이터로서 존립하려면 기술 보다는 종합 판단 능력을 우선해야 합니다.

기술 같은 건 더 잘 하는 협력업체에 맡기고 PR인은 기업의 생존 문제를 담당한다는 생각을 깔고 전략가로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해요. 지금처럼 많은 정보가 산재해 있을 땐 과연 어떤 주제가 이 사회의 메인 테마가 돼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움직이는 게 바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커뮤니케이터로서 존립하려면 기술 보다는 종합 판단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봤다. 사진: 성혜련 기자

기자 10년, 기업PR 30여년, 관련 협회 10여년 해서 거의 반백년을 현업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계신데요. 홍보 한 우물을 파더라도 현실적으론 퇴직이 끝이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백세시대 롤모델로서 후배들이 자기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신다면.

흘러가다 보면 늘 마주치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좀 도전적으로 살았으면 해요. 한비야 씨가 ‘1그램의 용기’라는 책에서 그러더군요. 누구든지 어떤 일이 있을 때 할까 말까 고민하는데 1그램의 용기는 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라고. 대개 나이가 들면 귀찮아서 새로운 걸 잘 안 해요. 그러다 보면 수십 년간 쌓은 전문성과 역량이 사장돼버리고 마는 거죠. 배운 재주를 썩히는 게 얼마나 아까워요?

다행히 삼성을 나오고 보니 무슨 일을 하더라도 글쓰기가 기본이에요. PR인은 글을 만들고 사회 흐름을 읽는 재주를 갖고 있잖아요. 그러니 PR하던 사람으로만 자신을 평가하지 말고 PR하는 사람으로 좀 더 넓게 봤으면 해요. 세상에는 생각보다 할 일이 많습니다.

‘할 일이 많다’는 말마따나 현재 이 회장은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 외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또 최근엔 국제로터리 서울지구 총재로도 취임했다. 사회단체의 ‘이미지 코디네이터’ 역할이다.

“이제는 공공단체나 봉사단체도 전부 PR을 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합니다. 즉, PR은 세상에서 정말 PR하고 있는데 PR의 꽃을 피우게 한 기업홍보만 어렵다는 게 참 아이러니에요.”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는 분들의 고민이 굉장히 큰 때이니 만큼 더피알 100호 기념으로 100분께 지금 이 시대 PR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고 있어요.(매거진 8월호 특집으로 실림) 회장님께도 여쭤보지 않을 수 없네요. 인터뷰하는 이 시점에서 PR을 어떻게 보십니까.

음… 여러 사정과 논리로 예전만큼 활발하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2보 전진을 위한 숨고르기 과정이라 생각해요. 전통적 개념의 언론홍보에서 벗어나 언론도, 홍보도 각자 제 역할을 다시 찾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순동 회장은 백세시대를 맞고 있는 업계 후배들을 향해 “1그램의 용기를 발휘해 수십년 간 쌓은 전문성과 역량을 사장시키지 말라”고 당부하며, 더피알 200호 인터뷰를 예약했다.
이순동 회장은 백세시대를 맞고 있는 업계 후배들을 향해 “1그램의 용기를 발휘해 수십년 간 쌓은 전문성과 역량을 사장시키지 말라”고 당부하며, 더피알 200호 인터뷰를 예약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창간 때부터 더피알을 지켜봐주셨는데요. 어떤 변화가 체감적으로 크게 느껴지십니까. 혹은 이 부분은 좀 부족한 거 같다 하는 게 있으세요?

아주 꼼꼼히 전문적으로 들여다보진 않아서…(웃음) 다만,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 하나는 PR인 출신들이 만든 PR매체라는 거예요. 언론사 사주가 기자 출신이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들 얘기하잖아. 그거랑 같은 거죠. 한국의 PR이 있는 한 더피알도 계속 컸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더피알도 노력해야겠지만, PR인들도 좀 더 관심을 갖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겠죠. PR인이 모른척하면 결국 자기부정 하는 꼴 아니겠어요?

아쉬운 건 더피알이 조금만 아픈 기사를 써도 사정 다 아는 사람들끼리 너무하다며 더 많이 섭섭해 하는 것 같아요.

그건 더피알이란 매체를 꾸려가는 기자들의 숙명일 수밖에 없어요. 비판 기능이 없으면 저널리즘이 아니지. 어떨 때는 악역 역할을 할 필요도 있어요. 안 그럼 기사가 볼 게 없잖아? 어쩌면 PR이란 이름이 PR매체가 있어서 계속 존재하는 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말저말에 연연하지 말고 사명감을 가지고 해나가셔도 된다고.(웃음)

5~6년 전부터 더피알(The PR)이란 제호 바꾸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그 말씀 들으니 바꾸지 말아야겠네요.(웃음)

전자신문이 전자 타이틀을 안 버리듯이 PR도 PR의 의미가 있잖아요. 시대 변화에 맞게 변화한다고 하면 콘텐츠로 보여줄 수밖에요.

좀 식상하지만 100호 기념 덕담 한 마디 해주시죠.

앞으로 또 다른 100호, 즉 200호를 향해 가야하잖아요. 세 자리 숫자가 갖는 무게감에 맞게끔 더 멀티풀하게 구성해서 커뮤니케이터를 위한 매체로서 쭉 성장해줬으면 합니다.

2시간 남짓의 인터뷰가 끝난 뒤 짧은 대화로 인사를 나눴다.

“더피알 200호는 언제 나오죠?”

“아마 8~9년 쯤 뒤겠죠?”

“그럼 그때 가서 다시 한 번 인터뷰 합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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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ndoctor 2018-08-09 16:34:47
질문이 왜 이렇게 장광설에 요점 알 수 없게 흐리멍텅한가요. 기자 의견부터 그렇게 내세우고 싶으면 그냥 제대로 대담을 하던가요. 질문 수는 많지도 않은데, 왜 굳이 이 분에게 굳이 이 질문을 해야 하나 싶은 질문이 다수라 이해도 공감도 힘듭니다. 안일하고 게으른 질문 구성으로 실패한 인터뷰라 생각합니다. 분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