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새삼스레 ‘손님’을 들고 나온 이유
하나금융이 새삼스레 ‘손님’을 들고 나온 이유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8.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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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불편제거위원회’ 출범, 정부 규제 의식한 포석인 듯
서울 종로의 KEB하나은행 지점을 찾은 고객이 금융상품에 대해 상담받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의 KEB하나은행 지점을 찾은 고객이 금융상품에 대해 상담받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박형재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소비자 권익을 중시하는 금융감독원의 규제 트렌드에 발맞춰 ‘손님불편제거위원회’라는 카드를 꺼냈다. 복잡한 공인인증 절차, 어려운 전문용어 등 고객 불편사항을 선제적으로 점검·개선해 금융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금감원에 친화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은 7일 손님불편제거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하나금융티아이 등 그룹 내 7개 주요 관계사 CEO가 직접 위원으로 참여했다. 각 관계사별로 위원회를 매월 개최해 주요 현안을 챙기고, 고객 불편사항과 불합리한 관행을 사전에 제거해나갈 에정이다. 이를 통해 평소 고객 문의가 많은 불편사항들을 개선하고 소비자중심 경영문화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를 강조하는 금감원의 움직임은 물론 디지털시대에 맞춰 더욱 편리해지지 않으면 고객이 떠나간다는 생각, 경쟁사로 떠오른 인터넷은행의 금융 편의성 등을 모두 고려해 이번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손님불편제거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하나금융그룹 관계사 CEO들이 소비자 관점에서 불편사항, 불합리한 관행 등을 적어 놓은 보드판을 직접 닦아 제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손님불편제거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하나금융그룹 관계사 CEO들이 소비자 관점에서 불편사항, 불합리한 관행 등을 적어 놓은 보드판을 직접 닦아 제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하나금융그룹의 이번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개별 금융사들이 소비자 보호를 외친 적은 있지만, 그룹사 차원에서 소비자를 전면에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고객 중심’ 서비스가 새로운 개념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위원회까지 만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정부 규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정부 들어 친서민, 친소비자 정책이 늘어나고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의 궁극적 목적은 소비자보호”라고 밝히는 등 강력해진 규제 움직임이 위원회 출범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다.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도 고려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도 엿보인다. 인터넷은행이 간편송금과 수수료 인하 등 이용 편의성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는 가운데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각 채널별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모바일 금융거래 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 기조가 소비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고 소비자 민원 한 건이 금융사 전체 이슈로 확산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금융은 개별 계열사에서 관리하던 소비자 불만을 그룹사 차원에서 관리해 통합 프로세스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계열사마다 민원이나 고객 경험이 달라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중요한 건 메시지가 아니라 퍼포먼스다. 그룹사 차원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해 금감원에 친화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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