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을 힙한 공간으로…신세계·롯데, 다른 듯 닮은 오프라인 전략
매장을 힙한 공간으로…신세계·롯데, 다른 듯 닮은 오프라인 전략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8.08.16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마트 신규출점 한계 속 변화 행보, 덕심·휴식 겨냥 경험 제공해 집객유도
대형마트가 집객을 위한 오프라인 매장 혁신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신세계 일렉트로마트, 롯데마트가 운영 중인 그로서란트.
대형마트가 집객을 위한 오프라인 매장 혁신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신세계 일렉트로마트, 롯데마트가 운영 중인 그로서란트.

[더피알=안선혜 기자] 온라인으로 쇼핑의 흐름이 이동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대형마트 업계가 ‘집객’을 유도하는 오프라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다소 올드(old)하게 느껴지는 마트 매장을 ‘힙’한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움직임이다. 유통맞수 신세계와 롯데의 각기 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신세계 이마트의 집객 방식은 특화 전문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매장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유희거리로 즐기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6월 스타필드 코엑스에 오픈한 잡화점 ‘삐에로쑈핑’의 경우 ‘펀 & 크레이지(재미와 미친 가격)’를 표방하며 1일 평균 1만명 고객을 유입시키고 있다. 매장 곳곳에 걸린 “너는 이미 사고 있다” “뭐가 어딨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환영” 등의 문구는 삐에로쑈핑이 추구하는 B급 감성을 대변한다. ▷관련기사: [삐에로쑈핑 체험기] 넓지만 복잡하고, 많지만 찾기 어려운

앞서 2015년 일산 이마트타운 입점을 시작으로 매장 수를 확장 중인 ‘일렉트로마트’는 남자들의 놀이터를 표방하는 체험 테마형 가전매장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삐에로쑈핑, 마리스 베이비서클, PK마켓, 일렉트로마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삐에로쑈핑, 마리스 베이비서클, PK마켓, 일렉트로마트

‘덕심(열성 팬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아이템과 인테리어로 입소문을 타며, 올해 30여개 매장으로까지 확장을 꿈꾸고 있다. 최근엔 신세계 측이 이곳 매장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하는 영화 제작까지 진행, 2020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아기용품 집합소인 ‘마리스 베이비서클’, 생활용품 매장 ‘더라이프’, 글로벌 야시장 먹거리와 프리미엄 식재료를 살 수 있는 ‘PK마켓’ 등 타깃층이 분명한 대규모 전문점을 내세워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가 추구하는 전문매장 전략은 고객 유입요소도 되지만, 그 자체로 신규 비즈니스가 되기도 한다. 전문 로드숍을 출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일렉트로마트만도 스타필드나 이마트 타운에 입점한 형태 외 개별 매장을 내고 영업 중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영향으로 대형마트의 신규출점 길이 어려워진 만큼 다른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처럼 다양한 품목을 파는 것도 중요하나, 특정 카테고리에 있어서 전문성을 지닌 카테고리 킬러 형태 전문점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휴식과 경험에 포커스를 맞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영업 골든존으로 불리는 매장 1층을 숲이 어우러진 휴식공간 ‘어반포레스트’로 구성한 매장들을 선보이면서다.

롯데는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 양평점을 시작으로 서초, 김포, 한강, 대구 칠성점 등 새롭게 들어선 4개 신규 매장에 어반포레스트를 구축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점포에 비해 20% 가량 많은 고객들이 방문한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매장에서 산 식재료를 직접 눈앞에서 조리해주는 ‘그로서란트(Grocery·식재료+Restaurant·레스토랑)’도 함께 시도되는 실험 중 하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은 두자릿수 신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은 규제 등으로 신장이 정체되고 있다. 온라인과 비교 시 차별화된 가치를 줄 수 있어야 고객 방문을 유도할 수 있기에 어반포레스트로 휴식을, 그로서란트로 경험을 제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시도는 마트를 찾는 연령층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 양평점의 경우 30~40대로 방문고객 연령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마트가 운영중인 그로서란트 매장, 어반포레스트, 마켓D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그로서란트 매장, 어반포레스트, 마켓D

마트 유입 연령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지난 4월 론칭한 마켓D에서도 볼 수 있다. 이웃한 롯데마트와는 중복상품을 없애고 1인 가구가 필요로 하는 필수품목들을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매장이다. 저렴한 가격과 무인계산대 도입으로 줄 서지 않고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고 대신 고객에게 가격적인 혜택을 준다는 콘셉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단 집객이 돼야 매출도 발생한다”며 “재미나 경험을 주는 요소들을 포함시키니 고객 연령대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양사가 소비자 경험에 포커스를 뒀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각기 강한 지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는 “신세계가 ‘취향’을 필두로 콘텐츠 확산에 유리한 특정 타깃층에 상당히 뾰족하고 감각적으로 접근한다면, 롯데는 휴식이나 여유 등 큰 가치를 내세워 포괄적 경험을 제공하는 대신 넓은 타깃에 소구한다”고 봤다.

정 대표는 “요즘 잘 하는 리테일(유통)은 예외 없이 경험을 이야기한다”며 “예전에는 단순한 구호처럼 들렸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이제 실제 일상에 파고드는 형태로 실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