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경기 못 볼 촌극…어쩌다?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경기 못 볼 촌극…어쩌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8.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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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물리적 이유’로 드래곤보트‧조정 중계 불가…‘단일팀 마케팅’에도 찬물
충북 충주시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훈련을 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드래곤보트 남북단일팀. 뉴시스
충북 충주시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훈련을 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드래곤보트 남북단일팀.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어렵게 모여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도, 한판 승부가 벌어질 무대도 마련됐지만 정작 이들의 경기 지켜보기는 쉽지 않아졌다. 야심차게 남북단일팀(이하 단일팀)을 구성하고도 현지 방송사정으로 인해 TV 중계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아시안게임 카누(드래곤보트)‧조정 대표팀 이야기다.

한반도 해빙무드 속 단일팀이라는 호재를 통해 이들 종목은 물론 아시안게임 자체에 대한 붐업과 후원 업체들의 마케팅 효과까지 기대됐지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처했다. 협회와 후원기업, 그리고 아시안게임을 중계하는 방송사에게도 김이 빠질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오는 18일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이 출전하는 조정과 카누는 국제신호가 제작되지 않는 일부 종목에 포함됐다.

국제신호가 제작되지 않는다는 것은 중계에 나선 방송사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할 경기 화면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통상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는 현지 주관방송사에서 제공하는 화면을 받아 자국 시청자들에게 송출하기 때문에 국제신호가 없으면 중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아시안게임 중계권을 보유한 KBS 스포츠국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이번 아시안게임과 관련한 모든 방송신호는 조직위와 (주관방송사인) IGBS를 통해 제작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현지 시청자들조차 현장에 가지 않는 이상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 아울러 “국제신호 제작비용 주최는 대회 조직위인데 (카누‧조정 중계에) 어떠한 비용도 대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IGBS는 자체적 물량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 아시안게임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카누와 조정에 대한 국제신호를 제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미 세워둔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경 열린 관련 회의에서 각국 방송사들에게 통보됐다. 당시는 단일팀 구성은 커녕 남북관계 자체가 경색됐기에 국내 방송사 입장에서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국제신호 제작 요구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이 이른바 ‘판문점 합의문’을 통해 아시안게임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함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카누(드래곤보트)와 조정에서 단일팀을 꾸리게 됐고 KBS는 국내방송사를 대표해 이들 종목에 대한 국제신호를 제작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또다른 단일팀 종목이자 당초 국제신호 제작 대상에서 빠져있던 여자농구 예선경기 중계가 가능해진 것이 그나마 소득이었지만, 카누와 조정에 대해서는 조직위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 지난주 열린 2차 회의에서도 KBS는 재차 이 문제를 꺼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불가’였다.

이들 종목을 별도로 중계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KBS 스포츠국 관계자는 “조정이나 카누종목의 경우, 1000m를 계속 팔로우(follow) 할 수 있는 고배율 렌즈 카메라가 필요하고 중계차도 함께 투입돼야 한다”며 “(수상에)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부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직위 협조 아래 국내 방송사들이 자체 중계를 하려 해도 물리적으로 어려운 배경이다. 

직접적으로 중계비용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방송통신위원회나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서 나선다고 해도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KBS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큰 파워를 가진 한‧중‧일 3개국이 다 주장한다면 모르겠는데 이들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국, 그리고 일본은 넘어가는 상황이다. 우리만 요청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현지 교민 민간 합동 응원단이 조정 남북단일팀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현지 교민 민간 합동 응원단이 조정 남북단일팀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종목 연맹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톡톡히 느껴야 했던 이들에게 남북단일팀은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였을 터.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단일팀이 구성됐던 여자 아이스하키가 그 좋은 예다. 그러나 방송중계가 어려워지면 관심이 반감될 것은 자명하다.

대한카누연맹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드래곤보트 강국인데도 (국제신호 제작 종목에서) 빠져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과 주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에도 국제신호 추가 요청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전했다. 

조정과 드래곤보트를 후원해온 기업들에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중계를 통해 해당 종목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 단일팀을 지원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가능해지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용품지원 업체들의 경우에는 자사 제품이 TV 중계를 통해 선보여질 기회가 없어진 셈이다. 

드래곤보트 대표팀을 후원하는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단일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후원했다”며 “경기를 (중계를 통해) 못보게 된 점은 국민의 입장에서 조금 아쉽지만 마케팅을 위해 진행한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선글라스를 제공하고 있는 볼레코리아 측도 “중계를 통해 (제품이) 노출되면 그만큼 홍보효과가 있으니 당연히 아쉽다”면서도 어디까지나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이 먼저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정대표팀에 경기복 등 의류를 후원하고 있는 FCMM 관계자는 “후원 시점은 단일팀 결성 전이었고 아시안 게임을 염두 해 둔 것도 아니다”며 “(단일팀이 우리 제품을 착용한다는) 그거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의미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계화면에) 노출되면 브랜드 인지도가 더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고 밝혔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축구나 야구 등 기존 인기 종목 외에 또 다른 이슈 종목을 중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 KBS 관계자는 “어떤 종목이든 우리 선수들이 뛰는 장면은 모두 커버하고 싶은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상적인 중계는 어려워졌지만 KBS는 이를 최대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 관계자는 “ENG 카메라도 생방송은 가능하다. 생중계는 어렵지만 피니쉬라인에서 (선수들을) 보여주는 등 라이브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단일팀이 출전하는 드래곤보트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조정은 19일부터 24일까지 경기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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