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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생님이 여행사 대표 되기까지
사회 선생님이 여행사 대표 되기까지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8.1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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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⑭] 세상에 없는 여행

“시장경제에 대해 가르칠 때마다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사회적 약자도 함께 행복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를 고민해왔어요. 만약 사회에 나가 창업하게 된다면, 어떤 분야가 되든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할 거라고 다짐했죠.”

[더피알=이윤주 기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어느 카드사의 오래전 광고 문구다. 진부하지만 이 말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넘치는 8월이다. 이들에게 특별한 여행사 한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부터 특별한 ‘세상에 없는 여행’이다.

10년 동안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6명의 직원을 거느리게 된 김정식 대표의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성식 세상에 없는 여행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철밥통이라는 공무원을 두고… 계기가 뭔가요?

혹시 기자직을 얼마나 하셨어요? (올해가 4년차입니다) 혹시 이 일을 평생…?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죠. 저도 20대부터 생각했어요. 사회생활을 길게 하면 40년이잖아요. 10년에 하나씩 4개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요. 일과 중 잠자는 시간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일이잖아요. 사회에 나쁜 영향을 덜 미칠 수 있으면서 나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었어요. 20대는 학생, 30대는 교직에서, 40대는 여행사에서, 50대에는 또 다른 일을 하면 어떨까 싶어서….

학교를 그만둘 당시 주변 반응이 궁금하네요.

단 한 명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가족, 친척, 친구, 학교 동료 등 누구 하나도요.

나와 보니 일반 직장 생활하다가 창업해서 성공한 사례는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 학교에만 있다가 사회에 나온 거잖아요. 정말 아는 게 없더라고요. 지식으로만 알지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는 없었어요. 아이들과 10대 감수성으로 오랜 시간 지내다 보니 험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어렵더라고요. 교장 선생님도 그러셨어요. 본인이 30년 교직하면서 학교에 있다가 나가서 창업에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전 모두가 아니라고 하니 이거야말로 기회다 싶었죠.(웃음) 경남 거창고등학교에 직업 십계명이 있어요. 이 중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는 구절이 있어요. 역설적이지만 부모 형제가 말리는 길은 남모르는 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각오가 남달랐네요. 무엇보다 ‘세상에 없는 여행’이란 사명이 마음에 들어요.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여행사 느낌이 안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여행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또 다른 사업까지 진출하는 것까지 염두에 뒀고요. 처음에는 ‘베트남스토리’로 시작했는데 국가를 확장하면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법인명이 필요하겠다 싶어 ‘세상에 없는 여행’이라고 지었습니다. 우리의 가치와 지향점이 담겨 있어요.

지향하는 가치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착한 식당, 착한 커피, 공정무역 등을 통틀어 이른바 ‘공정여행’이라고 표현하죠. 그런데 저희 홈페이지에는 공정여행이란 단어는 없어요. 공정여행은 저에게 좀 무거웠거든요. 뭔가 각오가 남다른 사람만이 갈 수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거예요. 음식은 어때야 해요? (깨끗해야 하죠.) 우선 맛있어야겠죠?(웃음) ‘친환경 농산물 사용하고 MSG 안 쳤으니 와주세요’ 보다 먹고 맛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회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여행이었음을 깨닫게 하고 싶었어요.

제 친구들에게 공정여행에 관해 얘기해도 “취지도 좋고 다 좋은데 지친 일상에서 일 년에 한두 번 잠깐 벗어나려고 가는 건데… 일회용품 쓰면 안 돼, 뭐만 하면 안 돼 라고 하니까 부담스럽다”고 말하더라고요. 아쉽기도 하고, 공정여행을 좀 더 다듬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다른 여행사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저희 기본 원칙은 노쇼핑(No shopping), 노옵션(No option), 노팁(No tip)이예요.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건데, 한국 여행 산업에서는 90% 이상 이러한 저가 패키지의 시장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요. 홈쇼핑만 봐도 39만9000원짜리 다낭여행이 있잖아요. 비행기 값만 해도 40만원이 넘는 데도요.

라오스 시골학교 건축봉사 볼런투어 현장. 세상에 없는 여행 제공

그런 저가 여행이 어떻게 가능하죠?

의무적으로 쇼핑을 해야 합니다. 기념품 가게에 파는 상품들도 대부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거나 약간의 하자가 있는 상품이 많아요. 제가 베트남에 1년 머문 적이 있는데, 교민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정말 이해할 수 없었어요. 마트에서 3~5만원에 살 수 있는 재품을 기념품가게에선 10~20만원에 파니까요. 하지만 여행객들은 정해진 일정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가격을 알 순 없어요.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여행 상품을 싸게 팔았으니 뭔가에 바가지 요금을 씌워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건 여행사만을 탓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찾는 사람이 있으니 만드는 거고, 만드는 사람이 있으니 또 찾게 되니까요.

우리가 이런 부분을 해소해줄 수 있으면 비즈니스로써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현지 환경을 덜 해치고 수입금도 지역사회의 선순환을 도와요. 유엔보고서를 보면 우리가 동남아 가서 100만원을 쓰면 현지로 돌아가는 금액은 최대 5%에 불과하대요. 될 수 있는 대로 글로벌 기업보단 현지 기업, 현지 대기업보다는 소기업 혹은 주민이 운영하는 곳과 계약하려고 노력해요.

현지를 꿰뚫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겠네요?

그렇죠. 저희는 흔히 말하는 현지 직판 여행사에요. 대개는 국내여행사가 보내 준 사람들을 받아서 여행을 주관하는 현지 ‘랜드사’를 거쳐서 진행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직판이기 때문에 중간에 투어를 핸들링(handling)하는 여행사가 없어요. 대신 국가별로 직접 지사를 운영해요. 그래서 저희 채용공지에 보면 유일한 필수 조건이 영어에요. 현지인과 수시로 통화, 채팅, 메일 등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회사 수익금 10%는 사회적으로 손질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이전까지는 현지 마을학교에 컴퓨터 보급, 화장실 공사, 도서‧문구 공급 등을 지원했는데, 올해부터는 아름다운재단과 제휴해 국내에 있는 외국인 이주 아동을 후원하고 있어요.

지금이 제일 바쁜 시즌이죠? 이용객은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렇죠. 7,8,1,2월이 가장 바쁜 성수기니까요. 이용객은 작년 기준 베트남만 4만명 정도예요. 회사 규모에 비해선 매우 많아요. 라오스, 일본, 미국스토리는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이제 시작이고요.

국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지요.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베트남에 1년 정도 살 때였어요. 베트남은 줄곧 생각해왔던 가치와 비즈니스 둘 다 잡을 수 있는 국가였어요. 사회적기업 여행업이 가능하겠다는 비전을 봤죠.

그런데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온 소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다른 여행사에 미안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요. 이용객들이 다른 국가도 서비스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베트남과 접경지역인 라오스를 열고, 그 후 다른 나라를 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일본과 미국까지 하게 됐어요.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자신 있고 같이 일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는 국가에서 시작해요.

개인적으로 OOO스토리는 꼭 열고 싶다는 곳이 있다면?

라다크요. 인도의 최북단이자 네팔과 경계 지역이에요. 60여개국을 다녀봤는데 라다크만큼 모든 게 좋았던 곳이 없었어요. 현지인들이 엄청 느긋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기본 3000~4000미터 고지대라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요. 말도 천천히 하고 밥도 천천히 먹게 돼요. 서울에서 바쁘게 살다가 느긋하게 살게 된다는 점이 좋아요.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요. 좀 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요. (사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과 현지의 낭만적인 문화가 보존됐으면 하는 마음이 같이 있어요.

세상에 없는 여행 상품은 모두 단독 패키지여행이라고요. 신청하는 사람만 가는 건가요?

네. 어머니를 모시고 가든, 친구들끼리 가든 딱 그 팀만을 위한 일정, 가이드, 차량 등이 있어요. 상대적으로 기존 패키지보단 비싸지만, 일정이나 식당 등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패키지여행은 저렴한 맛에 이용할 순 있지만, 요즘 (여행) 트렌드는 아닌 것 같아요.

여행업계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있어요. 기존에는 압도적으로 패키지를 많이 이용하다가 요즘엔 자유여행으로 넘어온 추세죠. 인터넷에 여행 정보가 많고 클릭 몇 번이면 여행사랑 비슷하게, 혹은 여행사보다 더 싼 특가로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2030은 영어에 큰 두려움도 없잖아요.

또 욜로(YOLO)가 사회적인 유행처럼 되면서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었어요. 앞선 어른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분이 많지요. 하지만 지금은 10년, 20년 뒤가 보이지 않는 시대예요. 과거처럼 직장이 안정된 것도 아니고 노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요. 불확실한 미래에 저당 잡혀서 현실도 힘든데, 그 현실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뭐 어때요.

전 개인적으로도 학교에 있을 때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희에게 펼쳐질 20대를 알 수 없지만, 10대에게만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매우 많다. 충분히 즐겨라”고요.

여행 상품 중 볼런투어(Voluntour)는 뭔가요?

볼런티어(자원봉사자)와 투어(여행)의 합성어로 봉사 여행을 뜻해요. 흔히 봉사 여행이라고 하면 큰 각오가 있어야 할 것 같잖아요. 여행 아니면 봉사. 이 사이에 무수히 많은 다른 선택지가 있는데 해외여행과 해외봉사 두 가지 선택지만 생각하는 게 아쉽더라고요. 가령 4박 5일 여행을 한다고 하면 반나절 혹은 하루 동안만 현지에 재능을 기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하면 되요. 전체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얼마 전, 자폐 아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디자인 회사 오티스타 직원들과 다낭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에서 본 모습을 스케치해서 기념품으로 만들었죠. 너무너무 예뻐요. 이 손수건은 우리가 로컬 식당가면 말이 안 통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때 ‘부탁해 손수건’을 펼치면 필요한 말이 있어서 손가락으로 짚기만 하면 된답니다. 앞으로도 계속 제작할 예정이에요.

사회적기업 ‘오티스타’와 콜라보해서 제작한 여행태그. 세상에 없는 여행 제공

오, 정말 예쁜데요. 혹시 국내에도 여행 서비스를 오픈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현재는 국외가 너무 바쁘고 여력이 없어요. 사실 베트남 현지에는 준비만 하면 오겠다는 사람이 많거든요. 왜냐면 한국 여행은 코스가 너무 뻔해요. 제주도 찍고 부산 찍고 전주 찍고 용인 에버랜드 찍고 남이섬 찍고 이게 풀코스거든요. 그 외에도 보여줄 게 많은데….

아쉽네요. 요새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 더위를 어떻게 이길까….(웃음)

인터뷰를 마쳐야겠네요.(웃음) 아, 이건 대화 중에 궁금해진 질문인데요. 혹시 학교를 나오고 나서 교장 선생님께 연락해보셨나요?(웃음)

그럼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3년 됐으니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대로 계속 성장해서 본인한테 나의 30년 생각이 편견이었다는 걸 꼭, 꼭 깨우쳐 달라시더군요.

그런데 아직은 못 믿겠다고. 누구나 자본금만 있다면 3년은 버틴다고.(웃음)

김정식 세상에 없는 여행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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