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당황시키는 제품컨셉과 실제상황의 ‘괴리’
마케터 당황시키는 제품컨셉과 실제상황의 ‘괴리’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8.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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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하루 하나 바나나’ ‘민어탕’ 등 기획의도 다른 결과 입길, 출시 타이밍 안 맞아 낭패 보기도…전문가 “마케팅 인코딩과 디코딩 프로세스 달라 야기되는 문제”
제품 기획 의도와 다른 모양새로 입길에 오르는 사례들이 있다. 마케팅 디코딩과 인코딩의 차이에 따르는 결과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마케터의 기획의도는 A인데 결과는 B나 C가 나온다. 아이디어나 콘셉트는 좋지만 실행 과정에서 다르게 해석되거나 타이밍이 안 맞아 아쉬움이 남는 경우다. 마케터를 당황시키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주변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이마트의 ‘하루 하나 바나나’ 제품은 글자 그대로 바나나를 최적의 상태로 하루에 하나씩 먹도록 출시됐다. 이를 위해 초록색부터 노란색까지 후숙도(익은 정도)가 다른 바나나 6개를 한 팩으로 묶었다. 바나나 한손을 사더라도 쉽게 익어버려 나중엔 버리는 일이 많기에 이 제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디테일에 신경썼다는 호평과 함께 수많은 언론보도를 낳았다. 

그런데 출시된 지 얼마 안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획의도에 반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매장에서 판매 중인 바나나 6개가 모두 노란색이거나,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는 도중 바나나 순서가 뒤섞여 후숙도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들이다.

익은 순서가 달라 하루에 하나씩 먹는 콘셉트로 출시된 ‘하루 하나 바나나’ 제품(왼쪽)이 거의 대부분 노란색으로 익어 있는 모습. 사진: 루리웹 게시판
익은 순서가 달라 하루에 하나씩 먹는 콘셉트로 출시된 ‘하루 하나 바나나’ 제품(왼쪽)이 거의 대부분 노란색으로 익어 있는 모습. 사진: 루리웹 게시판
컨셉과 다른 바나나 제품 사진에 달린 댓글들.
컨셉과 다른 바나나 제품 사진에 달린 댓글들.

그 원인으로 잘 익은 바나나에서 발생한 에틸렌 가스가 주변 바나나를 빨리 숙성시켜 제품 콘셉트에 맞게 순서대로 익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됐다. 사과, 바나나 등은 에틸렌이 많은 대표 과일로 냉장고에 넣어둘 때도 따로 관리하는데 이런 생활상식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 관계자는 “바나나 에틸렌까지 고려해 후숙도를 다르게 적용했다”며 “당일 판매 원칙에 따라 포장 즉시 진열해 매장 내 모두 익은 제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문가 생각은 다르다. 임병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관은 “바나나 자체에서 에틸렌이 나오는데 밀봉하면 박스 안에 누적돼 더 빨리 익는다”며 “아주 녹색이나 아주 노란색 바나나는 먹을 때 다르겠지만 나머지는 큰 차이가 없다. 그냥 마케팅 차원의 접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품 출시와 마케팅 과정에서 콘셉트와 실제 상황의 괴리는 또 있다. 미리 대비했음에도 타이밍이 어긋나 아쉬움이 남는 사례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스페셜캔을 출시, 이달 중순부터 야구 시즌이 끝나는 10월까지 한정 판매하고 있다. 맥주캔 디자인에는 MLB 주요 구단 6곳의 로고가 사용됐다. 텍사스 레인저스, LA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템파베이 레이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다.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메이저리그 스페셜캔 6종. 한국인 메이저리거 소속 구단 중 오승환의 콜로라도 로키스만 빠져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메이저리그 스페셜캔 6종. 한국인 메이저리거 소속 구단 중 오승환의 콜로라도 로키스만 빠져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그런데 한국인 메이저리거 4명 중 유독 오승환의 구단인 콜로라도 로키스만 빠졌다. 이는 오승환이 7월 27일 블루제이스에서 로키스로 트레이드돼 새 디자인에 반영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소비가 많은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8월 메이저리그 마케팅을 준비했으나 오승환의 트레이드가 7월 말 결정돼 타이밍이 안 맞았다. 트레이드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대비했지만, 패키지 디자인을 바꾸려면 최소 한달 정도 필요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때론 기획 단계에서의 과대 수식어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공교롭게도 또 이마트 제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마트 간편식 고사리 민어탕의 ‘짝퉁 논란’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고사리 민어탕을 출시하며 “민어는 조선시대부터 양반들이 여름 최고 보양식으로 쳤다. 국내산 민어와 가장 맛이 비슷한 인도네시아산 꼬마 민어를 수입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고 홍보했다.

지난달 12일 이마트 모델들이 고사리 민어탕 등 다양한 민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지난달 12일 이마트 모델들이 고사리 민어탕 등 다양한 민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하지만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씨가 10일 블로그를 통해 “고사리 민어탕에 사용된 꼬마 민어는 민어와 비슷하게 생긴 유사 어종”이라며 “수입산 짝퉁 민어를 써서 보양식을 기획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꼬마 민어는 열대어의 한 종류로 우리가 아는 여름 보양식과는 다른 물고기란 지적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논란이 된 제품은 판매 중지하고 식약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소비자에게 민어와 맛이 비슷한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려던 취지이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마케터의 이상과 현실이 다른 이유에 대해 전문가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여러 변수를 고려해 제품을 출시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소비자가 마케터의 예상과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으며, 처음부터 상업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품을 마케팅 언어로 인코딩(Encoding, 변환)할 때는 비교적 상황이 명확하지만, 이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디코딩(Decoding, 해석)할때는 프로세스가 일대일 관계가 아니라서 매우 복잡해진다. 상당 부분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안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마케팅이 요구된다. 너무 복잡하거나 의미 없는 콘셉트는 지양하고, 제품 출시 후 소비자 반응에 따라 콘셉트 수정이나 마케팅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이마트 민어 논란처럼 핵심 메시지를 과대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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