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집값’ 언론이 한몫한다
‘널뛰는 집값’ 언론이 한몫한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9.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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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소봉대’ ‘비판을 위한 비판’식 기사 줄이어…“자기실현적 예언이 부동산 시장 혼란 더해”
최근 수도권 지역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부동산 과열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료사진)뉴시스
최근 수도권 지역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부동산 과열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료사진)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는 ‘부동산’이다.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고 부작용을 줄이려 애쓰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은 좀처럼 잡히질 않고 있다. 한때 80%까지 육박했던 대통령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진 것도 부동산 문제가 결정적이다. 

언론들도 부동산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각 지역 집값 상승 실태를 전하면서 ‘서울 집값 1~2년은 더 오를 것’ ‘서울집값, 주간 역대 최고 상승률’ ‘자고나면 1억 더’ ‘한국인은 왜 집값 급등에 분노하는가’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미친 집값’ ‘참사’ ‘집값 우울증’ 등 자극적인 표현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동시에 ‘누를수록 더 뛰는 서울집값’ ‘설익은 정책 남발’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논조가 곳곳에서 읽힌다.

그러나 널뛰는 집값 못지 않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큰 문제다. 시장 안정화에 기여해야 할 언론들이 오히려 부동산 과열에 일조하는 듯한 경쟁식 보도를 일삼고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부동산 문제에는 심리가 많이 작용하는데 서울 강남이나 일부 재개발 지역 등 (집값이) 오르는 지역만을 타깃으로 해서 보도한다”며 “대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의 한 초고가 아파트 가격 뉴스는 부동산 관련 ‘경마식 보도’를 상징하는 단적인 케이스다. 해당 아파트가 평당(3.3㎥) 1억원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타 언론사에서도 관련 보도들이 봇물을 이뤘다. 

해당 보도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뉴스 역시 연이어 다뤄졌다. 단순히 보도를 했다고 모든 기사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해당 아파트가 이전부터 ‘강남 초고가 아파트’를 상징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꽂히는 기사를 위한 기사’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실제 한 언론사 기자는 “솔직히 요즘 부동산 기사는 썼다 하면 클릭이 엄청 올라간다“고 인정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다루지 못한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팩트 아닌 내용을 보도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 “부풀린 가격 보도로 위기의식 부추겨”

‘집값 뉴스’에 대한 비판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의 최승섭 부장은 “정부의 정책 잘못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분명하지만 언론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쓰면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굉장히 손해를 보겠구나하는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최근 실거래가 기준 보도도 많아지기는 했지만 대부분 호가를 기준으로 보도하는데 확인되지 않은 것들을 재생산 하다 보니 지금의 부동산 활황에 기름을 붓는 것 아닌가 한다”는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다. ‘부르는 값’이 실제 거래액보다 아무래도 높을 수 밖에 없는 만큼 거품 낀 가격이 보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나올 때 실질적인 제언보다 ‘비판을 위한 비판’에 나서는 언론의 관행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언론에서) 주택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예견이 끊임없이 나오지 않나”며 이를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택정책에 실패하고 (집값이) 많이 오르면 피해자는 국민들인데 언론들이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일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지나치게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정책을 소신 있게 밀어붙이면 아집이라고 표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하면 일관성이 없다는 식으로 보도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당정협의. 뉴시스
지난해 8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당정협의. 뉴시스

이와 관련,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지난 7월 민언련 포럼에서 발표한 자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다주택자 금융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지난해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와 관련, 발표 당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7개 중앙일간지‧경제지(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경제, 매일경제)의 보도내용을 분석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8·2 대책에 대한 언론의 분석을 △기대 △우려 △전망의 3가지 프레임으로 구분했는데 2개 매체를 제외하면 모두 우려 프레임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개 매체는 전망 프레임 기사가 가장 많았다.

특히 한국경제는 우려 프레임 비율이 52%로 가장 높았으며 보수지의 대표주자격인 조선일보도 50%였다. 진보지로 분류되는 경향신문도 우려 프레임 보도가 49%에 달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바라보는 태도를 진보와 보수라는 잣대로 나눌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나마 기대 프레임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한겨레(20%)였는데 우려 프레임(30%)에는 미치지 못했다. 보도 태도 역시 부정적 프레임이 단연 우세했다. 중립적 프레임이 가장 강했던 한겨레(37%)를 제외한 나머지 매체들의 부정적 프레임은 50% 이상이었다.

부동산 기사는 ‘카르텔’ 결과물?

언론의 부동산 보도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여론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포털뉴스 댓글란에선 “가만 보면 언론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하는 거 같다”(spik****), “부동산 혼란은 언론이 하고 있잖아”(sals****) “호가를 실거래가로 착각하게 하는 언론”(hopa****) “부동산 부추기는 한국 언론의 행태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hane****) 등의 의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집값 급등 현상을 전하며 언론들은 실거래가 기준이 아닌 호가 기준 보도를 일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부동산 사무소의 모습. 뉴시스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집값 급등 현상을 전하며 언론들은 실거래가 기준이 아닌 호가 기준 보도를 일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부동산 사무소의 모습. 뉴시스

김언경 사무처장은 “(언론의 부동산 보도가 문제라고) 지적 하는 제보가 들어온다”며 “특정 지역만을 이야기하면서 ‘부동산은 불패’라는 것을 보여주는 보도가 아닌가 하는 항의들이 있다”고 전했다.

최은영 소장은 특히 ‘침소봉대’식 부동산 보도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정 집값만 갖고 언론들이 보도하면 안된다.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특정 지역의)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고 이를 기사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서울 문제만을 부각하면서 ‘똘똘한 집 한 채’(강남의 초고가 주택을 뜻하는 표현)라고들 하는데 강남의 자가점유율은 34% 정도다. ‘똘똘한 집 한 채’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보도들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김언경 사무처장은 “경제지나 보수매체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소비자를 중산층 이상으로 보고있는 것 같다. 보수정당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부동산 광고가 많다보니 광고주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최승섭 부장도 “아파트 광고가 (언론 광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건설경기나 분양시장이 잘 돌아가야 언론도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심지어 언론의 ‘부동산 띄우기’를 카르텔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은영 소장은 “언론과 부동산 업자들, 건설업체의 삼위일체가 카르텔을 맺고 있다고 본다”며 “조금만 규제가 심해지면 정부 정책을 비판해 방향을 틀려고 하는 카르텔이 너무 심하다. 언론은 건설업계 광고를 무시못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부동산 ‘이상 과열’을 부추기는 듯한 언론보도가 완화되려면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최 소장은 “민간 부동산 업체는 어쩔 수 없더라도 한국감정원이 경마식 보도를 부추기는 데이터를 발표해서는 안된다”며 “실거래가는 (거래 시기부터) 60일 이내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 분석해도 6월 데이터 밖에 분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매주 (집값을) 발표한다. 실거래가도 호가도 아닌 이상한 데이터”라고 지적했다.

최승섭 부장은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공개시기를 당길 필요가 있다”며 “공공기관만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게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되고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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