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사는 아빠, 금성에서 사는 딸’의 글쓰기 이야기
‘화성에서 사는 아빠, 금성에서 사는 딸’의 글쓰기 이야기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9.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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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드립니다 지은이 정혁준·정윤영

[더피알=강미혜 기자] 뱉으면 담을 수 없는 게 말이라면 생각처럼 풀어내기가 힘든 게 글이다. 직업이 곧 글쓰기인 사람에게도 때때로 ‘글럼프’는 불쑥 찾아온다. 게다가 단문과 신조어에 익숙한 요즘과 같은 때 ‘잘 읽히는 글’에 대한 고민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눈에 쏙 들어오는 문구 하나.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한 줄도 못 쓸 때 읽는’ 책이란다. 저자는 글로 밥 먹고 사는 현직 기자. 그런데 공저자가 묘하다. 다름 아닌 그의 10대 딸이다.

어느 주말 오전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어?”라고 묻는 딸의 말에 “생각과 느낌을 잘 드러나게 쓰면 되지, 뭐”라고 영혼 없이 답한 것이 부녀 콜라보의 계기다.

기사 마감으로 늘 바쁜 아빠(정혁준 한겨레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와 수능 막바지 담금질로 더 바쁜 딸(정윤영 양)에게서 글쓰기 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어느 주말 오전 영혼 없는 대화를 계기로 책을 쓰게 된 부녀 작가 정혁준·정윤영.
어느 주말 오전 영혼 없는 대화를 계기로 책을 쓰게 된 부녀 작가 정혁준·정윤영.

“처음엔 글 쓸 때마다 아빠가 족집게처럼 오류를 집어내서…”

가족이지만 역시 공저는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세대차가 있는데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호흡을 맞춰야 했기 때문.

“당초 걱정과 달리 책을 쓸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았다”는 프로 아빠와 달리 아마 윤영 양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었다.

“지적 받을 땐 기분이 안 좋았지만 ‘처음부터 글 잘 쓰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을 바꿨어요. 멀리 보면 저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 될 거라 여기면서요.(웃음)”

그렇게 해서 주말마다 노트북을 들고 아빠와 딸은 카페에 앉아 머리를 맞대 목차를 짜고 원고를 써내려갔다.

책은 ‘글은 말하듯이’ ‘명사문보다 동사문과 형용사문으로’ ‘문장을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것’’ ‘함부로 쓰는 영어 번역투’ ‘일본어 표현이 만든 군더더기’ 등 일상에서 너무도 익숙해져 고치기 힘든 글쓰기 습관들을 예시를 통해 친절하게 짚어준다.

“아이의 글쓰기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은데요. 글쓰기 책만 아이들에게 던져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쉽게 썼으니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 좋을 듯해요.”

딸의 눈높이에서 글쓰기를 이야기해야 했기에 저자로서 여러 책을 펴낸 정 편집장에게도 이번 작업은 새로운 경험이자 신선한 자극이었다.

“처음에는 제가 글쓰기를 가르쳐 준다고 생각했는데, 윤영이가 던지는 호기심 어린 질문에 제가 오히려 배운 것이 더 많았어요.”

글쓰기를 위한 쓰기를 구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공감의 중요성이다.

정 편집장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가르치기에 앞서 딸이 필요한 걸 알려줘야 했다”며 “딸과 눈높이를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윤영 양 역시 공감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생각과 느낌이 잘 드러나게 쓰면 된다’는 아빠 말이 처음엔 와 닿지 않았는데, 책을 쓰면서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런 과정을 지나며 글쓰기가 대화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윤영 양은 활자 보다는 동영상이 익숙하고, 긴 문장보다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기 좋아하는 밀레니얼 세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필요에 의해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독후감, 비평문, 수행평가 등을 제출할 때마다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아빠와 책을 내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원칙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요.”

‘고등작가’가 된 만큼 친구들의 부러움은 옵션으로 따라 붙었다. 이제 남은 건 인세 배분. “아빠 결정에 맡긴다”는 딸의 말에 정 편집장은 쿨하게 50 대 50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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