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끝판왕, 유머글 마케팅
스토리텔링의 끝판왕, 유머글 마케팅
  • 브랜디스 최예림 (thepr@the-pr.co.kr)
  • 승인 2018.09.20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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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제품을 띄운 썰, 바이럴에 실패한 썰 차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떠도는 갖가지 유머글을 보면 20대에 먹히는 콘텐츠 마케팅 팁을 얻을 수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떠도는 갖가지 유머글을 보면 20대에 먹히는 콘텐츠 마케팅 팁을 얻을 수 있다.

[더피알=최예림] 콘텐츠 소비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공간이 TV에서 모바일로 옮겨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중심은 스토리이다. 진실한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면, 즐거운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유머글 안에 녹아 있는 스토리는 밋밋했던 아이템에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부정적 이미지를 가리고 장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소비자 행동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SNS에서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미있게 읽은 글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유머글을 통한 20대의 스토리 수용 반응을 살펴본다.

의외의 재미가 주는 바이럴 효과

‘오-덕’은 ‘길건너 친구들’과 비슷한 스크롤게임이다. 비슷한 게임방식을 먼저 시도해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앱이 존재하는데다 마켓 전체로 봐도 수많은 앱들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운로드 횟수는 불과 2회 미만이었다. 그랬던 오-덕이 이야기 하나로 순식간에 핫해졌다. ‘제 친구 독일회사 하나 말아먹은 썰-Oh! Duck!’이 회자되면서다.

‘제 친구 독일회사 하나 말아먹은 썰-Oh! Duck!’으로 회자된 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제 친구 독일회사 하나 말아먹은 썰-Oh! Duck!’으로 온라인상에서 크게 회자된 내용.

장난으로 지어준 게임 이름 때문에 회사 하나가 큰일 났다는 이야기가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널리 퍼지면서 오-덕은 하루에 2만명 이상이 다운받는 무료 앱 3위 게임이 됐다.

이후에는 뉴스 콘텐츠로 소개돼 포털을 장식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론칭 초기 관심을 끌 요인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임의 정체성과 개성을 즐거운 이야기가 해결해준 셈이다.

‘다들 미샤에서 조말론 짭사라’라는 게시물 하나는 당일 온라인샵에서 해당 제품을 품절로 만드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카피제품은 사람들에게 ‘정당하지 못한’ ‘돈이 부족한’ ‘격 떨어지는’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그런 상식이 뒤집힌 경우다.

미샤 향수를 '저렴이 조말론'으로 둔갑시킨 유명 썰.
미샤 향수를 '저렴이 조말론'으로 둔갑시킨 유명 썰.

백화점에서 18만원 주고 산 향수와 똑같은 향이 나는 카피제품을 보고, 억울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는 글쓴이의 상황이 웃프면서도 카피향수를 ‘향은 똑같지만 가격은 싼’ 가성비 좋은 제품 이미지로 변모시켰다.

글쓴이를 포함해 조말론을 산 사람들을 오히려 낮잡아 보게 만드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기존 인식을 바꿔 놓고 직접적인 소비로 연결된 사례다.

자신의 신용등급이 낮은지 물으며 경악스러운 신용관리와 소비습관을 보여준 글.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용등급 관리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면서 ‘나의 신용등급은 얼마일까’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글쓴이가 보여준 TOSS의 신용등급 조회 기능을 따라하고 자신의 등급을 이야기하는 댓글도 각 사이트에 몇 개씩 달렸다.

한 네티즌의 고민상담 글은 TOSS 신용등급 조회 기능을 홍보했다.
TOSS 신용등급 조회기능을 홍보한 한 네티즌의 고민상담 글.

실제로 이 글이 소비자들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 ‘토스’를 검색어로 대한민국 지역을 설정, 구글트렌드를 사용해 5월 3일(원글 업로드 시간 기준) 기준으로 전후 기간 검색어 순위를 비교해봤다.

그 결과 관련 글 게시 전날 5위에 머물렀던 순위가 1위로 올랐고, 인기 관련 검색어 순위 상승, 급상승 관련 검색어 등극이라는 실질적인 변화가 눈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유머글이 타깃고객의 인지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으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대 대학생 패널 박준희(21)씨는 “마치 꿀팁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 효과가 좋은 것 같다”며 “커뮤니티만의 요소를 잘 녹여내 핵심 사용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한도에서 호기심을 잘 건드려야 성공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해당 커뮤니티 특성을 파악한 뒤 최적화된 게시물을 올릴 것’ ‘아무도 광고인지 모르게 완전히 숨기거나, 아예 처음부터 광고라고 하고 재미있는 광고라는 인식을 줄 것’ 두 가지를 유의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유머글 마케팅 실패 사례도 있다.

스토리 없는 광고는 ㄴㄴ

비앤케이랩은 자사의 앱 4개를 비교하는 글로 바이럴을 노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트판에 소개팅 앱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동영상 캡처 이미지, 게시글 캡처 이미지 등을 업로드 했으며 비슷한 내용을 포스팅하고, 몇몇 게시글은 프로모션으로 유료광고까지 집행했다.

비앤케이랩이 바이럴을 위해 올린 것으로 추측된 글.
비앤케이랩이 바이럴을 위해 올린 것으로 추측된 글.

하지만 적지 않은 유저들에게 반감만 샀다. 커뮤니티 특성에 맞게 게시글을 변환했음에도 메인 스토리가 얄팍해 보는 이에게 광고글로 읽혔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특성에 맞게 변환했지만 '설명충'이 되고만 게시글.
커뮤니티 특성에 맞게 변환했지만 '설명충'이 되고만 게시글.

해당 글에는 앱을 비교해봤다는 ‘팩트’만 있을 뿐, 왜 소개팅 앱을 설치하고 싶었는지, 왜 비교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공감할 만한 흥미로운 스토리가 부재했다.

결국 글의 대부분은 자사 앱을 자랑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었고, 언급된 네 가지 앱 중 두 개만 검색만 해봐도 같은 회사에서 만든 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광고를 눈치챈 이용자들의 가혹한 악평.
광고를 눈치챈 이용자들의 가혹한 악평.

대학생 남채은(21)씨는 “소개팅 어플 광고가 요즘 SNS상에서 너무 많고 관련 인식도 좋지 않은 편인데, 바로 광고라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자사의 장점만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까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이라고 생각했다”며 “흥미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었다”고 평했다.

매력적인 이야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 혹은 Z세대 독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소비했던 미식가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재미가 없다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면 결코 수용하지 않는다.

유머글은 콘텐츠 제작비가 적은 가성비와 효과가 좋은 마케팅 도구이다. 또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면 오프라인에서도 구전될 수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뉴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는 2030의 심리를 뒤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타깃의 흥미를 적중했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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