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핑리뷰] “나는 2시간 가량의 맥북 광고를 봤다”
[클리핑리뷰] “나는 2시간 가량의 맥북 광고를 봤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9.28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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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서치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게 나오는 초속 무한의 시대. 책, 영화, 제품, 서비스 등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아까운 것들을 핵심 내용 중심으로 클리핑합니다.

“2시간 가량의 맥북 광고였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영화 관람 총평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물론 저 문장에는 수많은 감탄사가 생략돼 있다.

서치는 기존 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디지털이란 옷을 입었다. 연출부터 독특하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은 맥북 화면만을 보게 된다. 모니터 안에서 모든 사건이 펼쳐지고 관객의 시선은 마우스를 따라간다. 아니, 갈 수밖에 없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한국계 미국인 아빠인 데이빗은 딸 마고와 함께 살고 있다. 화목했던 가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아내가 세상을 떠난다. 이들은 엄마의 빈자리를 그리워하지만 서로 내색하지 않고 여느 부녀지간처럼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마고는 생물학 숙제 때문에 친구의 집에서 밤을 새운다고 말한 영상 통화를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데이빗은 마고의 인터넷 기록 등을 살피며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다.

영화 스토리는 스마트폰(정확히는 아이폰), 랩톱, 데스크톱, CCTV, 인터넷 방송, 뉴스 등 디지털 디바이스 스크린으로 전개된다.

영화 BGM이 돼버린 디지털 기기의 기계음은 관객들에겐 익숙하다. 모뎀 연결음, 윈도 XP의 효과음, 휴지통 비우는 소리, 새로운 알림 소리, 컴퓨터 끄는 소리 등 한 번쯤 들어봤을 터,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마고의 기록을 추적하는 내내 ‘아빠가 컴퓨터를 잘 다루네’라는 감탄이 끊임없이 나왔다. 있는지도 몰랐던 맥북 기능들이 화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기승전 애플·구글 광고) 심지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텀블러, 유캐스트 등 각기 다른 소셜미디어의 성격에 따라 활용하는 모습도 달리 보여준다.

데이빗은 스케줄 정리, 구글 이미지 검색, 인터넷 방문기록 등은 물론 심지어는 마고의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데도 성공한다. 물론 이 성공에는 몇 번의 인증 메일을 확인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동반됐다. 복잡한 인증 끝에 페이스북 로그인에 성공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고구마와 사이다를 먹였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feat.관객 반응)

‘디지털 세상으로만 인물의 심리를 표현할 수 있을까’란 생각은 기우였다. 텍스트를 쳤다 지우는 망설임에 딸을 대하는 아빠의 조심성이, 천천히 영상으로 다가가는 마우스의 움직임에 불안의 감정이, 영상을 시청한 후 웹페이지를 서서히 옆으로 밀자 나타나는 영상 통화 스크린에 비친 아빠의 표정에는 분노가 엿보였다.

아울러 영화는 인터넷 방송 익명의 위험성과 유튜브 영상에 달리는 악성 댓글을 경험한 피해자 등을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드는 생각은 두 가지였다.

‘맥북 살까’와 ‘부모님 세대인 5060은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참신했지만 어색하지 않았고, 놀라운 연출 뒤 반전은 더 놀라웠다. 디지털 문법을 적용한 기법으로 스타트를 끊은 서치, 이어서 등장할 다음 타자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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