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와 교감 없는 교각 광고, 효과 있겠나
업계와 교감 없는 교각 광고, 효과 있겠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10.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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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전철 옥외광고 규제 완화, 위치‧선호도 측면서 의문…서울시와 ‘엇박자’ 지적도
정부가 경전철 교각 광고를 3년간 시범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용인 경전철. 뉴시스
정부가 경전철 교각 광고를 3년간 시범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용인 경전철.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과연 제대로 된 옥외광고 규제 완화책일까. 정부의 ‘경전철 교각광고’ 허용 방침을 두고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광고 없는 지하철 역사를 검토 중인 서울시의 기조와도 평행선을 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세 번째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에서 3년간 시범적으로 경전철 교각에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 24조에 따르면 다리와 고가도로 등은 광고물 등의 표시가 금지되는 지역과 장소로 지정돼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경전철 교각에 옥외광고를 허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지자체의 건의가 있어서 시범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에는 서울 우이신설선, 경기 용인과 의정부, 부산김해, 인천 2호선, 대구 3호선 등 총 6개 경전철이 운영 중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전철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지하철까지는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내부적 의견이 있어서 일반 철도나 지하철까지 (포함)할지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3년 간의 시범기간 동안 교통과 도시미관에 미치는 효과 등을 모니터링한 후 각 지자체들과의 논의를 거쳐 확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행안부는 올해까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다만, 광고방법에 대해서는 각 시도 조례에 위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로서는 나름대로 옥외광고 규제완화책을 제시한 것이지만 전문가들과 업계의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진홍근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단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형식적인 규제(완화)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교각 광고를 허용한다고 해도 ‘버스 주류광고’ 논쟁 같은 사례가 불거지면 또다시 법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며 “행안부라면 형식규제완화 발표가 아니라 상위기관에 걸맞게 큰 틀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일침하기도 했다.

한국옥외광고미디어협회 관계자도 사견을 전제로 “최근 서울 옥상간판에 빈 광고판이 많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옥상광고도 안되는 상황에서 광고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업계 입장에서는 (규제를) 완화시키는 것을 바라겠지만 광고매체를 (무작정) 확대한다고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현장 목소리도 비슷하다. 업계 종사자 A씨는 “굳이 철교 교각이 아니라도 광고할 곳 많다”며 “제가 보기에는 경전철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의 시설 관리‧운영 수입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경전철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를 광고수입을 통해 보전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교각의 위치를 감안할 때 충분한 수입이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A씨는 “(교각 광고를 해도)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위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광고 퀄리티도, 도시미관도 썩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울의) 한강 대교라면 모를까 경전철은 크게 메리트가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교각 자체가 대형 구조물인 만큼 미디어 파사드 같은 첨단 옥외광고 구현 수단이 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서도 A씨는 “안전과 관련한 부분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홍보학과 B교수도 비슷한 생각을 나타냈다. 그는 “아무리 예술적으로 구현한다고 해도 결국 상업 광고가 될 수밖에 없는데 브랜드나 로고를 자유롭게 노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리고 지역 자체가 상업적인 타깃이 돼야하는데 광고효과적인 측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없는 지하철역’ 공언한 박원순, 중앙정부와 엇박자?

일각에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옥외광고 정책기조가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고없는 지하철역’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역은 광고를 끊고 ‘예술역’으로 바꾸고자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사례로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우이신설선을 만들면서 모든 광고를 없애라(고 지시했다). 상업광고 때문에 시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느냐”며 “35억의 광고료를 얻을 수 있는데 시민들을 위해서 그걸 포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우이신설선 경전철에 탑승한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지난해 서울 우이신설선 경전철에 탑승한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이와 관련,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방침이 세워지거나 세부 일정이 나온 건 아니다”면서도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광고를 혁신하자는 논의는 공사와 서울시에서 계속 있어왔다. 이런 논의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교각’과 ‘역사’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옥외광고 규제정책에 대한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에 큰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 박 시장이 밝힌 기조대로라면 정부가 향후 교각 광고를 서울 지하철로 확대하고자 할 때 마찰음이 나기 충분해 보인다.

이와 관련, A씨는 “광고를 정비하고 문화예술이 부흥하는 도시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교각광고와는) 맞지 않아 보인다“며 ”박 시장의 현재 스탠스를 보면 3년 후라고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봤다.

다만, B교수는 “지하철은 옥외광고법에서 치외법권같은 느낌이 있다”며 “현행법상 지하철 (광고)규제를 (중앙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행안부에서 법률이나 시행령을 바꾼다고 해도 옥상 등 ‘실외’ 광고와는 달리 지하철 광고에는 지자체나 시장의 입김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홍근 교수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진 교수는 “광고자유표시 구역의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며 “이 지방에서는 통과됐는데 저 지방에서는 왜 안되느냐는 식의 논리가 있는데 각 지자체의 조례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우이신설선의 경우에는 교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옥외광고 규제완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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