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이란 무엇인가
국군이란 무엇인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10.0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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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제 70주년 국군의 날, 달라진 행사를 보며 문득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미래 전투수행체계 시연이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미래 전투수행체계 시연이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예년과 크게 달랐다.

일단 시간대가 오전에서 저녁으로 바뀌었다.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옮겼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기자도 뒤늦게나마 본방사수 했다. 

내용에서도 전형성을 탈피했다. ‘각 잡힌’ 대규모 열병식, 퍼레이드 대신 가수 싸이 등의 축하공연으로 함께 즐기는 무대가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공정한 군대, 소통하는 군대로 복무환경을 개선하고 군 생활이 사회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군 복무기간에 따른 맞춤형 취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군 최고통수권자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 속에서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이 흥겹게 즐기는 장면은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그 모습을 보며 뜨거웠던 지난 여름, 자카르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땀 흘린 국가대표팀이 문득 떠올랐다.

노력 끝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위선양한 상당수 선수들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특히 축구대표팀 손흥민 선수의 거취는 외신에서도 크게 주목하며 메달과 병역의 상관관계에 대한 한국적 특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동시에 국내에선 해묵은 이슈인 병역면제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메달 자격에 물음표가 붙는 일부 선수들이 도마 위에 올랐고, 들끓는 여론에 급기야 병역특례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했다.

비단 운동선수에 국한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남자에게 군대 2년은 ‘자랑스러움’보다는 ‘어쩔 수 없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내가 잠자기 전에 구구단을 다 외웠다.”

고등학교 때 인기 많았던 총각 수학선생님의 ‘군대 무용담’이다.

당시엔 젊은 선생님의 무리수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대학 시절 공학을 전공하는 동기들이 복학 후 ‘백지상태’로 계산기 두들기며 좌절하는 모습을 보며, 칼로 베이는 듯한 고통 속에서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해 죽는 줄 알았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제대 후에 그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란 병명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왜 남자들이 군대 문제에 그렇게도 예민한지, 매번 병역 논란이 왜 불거지는 건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새로워진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좀 더 유심히 지켜봤는지 모른다.

하지만 강산이 일곱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활주로를 이륙한 해병대 헬기 프로펠러가 왜 갑자기 뚝 떨어져 생때같은 아들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훈련 중 전신화상을 입은 병사가 왜 제대로 치료조차 받기 힘들었던 건지, 순직한 병사를 위한 군의 눈물겨운 스토리가 왜 우리 군이 아닌 미군(美軍)의 미담으로 주로 회자되는 건지 말이다.

국군이란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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