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아닌 광고같은 정책홍보, 다른 나라는 어떻게?
광고아닌 광고같은 정책홍보, 다른 나라는 어떻게?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0.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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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 애드·유가 기사 정확히 명시…“정량적 건수 기반한 평가 시스템 개선 필요”
정책홍보가 발전적 방향성을 위해 전략 없이 지면을 사서 노출하는(buying) 현재의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
정책홍보가 발전적 방향성을 위해 전략 없이 지면을 사서 노출하는(buying) 현재의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

▷돈 주고 지면 사는 정책홍보, 언제까지 계속?에 이어..

[더피알=박형재 기자] 한국과 달리 주요 선진국에서는 돈 받고 기사 써주는 일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미국은 의회의 철저한 예산 통제 아래 정부 정책광고를 집행하고 매년 연례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공익광고를 전담하는 미국광고협의회는 비정파성, 정책설득성 배제 등을 공익광고의 핵심 요건으로 명시했다.

미국 정부도 이따금 정책 홍보성 네이티브 애드(Native Ad)를 집행할 때가 있지만 이때는 반드시 광고임을 표시해 독자가 혼동하지 않게 한다. 온라인용 네이티브 애드의 경우 글자 폰트나 디자인을 다르게 가져가는 등 정부 요청에 의해 쓴 글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방송에서 정부 정책을 알릴 때도 ‘공고’(PSA, public service announcement)라고 분명히 밝힌다.

미국 FTC(연방통상위원회)가 발표한 네이티브 애드 관련 가이드라인에는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정보 출처를 명확히 공개하고, 광고나 홍보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광고 이외의 어떤 것도 암시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미국 정부는 산불조심이나 교통안전 캠페인처럼 공익적인 내용이지만 언론에서 뉴스로 다루지 않을 만한 것들을 네이티브 광고로 진행하는데, 확실하게 기사 광고임을 표기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통상위원회가 발표한 네이티브 애드 가이드라인.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정보출처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연방통상위원회가 발표한 네이티브 애드 가이드라인.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정보출처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홈페이지 캡처

영국 역시 의회의 감시와 견제를 통해 광고 내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영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익광고는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생명을 구하며, 국가의 보건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돼있다. 주요 캠페인을 살펴보면 국민보건, 안전관리, 에너지 효율화 같은 공적 주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영국 언론 또한 정부광고를 게재하는 데 있어 공익성의 여부를 매우 신중하게 따진다.

일본 언론의 경우 정부광고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가 일방적인 광고를 하는 것도 이상할 뿐 아니라, 공론의 장을 넓히기 위해 반론광고도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정부광고는 정책광고보다는 모두에게 용인될 수 있는 순수한 공익광고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광고에 대한 제재방안이 없었으나, 5월 28일 정부광고법 개정안(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됐다.

법안에 따르면 언론진흥재단을 거치지 않고 정부광고를 언론사와 직거래하거나, PR회사 등 대행업체를 통해 턴키홍보 방식으로 정책기사를 노출시켜 사실상 지면을 구매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언론사에서 정부의 협찬 사실을 밝히는 경우 문제 삼지 않으며, 구체적인 과태료 규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법 마련됐지만 지면거래 여전…공무원이 먼저 달라져야

새 정부광고법이 마련됐으나 지면거래는 여전하다. 한 일간지 기자는 “법안이 시행된 다음에도 정책 홍보성 기사를 노출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모 유력 일간지는 광고시장 악화로 인한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 홍보비 확보에 적극적이다. 지면 분량을 파격적으로 제시하고 정부 사업 계획에 맞춰 미리 기획기사를 제안하기도 한다.

한 일간지 관계자는 “정부광고 중 기획기사 비중이 높아지면서 광고는 증빙용으로만 쓰는 경우도 많다. 일부 언론사는 지면 기사광고와 일반광고 비율이 6 대 4 정도로 역전됐다고 들었다. 광고는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기사광고는 정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세히 소개할 수 있어 선호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지면기사의 단가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언론사와 대행사, 혹은 정부부처 간 협의를 통해 몇 회에 얼마 식으로 금액을 정한다. 중앙일간지마다 30억~90억원까지 매년 정부광고비를 받으며, 공중파 방송에 집행되는 정부광고비는 연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언론사들이 홍보성 기획기사에 네이티브 애드 표시를 하지 않는 남다른 이유도 있다. 포털 제휴평가의 딜레마다. 돈 받고 쓴 정책기사는 섹션지면에 실렸더라도 네이버 등에는 언론사 이름으로 나가게 된다. 이 때 네이티브 애드 표시가 자주 보이면 포털로부터 벌점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가급적 티 나지 않게 홍보기사를 작성하고 다소 민감한 내용이나 언론사 논조에 반하는 주제는 사전에 차단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공공PR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공무원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들이 정말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언론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무조건 돈 주고 기사 내보내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 행사나 보도 횟수 같은 단기성과에 연연하는 제안요청(RFP)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알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김선호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정책홍보나 공익적 관점에서의 정보제공, 단순 기관장 홍보 등은 구분돼야 한다. 공익적 차원에서 지면을 활용하는 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기관장의 개인 홍보는 선거기간 등에 특히 문제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협찬 기사에 대해서는 독자가 헷갈리지 않게 따로 표시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PR회사 대표는 지면거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실적 보여주기와 정치인들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솔직히 40대 이하 세대는 종이신문을 거의 안 보는데, 국회의원과 기관장들이 신문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예전 그대로 집행한다. 정책 성격에 따라 홍보수단을 달리 가져가는 등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희복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는 “지면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독자를 기만하고 정부와 신문 양쪽의 신뢰가 깨지는 행위인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책홍보를 정량적인 기사 건수로 평가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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