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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앞에 무너지는 기업들의 착각과 변명(1)
위기 앞에 무너지는 기업들의 착각과 변명(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10.1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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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막연한 기대감, 학습 부재로 반복되는 오답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서울북부저유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난 7일 소방대원들이 야간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서울북부저유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난 7일 소방대원들이 야간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한국은 들킨 기업과 앞으로 들킬 기업으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 그에 더해 ‘또 들킨 기업’이란 시선. 이 모두는 반복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이상하다. 그 똑똑하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위기 앞에서는 왜 그럴까? 해외 유수 MBA 출신에 경영 컨설턴트 등 대단한 경력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 앞장서는 경영진이 수두룩하게 포진한 멋진 기업들이 왜 위기에 대해서는 그리 우왕좌왕하는 걸까? 품질과 서비스에 목숨을 걸고 불철주야 경쟁하는 기업들이라면서 왜 위기가 발생하면 실체를 드러내고 이빨을 보일까?

위기 발생 시 기업 내부 모습을 보고 이전 이후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나누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우리가 평소 상식 또는 당연함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위기 시에는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착각 위기가 발생하면 알아서 잘 대응할 것이다

여러 성공을 경험한 경영자와 그를 둘러싼 위너(winner)들이 회사를 움직이는 경우 종종 이런 착각이 회사를 지배하곤 한다. 평소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

“저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잘 준비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그 부분에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OO기업 같은 대기업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죠.”
“사실 저희가 국내에서는 최고입니다.”

모든 임직원이 성공이라는 흥에 취해 있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면 이전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무난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다. 그런 기대는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며칠 내에 무너진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자사 현황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사진은 BMW 차량 화재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장 모습.
BMW 차량 화재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장 모습.

위기대응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접한 기업의 경우 내부에서는 해당 위기를 음모론에 엮어 해석하거나, 해당 위기의 수준이나 이해관계자들을 폄하하는 현상이 목격된다. 잘 나가는 우리를 경쟁사나 정부가 시기했다고 이야기한다. 임직원이 열심히 대응하기는 했지만 해당 위기가 전혀 위기답지 않았다거나,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 또한 위기관리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진은 평소 자사에 만연한 막연한 기대감을 단호하게 배척해야 한다. ‘우리도 실수할 수 있다. 경쟁사만큼 또는 그 보다 훨씬 더 잘 준비되어 있는가’ 다시 확인해 보자. 실제 대응 역량이 존재하는지 정확하게 분석해 보라. 이런 사고방식이 실제 위기관리에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착각 한번 경험한 위기니 다음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착각이 아니라 실제였으면 왜 그리 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위기를 반복 경험하고 또 반복 실패할까? 상식적으로도 한 번 풀었던 문제라면 다음 시험에서는 그 문제의 답을 알아 절대 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데 그렇지 못하다. 풀었던 문제를 매번 낯설어 하고, 틀렸던 문제를 똑같이 또 틀리는 것이다.

그런 기업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지난번 위기와 이번 위기는 좀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번 위기를 경험했던 경영진들이 모두 바뀌어서 그래요”
“저희는 지난번 위기도 그렇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에 준해서 대응한 것뿐입니다.”
“달리 어쩔 수가 없어요. 그 부분은…”

듣는 사람도 갑갑한 말이다. 이 또한 위기관리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력함, 무관심, 자기합리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위기관리는 제대로 될 수가 없다. 하루 빨리 이런 착각을 극복해야 한다. 대신에 ‘똑같은 위기가 또 발생하면, 그 때에는 우리가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을까’ 반복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지난 위기관리에서 우리가 무엇을 개선해야 했는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개선점을 정확히 공유하고 개선, 실행해 더 이상은 유사한 문제가 없게 노력하는 것이 낫다. 틀린 문제를 또 틀리는 것은 수치라는 생각이 먼저다.

세 번째 착각 위기로 고통 받는 저 기업과 우리는 좀 다르다

경쟁사 위기를 우리라고 비켜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게 당연한데, 경쟁사 고통이 내심 달콤하기만 한 것일까? 기업 위기 케이스를 보면 업계에서 마치 돌림병처럼 서로 돌아가며 위기를 경험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위)지난 9월 식중독 문제를 일으킨 풀무원푸드머스의 초코 케이크.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제조시설에서 발생하면서 동일 인증을 받은 식품업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아래 표는 기동민 의원실이 발표한 최근 5년 간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HACCP 업체 상위 5곳.
(위)지난 9월 식중독 문제를 일으킨 풀무원푸드머스의 초코 케이크.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제조시설에서 발생하면서 동일 인증을 받은 식품업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아래 표는 기동민 의원실이 발표한 최근 5년 간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HACCP 업체 상위 5곳.

종종 경쟁사의 위기 케이스에 대해 질문해 보면 이런 답변을 하는 기업이 있다.

“그 회사는 이미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업계에서는 다 알고 있던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완전히 달라요. 저희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 회사가 문제에요. 참 바보 같죠. 사실 엉터리 회사거든요”

참 난감한 주장이다. 우리는 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애사심 같아 보이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많아 위험하다.

경쟁사를 이기려면 먼저 경쟁사를 존경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경쟁사가 멍청하고 엉터리라서 저런 위기를 당했다는 생각보다, 저 회사가 저 정도 밖에 위기대응을 못했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일까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저 회사가 그래도 잘 대응한 것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 보다 더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좀 더 조바심을 가지는 것이 낫다. 남의 위기를 보고 비웃기만 하면, 언젠가는 우리도 비웃음거리가 된다는 생각을 하자.

네 번째 착각 저희는 잘 되어 있습니다

대단한 자긍심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이 이런 주장을 많이 한다. 성공해 글로벌을 넘나드는 본사의 위대함이 한국 지사에게도 공히 적용된다고 믿는 것이다. 본사의 두꺼운 영문 위기관리 매뉴얼을 자랑하기도 한다. 자사의 위기관리 원칙과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며 왜 자신들이 위기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 어려운 위기를 경험하고 나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번 위기는 어떤 회사도 관리하기 어려운 특수한 유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지사에서는 제대로 대응 전략을 세웠는데, 본사에서 한국을 이해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잘 되어 있는데, 한국 경영진이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후 하소연을 한다. 잘 되어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라는 이야기를 에둘러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최소한 경영진들은 본사만큼 우리 자신이 잘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모두 위기를 잘 관리 하고 있다 믿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만 성공적인 매뉴얼이라는 말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빨리 잘되어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 ‘본사만큼 우리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경영진은 본사와 함께 또는 단독으로 전략적 의사결정을 정말 할 수 있을까? 본사가 우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같은 많은 질문을 선제적으로 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스스로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여러 번 경험했던 문제들을 기억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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