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에 무너지는 기업들의 착각과 변명(2)
위기 앞에 무너지는 기업들의 착각과 변명(2)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10.12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민의 Crisis Talk] 관리 안 되는 이유 찾기에 골몰, 난무하는 내부적 손가락질
혁신 기업도 위기 앞에 맥을 추지 못하는 건 자사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 기업도 위기 앞에 맥을 추지 못하는 건 자사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피알=정용민] 똑똑하고 혁신적인 기업들도 위기 앞에선 무기력하고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들은 똑똑하고 혁신적이라고 끊임 없이 ‘자위’한다는 점이다.

▷위기 앞에 무너지는 기업들의 착각과 변명(1)에 이어...

다섯 번째 착각 어떻게든 되겠죠.

해당 기업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임직원들은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문제인지 안다. 조직이 잘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일선이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의사결정 수준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예산이 없어 실제 위기가 발생해도 대응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하나하나 극복할 수가 없다 하소연 한다.

“저희도 다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VIP께서 그에 대해 관심이 없으셔서요.”
“마케팅이나 영업 예산도 없어요. 그런 위기가 발생하면 아마 회사는 문 닫아야 할 겁니다.”
“일선에서 하도 문제를 많이 일으켜서 위기 때에는 더 할거라 예상은 당연히 하죠. 그런데 일선에서는 전혀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네요.”

알고는 있어도 준비나 대비나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운명론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어떻게든 되는’ 다행스러운 위기는 없다는 점이다.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우리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는 위기만 있을 뿐이다. 자위적인 운명론이나 희망은 버려야 한다. 대신 현재 제한된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어떻게 VIP를 설득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사실 모든 VIP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VIP가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 또한 실무진이 범하는 가장 흔한 착각이다. 문제는 실무진과 VIP가 제대로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데 있다. 그것이 내부 분위기에 기인한 것인지 내부 체계나 기업 문화 때문인지를 밝혀내 극복해 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여섯 번째 착각 조직이라면 위기 시 일사불란한 것이 당연하다.

조금만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기업 케이스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시 여러 잡음을 냈었는지는 금세 알 수 있다. 임직원의 사적 개입은 너무 흔해 손으로 꼽기조차 어렵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애사심이 위기 시 현란하게 발산되는 모습들이 이미 흔하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그렇게 해서라도 회사를 위기로부터 구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당황스러운 이야기까지 나돈다.

이런 기업들은 또 이런 하소연을 한다.

“저희가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아무리 교육을 해도…”
“본사의 방침이 일선 직원들에게까지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되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지네요.”
“그건 상식 아닌가? 어떻게 그렇게 비상식적 대응을 할 수 있나 모르겠어요. 이번 건은 그 직원 개인 함량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손가락질이 상호 난무하는 것이다. 기억하자. 조직은 항시 통제 불가능하다. 조직은 절대로 일사불란 할 수 없다. 조직은 원래 중구난방이다.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와 다른 착각이나 기대를 하지 않아야 위기관리를 위한 조직 통제는 일부라도 가능해진다. 통제되지 않는 조직을 가진 기업은 절대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일사불란함이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다만 그러한 상상력을 실제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기업만 성공한다. 이를 위해 조직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군인이라면 당연히 일사불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맞다면, 왜 군은 그렇게 매일매일 수많은 군인들의 훈련에 힘쓸까? 군인들이 일사불란 한 것은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지 원래 일사불란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차량 화재로 곤혹을 겪었던 BMW가 추가 화재로 계속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지난 9월 24일 평창군 방림면 방림리에서 발생한 BMW 520d 엔진룸 전소 건. 뉴시스
차량 화재로 곤혹을 겪었던 BMW가 추가 화재로 계속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지난 9월 24일 평창군 방림면 방림리에서 발생한 BMW 520d 엔진룸 전소 건. 뉴시스

일곱 번째 착각 모두가 한 마음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말 소가 웃을 착각이다.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의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는 그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목적이 일선 직원의 위기관리 목적과 똑같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과연 어떤 근거인지가 더 궁금하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예를 들어 가격담합 논란으로 큰 위기를 맞은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자. VIP는 자칫 거대한 과징금은 물론 이후 발생할 여러 제반 문제로 고민하며 논란을 잘 관리해 규제기관 조사나 처벌은 피하자는 위기관리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표는 이와 달리 위기를 잘 관리해 안정적인 가격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임원은 이번 문제로 전문경영인인 대표가 경질되는 것을 기대하며 이를 내심 위기관리 목표로 생각할 수 있다. 일선 직원들은 무엇이 어떻게 되던 연일 밤새움이라도 먼저 그치기를 위기관리 목표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동상이몽은 위기 시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만큼 평소 착각은 위기 시 더욱더 위험해지는 셈이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모든 조직원은 평소와 위기 시 각기 다른 생각과 목표를 가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위기 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일원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내부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많고 다양해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VIP 생각이 모든 구성원에게 골고루 공유·강조돼야 한다. 여러 구성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억지로 통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VIP 의중을 모든 구성원들이 알 수 있게는 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 이후 VIP 생각을 기준으로 신상필벌이라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착각만 하고 있다가는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을 수 있다.

긍정적 기대감보다 부정적 의심을

이상의 다양한 착각들에는 공통점이 몇 개 있다. 일단 긍정적 기대감이 그 중 하나다. 이는 평소에는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위기 시에는 위험한 부작용을 낳는다. 따라서 위기관리에서는 긍정적인 기대감 보다는 발전을 위한 부정적 의심이 더 도움이 된다.

또 하나 공통점은 위기관리에 대한 실제 경험이나 깨달음이 적은 경우 그런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막연함이 있다. ‘전시에도 편의점은 열겠지? 전쟁이 나면 제주도로 비행기 타고 피난 가면 되지 않나?’ 같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평소 내부에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항상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착각들의 마지막 공통점은 VIP도 이와 똑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혹시 VIP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회사 임직원들 스스로만 그리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VIP도 그것이 당연하다 착각하는 것일까? 어떤 것이 실제일까? 내부적으로 그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 착각은 진짜 큰 문제가 된다. 사후평가와도 관련된 부분이라 임직원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착각이 돼 버리는 셈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런 착각들을 버려야 한다. 보다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위기를 바라보아야 한다.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내부와 외부를 점검해야 한다. 알려졌거나 반복된 문제에 대해 개선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실행돼야 한다. 끊임없이 교육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노력을 기억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하자는 원칙이다. 그 대상이 VIP이건 직원이건 일선이건 이해관계자들이건 간에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평소나 위기 시 공히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하자. 그래야 그나마 위기는 관리된다 믿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