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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하면 지는 게임”…국감에 나서는 기업들의 자세
“흥분하면 지는 게임”…국감에 나서는 기업들의 자세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0.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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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질문 뽑고 대표 옷차림까지 점검…‘망신주기’ ‘호통국감’ 우려 여전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위원장이 시작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위원장이 시작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박형재 기자] 10일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총수나 CEO가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감장에서 혹여 꼬투리라도 잡힐까 예상 질문은 물론 옷차림, 답변의 톤앤매너까지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국감은 정부가 나라 살림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지만, 매년 기업인들이 무더기로 소환되면서 ‘기업감사’란 말이 나올 지경이다. 올해도 기업의 대표이사급 증인이 100명을 넘겼다. 일선 홍보·대관팀 관계자에게 국감에 대한 생각과 준비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들었다.

“‘여론 도마’에 오르는 것 자체가 부담”

A기업 홍보실장은 “일단 대표께서 의원 질문에 잘 답변하는 게 중요하니까 사전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도 “국감장에 출석하고 기업과 대표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홍보팀 입장에선 부담”이라고 말했다. 주목도가 큰 만큼 작은 것 하나라도 자칫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기업에 대한 특별한 이슈가 있거나 저희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니 담담한 마음으로 준비 중이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충실히 답변드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걱정되는 부분은 국감장이 ‘기업인 망신주기’나 ‘호통 국감’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A실장은 “매년 국감장을 보면 의원들이 기업인 불러 호통치고 질책하는 일종의 ‘쇼(show)’를 통해 자기PR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관행적으로 있어왔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도록 옷차림은 물론 톤앤매너 등 사소한 부분까지 전략적으로 체크하고 있다”면서 “애초에 국감이란 구도 자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자리이고, 일부 의원의 경우 기업인을 면박주고 해명도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부담된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 시절 국회에 출입해봐서 아는데 의원 중 노련한 분들은 기업인들을 일부러 자극하고 감정적으로 도발해 침착성을 잃게 만든다. 기업 대표가 흥분하고 항변하면 결국엔 지는 게임이다. 말려들지 않도록 미리 여러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감 준비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사진: 픽사베이
국감 준비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픽사베이

“국감시즌은 기사 세일즈 기간”

B기업 대관담당 부장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대표께서 국감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특히 “작년에는 기업 관련 이슈가 있어서 예상질문 뽑기가 수월했지만 올해는 별다른 사건이 없음에도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CEO급을 불렀는데 요즘은 총수를 불러서 경영에 크게 방해가 된다. 사장님이나 부사장님이 가면 해당 계열사만 준비하면 되는데, 총수가 나가면 전사적으로 비상이 걸린다”며 ‘기업인 줄세우기’식 소환은 지양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감 예상 질문은 1차로 국회의원 보좌관이 기업에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뽑아내고, 2차로 기업이 속한 산업군 이슈, 계열사별 이슈, 경제·사회 이슈 등을 체크해 준비한다. 그럼에도 돌발 질문들이 나오기 때문에 국감 준비기간만 한달 이상 소요된다.

B부장은 “사전 요청 자료를 기반으로 예상질문을 뽑는데 실제 국감장에서는 전혀 다른 내용의 엉뚱한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기업의 사업 내용 같은 일반적인 것들은 화제가 안되니, 의원들이 기사화될만한 자극적인 질문을 하기 때문”이라며 “대표께서 당황하는 걸 방지하려면 준비하는 사람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국정감사 기간에 더 늘어나는 인터넷 언론의 부정적인 기사들도 기업 홍보팀을 고민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B부장은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국감을 앞두고 그동안 나왔던 안좋은 기사들을 적극 세일즈한다. 기업에 부정적인 기사나 오너 관련 기사를 다시 올리는데, 이것들이 국감시즌에 이슈가 되면 혹시 질문으로 나올 수도 있어서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큰 그림 짜던 대표, 세부사안 공부하는 계기”

기업 특성상 매년 국감에 출석하는 C기업 과장은 “요즘은 국감 준비작업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국회 담당팀은 물론 홍보팀까지 총 동원돼 국회 보좌관 요청 자료들을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상질문을 대비한다. 기업 및 산업군의 주요 이슈들을 체크해 실수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년 치르는 국감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면서도 “국감의 좋은 점도 있다. 평소 큰 그림을 그리느라 세부적인 것들을 체크하기 어려운 대표들이 국감에 대비하며 작은 것들도 공부하는 계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C과장은 “저희는 대표이사부터 회장님까지 다 국감장에 가는데, 하루종일 기다리다 한두마디 하고 오는 게 전부”라며 “국감이 다소 비효율적이고 실무자들이 가면 좋긴 하지만, 의원 입장에서는 대표성 있는 사람의 답변을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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