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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낯선 사람과 낯선 대화를 나누다
거실에서 낯선 사람과 낯선 대화를 나누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0.12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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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에 기름붓기 위해 '크리에이터 클럽' 찾는 사람들

[더피알=이윤주 기자]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누군가에게 이렇게 물었을 때 예상되는 반응은 두 가지다.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치부해버리거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매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잠시 벗어나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기록하며, 토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기부여 콘텐츠를 제작하는 ‘열정에 기름붓기’에 소속된 ‘크리에이터 클럽(이하 크클)’ 이야기다. ▷관련기사: 청년들이 열정에 기름붓는 법

크리에이터 클럽 202호에 모인 팀. 사진=이윤주 기자<br>
크리에이터 클럽 202호에 모인 팀. 사진=이윤주 기자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거실’에서 이들의 모임은 시작된다. ‘거실지기’ 안내에 따라 크클러들은 각자의 팀을 찾아 나선다. 팀은 총 7개.

‘기름붓기’ ‘낯선생각’ ‘작은철학’ ‘글이나써볼까’ ‘나를쓰다’ ‘매일쓰다’ ‘서툰자서전’이다.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넘나들고 이해하며 공감한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3개월의 시간이 이들에겐 어떤 의미일까. 

크리에이터 클럽 멤버에서 관리자가 된 최정민 팀장을 만나러 거실로 들어갔다. 

크리에이터 클럽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실' 간판. 사진=이윤주 기자

안녕하세요. 크클 멤버였다가 관리자가 되셨다고요.

안녕하세요. 네, 맞아요. 이랜드에서 퇴사 후 커뮤니티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 때 열정에 기름붓기(이하 열기) 이재선 대표가 그 얘길 듣고 크클 합류를 제안했어요.

팀장을 맡고 가장 먼저 했던 건 한 곳에 집중하는 거였어요. 당시 무인서점, 크클 신사점·망원점, 열기 사무실이 있었는데 무인서점과 크클 신사점을 폐쇄했어요. 그리고 사무실이 있던 건물 3층을 전체를 크클로 채웠고요. 열기 직원이 4명밖에 없는데 관리하기 힘들거든요.

크클은 본래 무인서점에서 12명 정도가 모이던 모임이었어요. 그러다 크리에이터 클럽을 제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시즌별 3개월 단위로 크클러를 모집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10월~12월)에는 750명 모집에 1500명이 지원했고요.

크리에이터 클럽을 관리하는 최정민 팀장. 사진=이윤주 기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이란 이름이 붙어있네요. 

거실은 가족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이 시대는 각자 방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문을 열고 나와서 소통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독립된 사람이 모여 이야기하는 게 거실과 잘 맞는 것 같고요.

크클에 오는 사람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참여하나요?

크클을 찾는 사람은 평균 28.5세로 주로 사회에서 대리가 되기 직전인 사람들이에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루틴한 생활 반경을 깨려는 사람 등 변화의 시발점을 원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소셜네트워크로 사람들은 더 많이 연결됐는데, 그럼에도 온라인으로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열기 회의 때마다 하는 말인데 결국 오프라인 커뮤니티 시대인 ‘애프터 페이스북’ 시대가 오지 않을까…. 소통하고자 하는 갈증은 결국 오프라인에서 해결될 것 같아요.

처음 모임을 가진 크리에이터 클럽 팀이 퀴즈를 풀고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처음 모임을 가진 크리에이터 클럽 팀이 퀴즈를 풀고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전 지금 세대가 Q세대라고 생각해요. 퀘스쳔(Question) 못해본 세대요. 지금 세대는 큐레이션에 익숙해요. 질문을 하며 무언가를 한 경험보다 뭘 해야 한다는 식의 큐레이션 된 것을 하는 경험이 많은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걸 어려워해요. 저 역시도 그랬어요. 회사에서도 자신을 돌아보려는 현상이 계속 생기고, 어른이 돼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선택한 건가’ 스스로 질문해요.

크클에서만큼은 이러한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요. 크리에이터 클럽의 미션이 ‘자기다운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건강해집니다’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모든 관계에 있어서 롤(role)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 친구, 회사 선배 등 그들이 기대하는 롤에 맞춰서 행동하고, 그러다 보니 온전히 나다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없어요. 물론 친구들이 있지만, 뜬금없이 “너 죽음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냐?”라고 말하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언제 어디서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라는 후기가 가장 좋아요.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 크클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토론 팀 크클러들은 미션을 수행해야 해요. 하나의 키워드를 주면 자신의 생각을 적고, 타인에게 질문하고 싶은 걸 적어와요.

가령 다음 주제는 ‘워라밸’이에요. 워라밸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고, 타인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토론해요. 열기 직원과 미리 해봤는데 워라밸이 탄생된 배경이 무엇일까부터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워크(work)에서 자기 삶의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서 생긴 게 워라밸이 아닐까?’ ‘일로써 자아 실현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일은 일 삶은 삶,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풍토가 생긴 건 아닐까?’ 등 저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뚜렷한 주관을 갖게 되더라고요.

가령 쓰기 팀은 이런 걸 해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음악을 듣는 거예요. 그리고 생각나는 글을 써보는 거예요. 같은 음악을 들어도 상상한 장면은 제각기 달라요. 누군가는 일본에 가서 어떤 남자를 만나는 글, 누군가는 노후에 재즈에 맞춰 춤을 추는 걸 상상하고요.

열정에 기름붓기 '크리에이터 클럽'은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해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열정에 기름붓기 '크리에이터 클럽'은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해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크클러의 생각도 궁금해요.

한 분은 크클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각이 위험해진대요. 그래서 크클을 해야 한다는 거죠. 자기 자신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기가 생각하는 입양 관에 대해 옳다고 생각했대요. 자기의 생각이 깨지는 경험이 별로 없는데, 여기서 깨지고 나서야 내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내 생각도 틀릴 수 있구나고 생각했다는거죠.

그런 경험 자체가 굉장히 귀하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분은 하루 1%의 법칙이라고 해서, 15분 독서를 하고 있대요. 24시간을 1%로 나누면 15분쯤 되거든요. 다른 친구가 그 얘기를 듣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도 당신처럼 하루 15분씩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요. 긍정적인 영향은 퍼지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니까요.

“스타트업 대표입니다. 매일매일을 비슷하게 보내는 분, 새로운 자극과 동기를 얻고 싶은 분에게  크클을 추천하고 싶어요.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양한 분야와 업종의 사람을 만나긴 쉽지 않거든요. 이들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나고 영감을 얻습니다.”  _ 1년째 참여 중인 크클러 김희원씨

크클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가 있다면 뭘까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만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돌려보내고 환불시켜 드립니다.

지난 번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3포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십 대 한 분이 ‘그건 너희가 잘못된 생각이야. 내가 면접관이면 널 안 뽑아’라고 한거죠. 그런데 상대방이 취준생이었거든요. 누군가의 말에 대해 비난하거나 평가를 하면 안 돼요. 다양성을 해치는 말을 하면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리죠. 물론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을 하는 것도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크클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혹시 ‘위대한 쇼맨’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전 열기도, 크리에이터 클럽도 위대한 쇼맨 같아요. 정말 가지각색의 사람이 오거든요. 이들에게서 한 가지 주제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나와요. 그 자체가 굉장한 즐거움이에요.

이번 시즌 멤버들에게 듣고 싶은 피드백이 있어요. 일상에서 기다려지는 장소와 시간이라고요. 가볍게 오고 진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모임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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