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핑리뷰] 타다를 타보니 타는 이유를 알겠다
[클리핑리뷰] 타다를 타보니 타는 이유를 알겠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0.20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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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게 나오는 초속 무한의 시대. 책, 영화, 제품, 팝업스토어 등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아까운 것들을 핵심 내용 중심으로 클리핑합니다.

회사 앞으로 찾아온 승합차 '타다'. 사진=이윤주 기자 
회사 앞으로 찾아온 승합차 '타다'. 사진=이윤주 기자 

[더피알=이윤주 기자] 금요일 오후 5시 55분, 타다를 호출했다. 이유는 네 가지였다.

1. 일주일의 피로가 누적됐으니 편히 가야겠다.
2. 약속 장소가 심한 오르막길이다.
3. 승차공유 서비스와 택시업계 갈등을 유심히 보던 터였다.
4. 리뷰 기사를 써야 한다.  

이미 타다 리뷰는 많이 나왔지만 읽지 않았다. 온전히 고객의 눈으로 느껴보고 싶었달까. 타다 어플을 설치하고, 카드 정보를 등록했다. 그리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했다. 카카오택시를 잡을 때와 비슷한 방법이다.

타다 차량 호출 화면. 사진=이윤주 기자

퇴근 시간에 호출했기 때문에 늦게 올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마치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 바로 잡혔다. 어플에는 ‘6분 뒤 도착 예상’ 화면이 떴고, 곧이어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이윤주 고객님 맞으시죠. 지금 계신 곳이 세림빌딩 맞으신가요. 근처에 있어서 5~6분 안에 도착할 것 같네요. 이따 뵙겠습니다.”

기사님이 아닌 상담원과 통화한 듯한 친절함이었다. 5분 뒤 차가 도착했고 ‘타다’라고 적힌 흰색 카니발이 등장했다.

차에 타자마자 목적지를 확인했고, 웰컴 키트를 건네줬으며, 안전벨트를 안내했다. 그리고 재즈를 틀었다. 호텔 지배인과 같이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듯했다.

오늘은 손님을 많이 태웠냐는 질문에 요새 이용자 수가 많아져 바쁜 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방향이 같으면 도중에 누군가를 태워서 합승할 수 있냐고 물었다. 자신을 픽업해서 가라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

“그럴 순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서비스 초반이라 권고하진 않을 듯하네요. 더 궁금하신 것은 고객센터가 친절히 답해줄 거에요.”

더 이상 물으면 진상 손님이 될 것 같아, 차량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유형별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충전기가 있었다. 창문 위에는 내부 온도와 바람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도 있었다. 기사님에게 일일이 요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 내부가 추웠기에 온도를 두 단계 올렸다.

타다 내부에 있는 의자, 온도 조절 버튼. 사진=이윤주 기자

퇴근길이라 그런지 밀리기 시작했다. 손에 쥐고 있던 웰컴 세트를 뜯었다. 서비스 초반 이용 고객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박하향 원석 캔디, 11·12월에 사용할 수 있는 만원 쿠폰 그리고 브랜드북이 있었다. 두 번은 더 편하게 집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와이파이가 된다는 정보를 들은 터라 노트북을 꺼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묻자 앞 좌석 주머니에 매뉴얼이 있다고 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노트북 불빛으로 확인 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멀미가 나서 오래 쓰진 못했지만.

타다에는 와이파이가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타다에는 와이파이가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그때였다. 옆에 지나가던 택시가 빠-앙 경적을 울렸다. 차선을 넘은 것도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택시 중에는 타다 서비스를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기는 분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퇴근길이 밀리기 시작한다. 비용 걱정이 됐다. 내비게이션에서는 “20분의 정체가 예상됩니다”는 안내가 벌써 몇 번째 나오고 있다. ‘첫 이용 고객은 만원 쿠폰을 준댔으니까 괜찮을 거야’ ‘택시보다 비싸다는데 얼마가 나오려나’ 걱정을 반복했다. 심지어 어플을 설치할 때 카드 정보를 입력했을 뿐, 결제 방법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타다는 구불구불한 가파른 골목을 지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결제는 어플에서 자동으로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타다는 사라졌다. 멍하니 한참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플 알림이 떴다.

타자 결제 창. 사진=이윤주 기자

예상 도착시간, 금액을 벗어나지 않는 선이었다. 이게 끝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많이 편리했다. 이용자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조심하는 게 마치 움직이는 호텔을 경험한 듯 했다. 하지만 과연 쿠폰 없이 또 탈 수 있을까? 

총평

퇴근길엔 타지 말자. 밀린다.
타다에서 업무는 하지 말자. 멀미 난다.
타다라고 느리게 가는 거 아니다. 밟을 땐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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