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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파업 속 ‘타다’의 영리한 마케팅, 그리고 국토부의 결정장애
택시파업 속 ‘타다’의 영리한 마케팅, 그리고 국토부의 결정장애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8.10.2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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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생존권 수호’ 구호 압도한 신규 서비스 SNS 후기…‘관리 편의주의’ 반복되나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는 전국 택시업계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로 행진하던 참가자가 운행중인 택시에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는 전국 택시업계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로 행진하던 참가자가 운행중인 택시에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안선혜 기자]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규탄하며 전국 택시가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 지난 18일, 공교롭게도 SNS상에선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한 이용후기가 줄을 이었다.

마치 택시의 파업을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대체재를 경험한 ‘간증 후기’와 첫 탑승 기념 키트 인증샷이 타임라인 곳곳을 장식했다.

실제 이날 타다 호출 건수는 전주 목요일 대비 6배 가량 늘어났고, 모회사의 카풀 서비스 ‘풀러스’도 평소 대비 콜이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가 택시업계의 저격 대상이 된 사이 절묘하게 홍보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관련기사: 타다를 타보니 타는 이유를 알겠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또한 론칭 전부터 실질적 홍보효과를 누렸다. 일례로 운전자 사전 모집을 위한 ‘카카오 T 카풀 크루’ 앱 다운로드 수가 10만을 돌파했다. 출시한 지 고작 4일만이었다.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타다를 출시한 이재웅 쏘카 대표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개진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 그리고 혁신의 결과로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는 택시 기사들을 보호할 방법을 직접 찾겠다는 일성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풀러스는 택시파업으로 부활한 것 같다”며 이날 증가한 호출률을 덧붙여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택시 기사 6만명이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았지만, 시장에서 눈도장을 찍고 실속을 차린 건 오히려 대척점에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들이었던 것이다.

SNS에 올라온 타다 이용 후기들. 택시 파업일에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후기가 올라왔다.
SNS에 올라온 타다 이용 후기들. 택시 파업일에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후기가 올라왔다.

파업 이후 쏟아져 나온 기사들에서 엿볼 수 있는 시민 인터뷰는 기존 택시에 대한 일반 대중의 생각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승차거부, 난폭운전, 불쾌한 언사 등 이미 누적된 부정적 경험들이 ‘생존권 수호’란 절박한 구호를 압도하는 실정이다. 

파업발 확인된 1라운드 여론전 승자가 뚜렷하다고 본다면, 패자는 택시업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택시업계와 차량 공유 서비스 간 촉발된 갈등을 1년여 간 방치해온 국토교통부도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택시기사들의 생존과 새로운 산업 육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건 정부 몫이다. 그런데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 한쪽으로 여론이 쏠리기만 눈치 보며 기다리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지금은 택시업계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래도 택시는 60년 이상 주요 교통시스템의 한 축으로 기능해왔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정부의 잘못은 차치하고 택시가 적폐마냥 비난받게 되는 걸 방치하고 있다면 이건 또 다른 직무유기다.

주말 오전 타게 된 어느 법인 택시기사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난 (택시회사) 사주들 욕하지 않아요. 결국 시스템을 만드는 건 공무원들인데 늘 자기들 관리가 편리한 쪽에 서잖아. 공무원들 눈에 우리는 개·돼지인 것 같아요.”

요금 인상에도 기사들이 혜택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고질적 사납금 문제나 공급과잉 문제부터 해결돼야 하지 않을까. 택시와 카풀 업계의 대립에 또 관리가 편리한 쪽의 손이 들린다면 앞으로도 고질적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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