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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보수·배당’에 대한 언론의 참견 시점
‘오너 보수·배당’에 대한 언론의 참견 시점
  • 양재규 eselltree92@hotmail.com
  • 승인 2018.10.24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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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규의 피알Law] 기사로 공개비판 vs 기업의 소송제기, 법원 판단은?
대기업 오너의 연봉과 배당액, 업무용 차량에 대한 언론의 '참견'에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더피알=양재규] “당신의 인생에 참견해드립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요즘 잘 나가는 지상파 예능프로 ‘전지적 참견 시점’이 내건 슬로건이다. 이 프로에서 ‘참견’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 어감은 솔직함, 감동, 재미와 같은 긍정적 요소로 전환된다. ‘참견해드린다’는 자신감은 아마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예능이 아닌 현실에서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대기업 오너의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올해 배당은 또 얼마나 받았는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며 가격대가 얼마나 되는지를 시시콜콜 떠벌리는 언론이 있다면 이게 무슨 참견인가 싶을 수 있다. 물론, 여기서의 참견은 부정적 어감이다.

사기업이기에 오너가 얼마를 받든 무슨 차를 타든 네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실은 예능처럼 마냥 웃으며 넘어가진 않기에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으로 문제 삼으려는 시도도 가능하다.

실제 이러한 문제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11. 3. 선고 2016가합105061 판결) 하나가 최근 선고됐다. 과연 대기업 오너의 연봉과 배당액, 업무용 차량에 대한 언론의 공개와 비판이 정당한지 해당 판결을 통해 살펴본다.

‘황제 배당’ 보도에 ‘6억 소송’ 맞불

2016년 5월 한 인터넷신문은 국내 유명 제과회사 오너 관련 기사를 썼다. ‘‘선글라스’ O 회장, ‘황제 배당’에 묵묵부답’, ‘‘낡은’ O 본사와 마이바흐, O 회장의 생각은?’ 등 제목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 해당 기업 오너에게 이뤄진 배당이라든가 평소 이용하는 차량에 대한 비판적 기사다.

그 즈음 해당 기업은 매출 하락 추세에도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을 실시했고 결과적으로 배당금의 3분의 1 정도가 대주주인 회장 일가로 돌아갔다.

이를 두고 해당 언론은 ‘황제 배당’ ‘오너 일가용 배당’이라고 꼬집었다. 일반 주주들만을 고려했다면 그렇게까지 고액의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기사에 담았다. 고액 배당금 수령으로도 모자라 회장은 마이바흐를, 부회장은 롤스로이스 팬텀을 업무용 차량으로 이용한다고도 전했다. 또 회장·부회장이 연봉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그 액수를 공개하며 법이 등기이사의 보수내역을 공개하는 쪽으로 바뀌자 재빠르게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고 보도했다.

'황제 배당'으로 비판받은 유명 제과회사 회장이 최근 회삿돈 유용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황제 배당'으로 비판받은 유명 제과회사 회장이 최근 회삿돈 유용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기사의 타깃은 오너 개인이었으나 기업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우선, 기사 내용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일반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실시한 배당을 마치 오너 일가를 위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인 것처럼 매도했다는 것. 또 오너의 등기이사직 사임 역시 전문경영인의 의사결정권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황제 배당’ ‘과다 배당’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써서 오너를 위해 돌아가는 전근대적인 기업으로 폄훼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해당 기업은 허위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사 및 기자 등을 상대로 6억짜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소송의 대상이 된 기사에 관해 일단 명예훼손에는 해당된다고 봤다. 기사로 인해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신용,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사 내용이 과연 공익적인지, 진실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갈린다. 최종 판단에 있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이 관건이 됐다.

● 오너의 배당금, 보수액, 업무용 차량 관련 보도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지 여부(보도의 공익성)
● 오너 일가를 위한 배당이었다거나 보수액 공개를 회피하기 위한 등기이사직 사임이었다는 기사 내용이 과연 허위인지 여부(보도의 진실성)

법리적 다툼시 동기나 배경에 대한 판단과 평가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가 중요하다.
법리적 다툼시 동기나 배경에 대한 판단과 평가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가 중요하다.

첫 번째 쟁점에 관해 법원은 “대기업인 원고가 회장 일가에게 지급하거나 제공하는 배당금, 보수, 업무용 차량 등… 대기업의 자금 운용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해당 사항에 관한 기사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 다시 말해 보도의 공익성을 충족시킨다고 봤다.

본래 사기업은 규모가 크든 작든 공적 영역보다 ‘사적 영역’에 속하거나 가깝다. 사기업 문제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공공기관과 같은 선상에 위치시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의 재무 상태나 오너 행태는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해 방송과 신문지면에 오르내린다. 법원이 제시한 논리에 따르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공사 구분을 한다면 ‘공적 영역’의 범위는 더욱 확장된다. 실제 대기업 오너를 비롯해 연예인, 스포츠스타, 유명 수능강사 등의 문제도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가 된 바 있다. 그러면 중소기업 오너의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관련 판결이 없어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공시 대상인 기업이라면 비슷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 본다. 기업 오너의 보수나 배당금 내역, 업무용 차량을 비롯한 각종 혜택 등은 언론보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배당 및 등기이사직 사임이 이뤄지게 된 배경 내지 동기에 관한 것이다. 이에 관해 법원은 “언론보도의 진실성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일 때 인정”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세부적인 사실관계 차이나 누락, 다소 과장된 표현 등이 있다 하더라도 허위보도는 아니라고 봤다.

예컨대, 기사에 사용된 ‘황제 배당’ ‘과당 배당’과 같은 표현과 ‘(원고 회사가) 과당 배당을 이유로 매년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는 문장 등은 다소 과장된 표현일 뿐이며 중요한 부분이 아니어서 기사 전체적으로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의 공적범위 확장, 분명한 시대정신

그렇다면 이와 같은 다툼에서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 될까? 배당액이라든가 배당절차, 등기이사직 사임 여부, 그리고 그 시점과 같은 점들이 기사의 중요 부분이 되고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게 되면 허위보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관점에서 해당 기사를 보면 ‘중요한 부분’에는 전혀 오류가 없었다.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이 실시됐고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에 전체 배당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돈이 지급된 것도 맞다. 2013년 등기이사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자본시장법이 개정됨에 따라 법 시행 직전에 오너가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것도 맞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팩트의 문제라기보다 평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 동기나 배경에 대한 판단과 평가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았을 때 소송에서 보도의 허위성을 인정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했던 해당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되고 말았고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사람들은 공사 구분이 쉬운 것처럼 말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개념적으로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도 공적 토론의 대상이 돼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마치 일상의 모든 것을 낱낱이 드러낸 후 참견하려고 드는 예능 프로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제 기업도 알아서 달라져야 한다. 감추고 숨길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드러내도 좋을 만큼의 높은 도덕적 수준을 갖춰야 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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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8-10-24 17:43:25
유용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