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의 ‘쓸고퀄 행사’, 올해도 예외 없다
언론사들의 ‘쓸고퀄 행사’, 올해도 예외 없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8.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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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늘어나는 각종 포럼·컨퍼런스, 세 과시 위해 동원되는 홍보인들 “최대 수혜자는 초청 석학”
언론사 주최 포럼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실질적 필요에 의한 참석보다는 관계 유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언론사 주최 포럼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실질적 필요에 의한 참석보다는 관계 유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최대 수혜자는 연사로 초청받는 석학들과 유명 CEO인 듯해요.”

언론사 주최 포럼에 참석하는 한 홍보인의 푸념이다. 언론사 수가 늘어나는 만큼 해마다 포럼과 창간행사가 그에 비례해 늘어가고 있지만, 진짜 필요에 의한 참석은 소수일 뿐이다. ‘언론사 부대사업+세(勢) 과시용’이란 게 일반적 인식이다.

대형 컨퍼런스나 포럼의 경우 한 구좌(1인 참가비 개념)에 수백만원씩 지출해야 하나, 참석자들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쓸고퀄 행사’가 너무나 많다는 지적이다.

A 홍보인은 “큰 언론사 하나가 개최하는 것만 분기에 수십개”라며 “기업 홍보실 입장에서는 소위 메이저 언론의 행사만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고위 임원은 거의 날마다 조찬이나 오찬을 오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대 수혜자가 연사와 초청받는 석학이라는 일침은 실제 포럼이 진행되는 방식을 보면 우스갯소리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연사 초청에 들어가는 비용에는 비행기 1등석과 특급호텔 숙박비,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뤄지는 식사비, 강연료 등 만만찮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참석자들이 이들에게서 얻는 인사이트가 그 정도의 값을 지불하고 들어야 할 사안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구 절벽으로 주택과잉 현상이 초래된다거나 4차 산업혁명 도래 등 거시적 차원의 담론을 논하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과 시간이 과다하다는 의견이다.

B 홍보인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동원되지만 주최 측이 하루 종일 계셔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 것 자체가 행사 기획에 실패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제 자체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관계 유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란 소리다.

또 각 행사에 초청되는 관계부처 장관, 참여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가 언론사의 세를 일정 부분 드러내는 경향이 있어 일종의 언론사 면 세워주기식 참석이 이뤄진다.

갈수록 늘어나는 언론사 창립 행사도 새로운 골칫거리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에는 “왜 언론사는 창간기념일에 다른 회사 사람들을 반강제로 불러서 축하를 받느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단순히 행사 참석만이 아니라 협찬 요청까지 하면서 또 다른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선도 언론부터 결단내려야”

행사를 준비하는 언론사 조직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보다 더 파급력을 지닐 유명 인사들을 해마다 섭외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언론사 간 누가 더 유력인사를 섭외하는지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자리한다. 여기에 참석 인원까지 동원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경쟁이 치열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책 성격을 지니지만, 언론사 사업국이 혁신적인 신사업 개발이 아닌 행사·시상식·포럼 신설이란 손쉬운 방안만 택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당초 언론이 추진하는 포럼 등은 우리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때 필요한 의제 형성을 위해 전문가나 석학을 초청하고 이를 콘텐츠로 알리기 위해서 시작됐다”며 “이 때 언론사 재원만으로는 안 되니 후원을 받았던 게 원류인데, 지금은 순서가 역전돼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의제로 삼을 아이템을 찾아나가고 있는 실정”이라 진단했다.

언론사가 한해 여러 건의 사회적 의제를 담은 포럼을 만들 만한 기획 능력을 갖추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세계적 연사를 초청하는 포럼 뿐 아니라 보통의 행사 하나를 만들고도 협찬을 받는 건 잘못된 방식을 점점 구조화시키는 결과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돈 버는 걸 목적으로 만들어진 매체들이 있고, 수천개의 언론사가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 언론이라 이름붙인 곳들이 모두 반성하고 개선할 수는 없다”며 “그래도 우리사회를 선도할 언론이라 평가받거나 가능성 있는 곳들이 먼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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