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조선닷컴에 대체 무슨 일이?
잘 나가던 조선닷컴에 대체 무슨 일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10.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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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이탈·트래픽 하락·매출 감소 ‘3중고’ 소식…운영권 조선비즈가 맡는 조직개편 뒤 내부 몸살
조선닷컴 기사를 보고 있다.
조선닷컴 기사를 보고 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1등 인터넷뉴스’를 자부하는 조선닷컴에서 심상찮은 파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취재·편집 인력이 대거 이탈하고 트래픽 하락과 그로 인한 매출 감소 등 ‘3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이 내부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시스템 균열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언론계 및 조선미디어그룹 전·현직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조선닷컴 인력들이 줄줄이 퇴사를 선택하고 있다. 취재기자와 편집기자를 아울러 지금껏 그 수가 20~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뉴스를 담당하는 조직에 ‘구멍’이 생기면서 당장 트래픽 하락까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요즘 닷컴 기사 보면 본지(조선일보) 기사 깔고 적당히 버무리는 수준이다”며 “콘텐츠가 부실해지면서 전체 트래픽도 많이 빠졌다고 들었다. 매출 타격도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래픽이 어느 정도 떨어졌고 그 이유가 뭔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사람이 많이 (회사를) 나갔고, 또 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솔직히 조직이 망가져가는 걸 느낀다”고 했다.

잘 나가던 조선닷컴이 갑자기 삐걱대는 건 조선미디어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조직 개편의 영향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닷컴 운영권이 조선비즈로 넘어가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조선닷컴은 조선일보 소속 자체 인력이 온라인판 편집과 운영을 담당하고 디지털뉴스본부에서 지면기사와 별도로 온라인 뉴스 생산을 맡는 구조였다. 디지털뉴스본부는 취재팀과 편집팀, 소셜미디어팀으로 나눠져 SNS 채널 운영과 뉴미디어식 콘텐츠 생산과 실험을 주도했다.

“혁신 위한 조직 개편?…비전 공유 안됐다”

그러다 올 초 조직 개편으로 변화가 생겼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 내용을 반영해 지면과 온라인을 각각 조선일보와 조선비즈 체제로 이원화시킨 것. 이에 따라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본부가 해체되고 그 기능이 조선비즈로 흡수되는 등 각자 역할 하던 세 조직이 한 우산 아래 합쳐졌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신문(조선일보)과 달리 (조선)비즈는 원래 온라인으로 출발한 곳이어서 온라인을 너무 잘 아는 조직이다. 거기에 또 다른 온라인 인력이 들어가게 된 건데 역할 중첩이나 갈등이 없을 리 있겠느냐”며 “한두 사람씩 빠져나가기 시작하더니 닷컴 편집자 12명 중 절반 이상이 나갔다”고 전했다.

한 기자는 “바깥에서 보면 (디지털) 혁신 위한 조직 개편이라지만 조직을 떼서 딱딱 붙여버린 거다. 도식적으로는 이해가 가능해도 일하는 구성원 입장에선 조직 목표나 비전이 제대로 공유가 안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본부에 몸담았던 기자 역시 “본부의 기능이 조선비즈로 넘어가면서 기존 팀은 사라지고 (통합)편집팀으로 발령 받았다. 심지어 동영상 (제작)했던 친구들은 비즈 소속도 아니고 다른 자회사(조선영상비전) 소속에서 파견 받는 구조였다”며 여타 부서로 이동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순차적으로 나가기 시작해 현재는 본부 출신들은 한 명 빼고 다 퇴사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정이 복잡해진 건 닷컴을 안게 된 조선비즈도 마찬가지다. 수년간 경제전문 미디어로 잘 포지셔닝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종합온라인매체로 체질 개선을 요구받으며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닷컴용 기사 생산을 위해 사회·정치·국제부가 신설됐는데,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업무량이 많아졌다. 일선 기자들은 조선비즈 대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OO부’ 타이틀을 달게 됐다. 그러면서 올해만 15명 정도 회사를 관뒀다.

이와 관련, 한 기자는 “기본적으로 조선비즈로 잘 먹고 잘 살았는데 갑자기 조선닷컴에 기여하라며 정치부로 보내고 국제부 보냈다. 조선비즈가 닷컴 운영권을 가졌다고 하지만 결국은 조선일보 거 아니냐. 솔직히 비즈 입장에선 ‘왜 우리가 닷컴 기사 쓰고 온라인 채널들까지 운영해야 하는가’라는 불만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조선비즈→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구성원 피로도 ↑

대외적으로 조선비즈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상실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 동기부여도 약화됐다는 전언이다. 이 기자는 “예전엔 누굴 만나도 조선비즈 명함 주면 그걸로 됐는데 지금은 디지털편집국이 뭐고 조선일보와는 무슨 관계인지 막 설명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지도부(?)는 또 조선일보에서 다 파견 나온 인사들”이라면서 사견을 전제로 “기존 (비즈 소속이었던) 차·부장급들은 상실감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내세운 조직 개편이 내부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이쪽저쪽에서 문제가 불거졌고, 결과적으로 조선미디어그룹의 온라인 산파 역할을 하는 닷컴의 경쟁력 부실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계 한 중견인사는 “조선 정도의 규모와 영향력이라면 디지털을 선도하고 저널리즘 혁신의 모범이 돼야 하는데, 일련의 상황을 보면 거대 레거시미디어가 조직을 갖다 붙이고 비즈니스를 챙기는 접근에 매몰돼 혁신 피로도만 키운 것 같다”고 봤다.

또한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비전을 공유하고 미디어그룹으로서 향후 포트폴리오에 공감하는 과정이 생략될 경우 기자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반발심이 커지게 된다”며 “특히 큰집(종이신문)과 작은집(인터넷) 갈등에 빠진다면 더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조선닷컴 운영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조선미디어그룹 승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조직 개편이 방준오 조선비즈(조선경제아이) 대표이사 선임과 맞물리는 시점에 이뤄졌기 때문. 방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장남이다.

이와 관련, 한 기자는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2020년 3월)을 앞두고 잘 (추진)돼야 하는 마당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모르긴 몰라도 경영진 차원에서도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봤다.

실제 조선일보 편집국 산업부장 출신들이 조선비즈 대표를 역임한 ‘관례’를 깨고 지난 연말 오너일가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언론계 안팎에서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방 대표 선임 인사 당시 미디어오늘은 방상훈 사장이 ‘변방’으로 인식되던 조선비즈에 차기 조선일보 경영권을 갖게 될 후계자를 보내며 온라인 전략을 맡겨 힘을 싣는 모양새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가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조직이 개편된 지 1년이 채 안 됐기에 못 이끌어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다. 조선비즈나 닷컴이나 한두 해 전에 시작한 스타트업도 아니고 덩치가 꽤 큰 회사라 변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기성언론의 저력이 있는데 한쪽에서 잘 안 된다고 전체 그림까지 어그러질 것 같진 않다”고 전직 기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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