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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시장에서 블라인드 제대로 치려면
채용시장에서 블라인드 제대로 치려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11.02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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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채용③] 출신학교‧나이 기재하는 케이스도…전문가 “인사 기능‧역할 고도화 돼야”
한 채용 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기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채용 희망자들. 뉴시스
한 채용 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기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채용 희망자들. 뉴시스

최근 취업준비생들과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주된 화두는 블라인드 채용이다. 학벌이나 지연 등을 타파하고 직문에 걸맞는 숨은 인재를 찾자는 취지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① 스펙보다 능력…‘편견의 눈’ 가리는 기업들
② 자소서-이력서 따로따로, 결국은 학벌?  
③ 채용시장에서 블라인드 제대로 치려면 

[더피알=문용필 기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일부 기업들은 준비가 덜 된 모습으로 ‘무늬만 블라인드’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블라인드’가 이뤄지고 있는지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인사 전문가인 김영종 프릭엔 대표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기 위해서는 인사의 기능과 역할이 고도화 돼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인사담당자들이 모든 직무를 준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준비미흡 상황에서 1차 블라인드 전형을 하고 (그 결과를) 면접관들에게 전달하면 ‘이걸 갖고 무슨 면접을 하라는 거냐’는 반응이 나온다. 나중에 ‘지원자 정보를 달라’며 물어보기도 한다”며 “분명 (스펙을) 안 물어보고 실력 중심이라고 했는데 면접 현장에서 이런 해프닝이 있다 보니 지원자 입장에서는 믿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알고 지원했지만 출신학교를 기재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케이스도 있다. 최근 대기업 인턴으로 합격한 이OO씨는 “올 상반기에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대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탈락했다. 그런데 이력서에 학교이름을 적게끔 돼 있더라”며 “좀 의아하기는 했는데 중점적으로 본다는 자기소개서에는 학교를 쓰지 말라고 해서 그냥 인적사항 적는 건줄 알았다”고 언급했다.

현재 모 기업 인턴 근무 중인 고OO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예전에 다른 공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에 지원했는데 자기소개서에는 학교를 적지 말라면서도 이력서에는 학교와 나이 기재란이 있었다는 것.

그는 “인사담당자가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자기소개서만 보고 뽑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단지, 동명이인을 구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의구심들은 이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2018 전국 주요 대학 취준생 취업준비 및 기업인식’ 조사결과(취업준비생 1230명 대상)를 보면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해 ‘나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는 22.9%,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은 19%에 머물렀다.

물론 기업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모 회사 관계자는 “효과가 아직 확실하게 검증된 게 아니다보니 많은 기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금씩 테스트하는 걸로 안다. 그래서 기업별로 블라인드 채용의 깊이와 단계가 상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를 들어 학력이나 수상이력, 자격증 등이 선택사항으로 나와 있거나 채용 프로세스 5단계 중 2단계까지만 진행되는 경우”라며 “기업도 테스트하는 상황인데 지원자 입장에서 보면 100% 블라인드가 아니기 때문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역차별 불만과 개선 포인트

한편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얼마 전 국내 모 병원의 간호사 공채시험에 합격해 블라인드 채용혜택을 봤다는 대학생 장OO씨는 자신을 바라보는 ‘곱지않은 시선’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자신보다 고학점을 받은 친구가 낙방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이들은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더라”며 “그간의 노력은 안보고 면접 당시 말 잘하는 사람을 뽑아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취준생들이 블라인드 필요항목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가족사항(64.1%)과 키·몸무게(61.9%), 출신지역(52.4%) 순이었다. 이를 두고 연구소 측은 “노력이 반영된 학력, 학점 등이 블라인드 될 경우 나에게 다소 유리하지 않거나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씨는 “제 직무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업무의 질이 떨어지거나 혹은 실력 자체를 검증할 수 없지 않겠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도 했다.

김홍유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도 비슷한 시각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예를 들어 어학점수를 기재하지 못하게 하면 영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1차 평가에서는 알 수 없다”며 “어학점수 뿐만 아니라 전공도 기재하지 못하다보니 자사 직무에 충실한 인재인지 판단하기가 흐릿해졌다”고 봤다.

김 회장은 “블라인드 채용의 원래 취지는 능력이 동등한 사람을 놓고 봤을 때 학연과 혈연, 지연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마치 지방대와 서울소재 대학의 격차를 없애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잘못됐다.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라고도 말했다.

나이와 학벌 등은 안 보더라도 지원자의 개인적 능력사항은 기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1차 전형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와 능력테스트를 겸하고 2차 전형부터는 능력테스트 위주로 가야한다는 솔루션을 내놓기도 했다.

이경희 사람인 컨설턴트도 “블라인드 평가의 단점은 서류전형에서 볼 수 있는 항목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인재를 뽑아야 하는데 ‘허들’을 제대로 구조화하지 않으면 허수가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서류전형을 없애는 곳도 많은데 그러다보니 면접과 필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면접은 아무리 구조화시켜도 면접관의 주관이 조금이라도 개입될 요소가 있기 때문에 필기가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전형이 된다”며 “필기에서 전공이나 직무와 관련된 사항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많이 봐야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김영종 대표는 면접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지원자의 역량을 캐내야 한다”며 “외국계 기업은 훈련이 잘 돼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런 형태로 면접을 진행해 본 경험이 없다. 아직도 문답식으로 끝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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