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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도 한류가 있다
식품에도 한류가 있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1.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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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못지않은 K푸드 인기…현지화 전략 살펴보니

[더피알=박형재 기자] ‘K푸드’로 불리는 한국 식품이 글로벌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도시락·프리마 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사랑받고, 밀키스·레쓰비는 러시아 국민 음료로 통한다. 초코파이는 중국 결혼답례품이나 베트남 제사상에 오를 정도다. 알기도 모르기도 하는 각각의 현지화 전략과 마케팅 뒷이야기를 살펴봤다.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국민 라면으로 불린다. 1991년 부산을 찾은 러시아 선원들이 도시락을 맛보며 입소문난 것을 계기로 1997년 팔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수출이 본격화됐다. 2017년 기준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은 2300억원에 달하고, 현재 러시아 용기라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다방커피’ 하면 떠오르는 프림 둘, 설탕 하나의 주인공 프리마는 한국에선 원두커피에 밀려 인기가 시들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마의 중앙아시아 시장점유율은 82%에 이르고, 2017년 기준 키르기즈스탄 100%, 타지키스탄 86%, 카자흐스탄 82% 등으로 나타났다. 동서식품은 프리마로 지난해 ‘7000만 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다.

롯데 스파우트 껌은 90년대 한국에서 판매되다 사라졌지만 중동에서는 ‘국민껌’이다. 씹는 순간 과일 시럽이 터져 나오는 이 제품은 1977년 중동 진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3개국에서 40여년 가까이 점유율 70%대를 유지하며 껌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롯데칠성의 탄산음료 ‘밀키스’와 캔커피 ‘레쓰비’도 외국에서 더 잘나가는 제품이다. 각각 러시아 탄산음료와 캔커피 시장에서 90%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시리즈도 국내보다 해외 실적이 더 좋다. 2017년 기준 총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국내 750억원, 해외 1750억원이었다. 이 제품군은 2016년 하반기부터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외국인들이 극한의 매운맛을 도전하는 ‘먹방’ 영상 콘텐츠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행하며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진 케이스다.

자료: 각 사

국내 1위 = 해외 1위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해외에 진출해 호평 받는 제품들도 많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는 최근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만두 시장점유율 11.3%,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1위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70% 성장한 17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제품은 만두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글로벌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세계 60여개국에서 매년 21억개 이상 팔리는 인기 간식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결혼답례품이나 제사상에 포함될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좋다. 1999년 이후 20여년간 중국 파이·케이크류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 규모는 3020억원에 달한다.

농심 신라면은 미국·중국·일본 등 100여개국에 수출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해 6월 4692개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한 최초의 한국 식품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2600억원 수준이다.

빙그레 메로나는 미국과 브라질 등 북미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미국에서는 연간 1300만개 이상의 메로나를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지 사업자인 ‘루체른 푸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중국에서 개최한 불닭볶음면 빨리먹기 대회. 사진: 삼양식품
삼양식품이 중국에서 개최한 불닭볶음면 빨리먹기 대회. 삼양식품

로컬기업보다 더 로컬스럽게

해외에서 사랑받는 K푸드의 공통점은 철저한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제품을 그 나라 사정에 맞게 개선하고, 지역적·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우선 레시피의 현지화가 기본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각 지역의 기후와 입맛에 최적화된 비율로 원료 배합을 하고 있다. 더운 지역은 잘 안 녹게, 추운 지역은 더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의 성향에 맞춰 빵 속에 카카오 함량을 높인 ‘초코파이 다크’를 출시했다.

팔도는 러시아인들이 도시락에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 식습관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마요네즈 소스가 함께 들어있는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했다. 국내에는 없는 치킨·버섯·새우맛 제품도 선보였다. 모든 제품에 포크를 넣어 편리성을 더했다.

비비고 만두 역시 현지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닭고기를 선호하는 식문화를 고려해 ‘치킨만두’를 선보였고,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건강식’으로 차별화 마케팅을 펼쳤다.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된다. 롯데칠성은 러시아의 추운 날씨를 겨냥한 온장고 지원 마케팅으로 현지인 마음을 잡았다. 레쓰비를 2005년 처음 수출할 때는 아이스커피로 시작해 인기가 없었으나, 해외바이어의 조언을 듣고 온장고를 개별 점포에 지원해 ‘따듯한 캔커피’로 포지셔닝한 것이 먹혀들었다. 현재 2만8000개 이상의 점포에 레쓰비 온장고가 입점된 상태다.

전통적으로 유목민이면서 추운 지방에 사는 중앙아시아 지역은 차 문화와 함께 가축의 젖을 짜먹는 문화를 갖고 있다. 동서식품은 이런 점에 주목해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대신 프림을 넣도록 홍보했다. 이런 전략 덕분에 지금은 우유의 자리를 프림이 대신하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 자극도 쓰기에 따라 좋은 방법이다. 농심은 매운맛라면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인들에게 신라면을 팔기 위해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단숨에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마오쩌뚱의 어록 “만리장성을 오르지 않고서는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를 패러디해 “매운 것을 못 먹으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문구의 CF광고를 내보낸 것. 자존심 강한 중국인의 특성을 분석해 역발상으로 접근한 결과였다.

현지에서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이름이나 컬러, 제품 포장, 고급화 전략 등도 적절히 활용하면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

초코파이는 핵심 브랜드 가치인 ‘정(情)’을 중국에서는 ‘인(仁)’으로 표시했다.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바로 인이기 때문이다. 메로나는 브라질에서 개당 2500원 정도에 팔린다. 이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정도의 비싼 가격이지만, 고급 디저트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제공할 만큼 인기 제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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