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론사 그 디지털팀의 속사정
그 언론사 그 디지털팀의 속사정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1.0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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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 유튜브 세상에 버려진(?) 우리

*본 기사는 복수의 취재원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유튜브 서바이벌에 가세한 미디어의 고민은 끝이 없다.

“거 우리 유튜브 채널도 잘 돌아가나?”

[더피알=이윤주 기자] 지나가듯 무심히 건넨 부장의 말 한 마디가 발단이 됐다. 우리 팀이 ‘유튜브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우리 신문은 지난해 영상제작 부서를 꾸렸다. 현직 기자 2명에 PD 1명, 영상디자이너 1명을 투입한 나름의 결단이었다.

대의명분은 뉴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혁신을 추구하고 젊은층에 먹히는 뉴스문법 탐구와 실행이다. 하지만 실상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떠밀림’에서 비롯된 신문사 조직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일단 열심히 페이스북을 들고 팠다. 

그런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을 때쯤 유튜브가 어깨를 툭툭 친다. “이제 대세 플랫폼은 우리야.”

일궈 놓은 밭을 내버려두고 다시 척박한 땅에서 씨 뿌려야 하는 농부의 심정이다. 페이스북 유입량과 도달률 그래프가 쭉쭉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어느 정도 예감한 일이었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나. ‘녹색창에 검색하면 아재, 빨간창에 검색하면 밀레니얼 세대’라고. 지금은 녹색창이든 파란창이든 다 벗어두고 우르르 빨간 옷으로 갈아입는 ‘플랫폼 환절기’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대세에 편승하려는 곳이 어디 한 두 군데인가. 유튜브 세상을 보니 이미 재미나고 독특하고 참신한 콘텐츠가 넘쳐난다. 우리만의 콘셉트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경쟁자 범위도 달라졌다. 신문·방송과 뉴미디어 업계를 넘어 모든 유튜브 유저로 확대됐다. 제작자가 구독자가 되고, 구독자는 제작자가 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니까. 영상 퀄리티나 기획력이 프로 수준인 개인이 차고 넘친다. 

“우리도 좀 새롭게 어? ●●●처럼 인플루언서 인터뷰도 하고 ▲▲▲처럼 리뷰도 올리고 좀 해봐.”

부장의 닦달에 “이 인력으로요...?”라는 대답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항상 그랬듯 되는 방향으로.

부족한 인력과 아이디어를 채우는 방안을 고민하다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대행사와 협업해 보기로 했다. 프로젝트 형식의 코너다. 하지만 기획단계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소셜핏’에 집중하는 대행사 직원과 그래도 ‘뉴스다움’을 내려놓지 못하는 기자 간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조회수를 높이려면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20대 제작팀과 너무 심한 오탈자는 거북한 기자정신이 정면 충돌했다. 

결국 말싸움만 하다가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소셜핏하면서도 저널리즘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1인 미디어를 하겠지, 왜 언론사에 들어가겠어”라는 누군가의 말만 남았다.

이보다 더 가슴 아픈 건, 며칠 밤낮 촬영하고 작업한 심층 콘텐츠보다 재미 위주 콘텐츠가 반응이 좋을 때다. 극도의 자괴감이 밀려온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언론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실검 기사’는 장사가 되는데, 동영상은 인풋 대비 아웃풋을 보기가 너무도 어렵다.   

“올린 영상 대부분이 조회 수 1000건을 못 넘겨. 광고 태우기도 민망하다.”

영상 하나가 빵 터졌다고 해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다. 일시적으로 조회수는 올라갈지언정 성과, 즉 돈을 벌긴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OOTV’는 한 달에 수천을 번다는데 우리는 이 인력을 넣는데 어째 성과가 안나?”

부장 스스로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라 말해 놓고선 비교대상은 중장년층에 각광 받는 채널들이다. 어느덧 돈 못 버는 무능력한 팀이 돼 유튜브란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어느 드라마의 대사가 지금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런 문제도 있다구. 평생 계속 계속 생각해야 되는 문제. 그래도 생각하는 걸 포기하면 안 되는 문제. 그런데 정답이 없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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