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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썼는데 제품 회수?”…식약처는 왜 매번 뒷북일까
“이미 다 썼는데 제품 회수?”…식약처는 왜 매번 뒷북일까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1.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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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발암물질 등 이슈 때마다 집중포화…사후규제 조직의 한계, 엇박자 조율·심리적 저항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아쉬워
정의당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에 방사선, 라돈 위험 물질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달 17일 생활용품 및 의료기 방사선·라돈 위험 신속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시중에 판매되는 B사 도마를 대상으로 방사선 측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회용 면봉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세균과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33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6개 제품(18.2%)이 사용하기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일회용 면봉 안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라돈 검출 논란이 불거졌던 오늘습관 생리대가 생활방사선 안전관리법상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결론 났다. 일상적으로 사용해도 문제없다는 의미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식약처는 다만 특허 받지 않은 패치 사용을 문제삼아 해당 제품을 회수했다.

# 대상 청정원은 최근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식약처 발표가 나오자 리콜에 나섰다. 하지만 판매중단 조치를 받은 런천미트에서 발견된 세균이 대장균으로 확인돼 뒷말이 나왔다. 고온 멸균 과정을 거치는 통조림에서 열에 약한 대장균이 검출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제조과정이 아닌 유통이나 식약처 검사 과정 도중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식약처는 검사기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 지난 7월 7일(토요일) 식약처는 발암물질인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혈압 약 219개의 판매와 수입을 잠정 중지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고혈압약 제품 중 91개 품목에 이상 없다며 판매 금지를 해제했다. 그 사이 식약처 홈페이지는 문제의 약 목록을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접속 중단됐고,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약 환자들은 주말 동안 문 닫은 병원과 약국에서 새 처방전을 받느라 불편을 겪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매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 침대부터 생리대, 고혈압약까지 일상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국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를 관리해야 할 식약처는 번번이 뒤늦은 대응으로 비판에 휩싸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조사 결과를 불신하는 기류도 나타난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

사안은 달라도 식약처 관련 이슈가 확산되는 흐름은 비슷하다. 우선 언론보도를 통해 라돈 온수매트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며 주목도가 높아진다. 이후 논란이 커지면 식약처 차원에서 점검에 들어가고, 조사기간 동안 국민적 혼란이 계속된다. 식약처가 결과를 발표하고 대책을 내놓지만 이는 크게 언급되지 않는다. 식약처 발표보다 시민단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더 믿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사전점검보다 사후규제

사후약방문식 대응과 국민 불신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식약처가 구조적으로 사전점검보다 사후규제에 특화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전점검으로 불량 제품들을 모두 잡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천~수만개에 이르는 제품을 전수조사할 수 없는 만큼 식약처는 기업의 대표 상품 위주로 샘플링을 통해 점검한다.

식품공전(제조 및 규격을 정리해 놓은 기준서) 등에 따라 기업이 생산·판매하고 문제가 불거지면 그제야 리콜 등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식약처의 주요 업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규제 뿐만 아니라 통합 관리시스템을 기대하니 인식차가 생긴다.

관련 법령과 예산도 사전예방보다 사후관리에 집중돼있다. 식품법 전문가인 김태민 변호사는 “식품의약품 관련 법령을 보면, 업체에서 생산한 불량제품을 적발했을 때 어떻게 제재할지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공무원들은 법에 근거해 움직이는데 사전 예방 규정이 부족하니 당연히 법적 근거가 뚜렷한 사후규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식약처에도 자체 모니터링 조직이 있다. 주요 제품들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으나 일일이 들여다보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력과 예산 문제로 모든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는 사실상 어렵다. 평소 사전검열, 위생점검 등으로 국민이 위해물질을 접하지 못하도록 살펴보고 있으나, 규제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발사르탄 제제 고혈압약 발암물질 리스트를 공개한 이후 서울의 한 약국에서 환자들이 새로운 약품을 구입하고 있다. 뉴시스
식약처가 발사르탄 제제 고혈압약 발암물질 리스트를 공개한 이후 서울의 한 약국에서 환자들이 새로운 약품을 구입하고 있다. 뉴시스

때론 식약처의 성급한 발표와 부처간 엇박자도 혼란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사태가 벌어지자 식약처는 전수조사 후 “평생 매일 2.6개의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등에 따르면 이 발표는 현행 기준치와 유해지수 등이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에 분석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게다가 당시 식약처는 양계 농가 현장 관리를 농림축산식품부에 맡겼는데, 양 부처간 이견이 드러나기도 했다. 위탁 업무 특성상 식약처가 농식품부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책임져야 하지만, 서로 상대 부처가 발표할 내용이라며 책임을 미루거나 한 곳이 발표한 결과를 번복하는 촌극을 벌였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가시지 않는 ‘살충제 계란’ 공포, 정부소통은 이래야 한다

적발 뒤 안일한 대처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교 급식 초코케이크 식중독 사건 같은 식품안전 문제가 매년 심각해짐에도 행정처분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해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승희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매일 1건 꼴로 식중독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행정처분이 이뤄진 사례는 평균 20.7%에 불과했다. 처분 내용도 가장 약한 수준이라 할 수 있는 ‘과태료 부과’가 대다수(71%)로 집계됐다.

소비자 불안 해소 못하는 기술적 설명

국민들의 심리적 저항을 고려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예컨대 식약처는 지난해 ‘발암물질 생리대’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하루에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말해 비난에 휩싸였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에 근거해 발표한 것이지만, 시민환경단체 등은 인체에 닿는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 자체가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기준치라는 건 하루에 접촉했을 때 그 사람이 방어할 수 있는 정도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만일 기준치 1인데 0.8이 검출됐다면 그걸 안전하게 볼 수 있겠냐는 문제가 생긴다”며 “기술적 측면에서만 안전하다고 말할 게 아니라 소비자의 불안감까지 고려한 전략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사태에 분노한 학무모 단체와 소비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사태에 분노한 학무모 단체와 소비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생활화학물질 위해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화학물질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케모포비아(chemophobia)’를 경험한 사람이 100명 중 15명에 달했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10명 중 4명은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불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해성 조사를 주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위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유해물질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분노(outrage) 등 감정촉발 요인을 포함해 나타나는 것이 학계에서 증명되고 있다”며 “국민들은 유해물질의 독성 자체만 따지지 않는데 비해 식약처는 과학적 증거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하니 국민 생각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일상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식약처 역할이 제대로 서려면 시스템 정비와 보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유명순 교수는 “일반 시민사회가 반응하는 위험의 크기는 단순히 독성이나 노출 영향도 같은 과학적 근거만으로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민 변호사는 “위해성 논란을 줄이려면 결국 단속 횟수와 인력을 늘리고, 불량 제품 생산 기업에 대한 과징금도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강함수 대표는 “규제뿐만 아니라 관리에도 집중해 발암물질 등 민감한 사안들은 제재 기준, 관리감독 진행사항 등을 꾸준히 알리고, 투명하게 밝혀 국민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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