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디지털 전환, 인력 구조조정으로 속도
카드사 디지털 전환, 인력 구조조정으로 속도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1.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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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인력 줄이고 디지털에 대대적 투자, 현대카드 신호탄으로 업계 전반 확산 분위기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 주도 하에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스튜디오블랙 입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현대카드의 디지털·마케팅 전략에 대해 강연하는 정 부회장 모습.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 주도 하에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스튜디오블랙 입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현대카드의 디지털·마케팅 전략에 대해 강연하는 정 부회장 모습. 현대카드 제공

[더피알=박형재 기자] 카드사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 개편을 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업무 인원을 감축하고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디지털 인력으로 채우며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설립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받은 컨설팅 결과, 400명 감축이 적절하다는 안을 토대로 진행 중이다. 감원 인력은 현대카드 200명,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에서 각각 100명이 목표이며, 브랜드와 디지털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가 대상이다.

기존 인력은 줄지만 디지털 인력은 150명을 확충한다. 지난해 140명 수준이던 디지털 관련 인원을 올해 350명, 내년 50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경영 악화가 예상돼 인원을 일부 조정하고 있다”면서도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의 창업을 지원하고, 임기만료 등 자연적으로 퇴사하는 인원을 신규충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유연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압박에 조직개편 불가피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오프라인 카드 인력 감축과 디지털 인력 보강이 함께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단 현대카드가 신호탄을 쐈으니 다른 곳들도 구조조정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흐름인 만큼 두 가지 움직임이 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카드사들이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이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올 초 200명을 감원한 신한카드는 외부 전문가 영입과 내부 인력 양성을 통해 2020년까지 디지털 인력을 전체 50% 수준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 23명이 희망퇴직한 KB국민카드 역시 지난 6월 디지털, 모바일 앱, 빅데이터 등과 연관된 경력직을 충원했다. BC카드는 올해 상반기 채용전환형 인턴 채용에서 핀테크 개발, 빅데이터 부문 채용을 진행하고 사내 교육을 통해 IT전문가를 육성 중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카드사 조직 구성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일례로 국민카드의 디지털은 디지털본부, 데이터전략본부, SWAG(스웨그 Smart Working Agile Group)에서 담당한다. 디지털본부에서는 앱, 웹, 디지털 서비스 등의 디지털 자산과 신사업을 총괄하고, 데이터전략본부는 빅데이터 총괄 및 은행·지주의 그룹 시너지를 추진한다. SWAG는 상품 개발과 프로세스 과정에서 실행 중심 혁신 프로젝트를 맡는다.

카드업계의 디지털 부문 투자와 인력 보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플랫폼 최적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상품 제공, 애자일 조직 운영, 내부 시스템 개선과 업무 효율화 등이다. 다만 각 사별로 접근방식이 다르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 주도 하에 수년 전부터 카드사가 아닌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혀오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개선하고,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직결된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2015년 10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디지털 현대카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카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들의 편의·보안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이 앱에서 온·오프라인 결제, 현금서비스, 사용금액 한도 같은 신용카드 설정을 자유롭게 조정 가능하고, 카드 혜택 궁금증을 실시간 상담해주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민카드는 전사적 디지털화와 스타트업의 혁신 DNA를 조직 내에 심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선보인 국민 ‘알파원 카드’는 여러 장의 카드를 플라스틱 카드 하나로 사용 가능하고, 여기에 자동으로 혜택이 가장 높은 카드를 선택·결제해주는 AI 기반 최적카드 자동결제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삼성카드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축해 공유가치창출(CSV)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의 단순한 이윤추구 단계를 넘어 사회 현안을 놓고 고객과 기업이 소통하고 공유가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추후 커뮤니티 데이터와 카드 데이터를 결합하면 시너지가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잇따라 조직개편과 디지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 디지털 전환은 장기 프로젝트라서 시스템부터 차근차근 바꿔가고 있으나, 외부에서 볼 때 당장 성과가 없으니 이를 설명하거나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카드에 AI를 접목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데이터를 돌리면 AI가 인식한다고 생각하지만,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하는 클린징 작업 등을 거쳐야 한다. 이런 기술들을 쌓으려면 장기 투자와 인내가 필요한데, 시장은 빠르게 변하니 기업 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비즈니스 성과와 기술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고민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가시화된 결과물인데, 디지털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뭔가를 보여주기 보다는 디지털 조직을 구축하고 제반 기술들을 확보하는 작업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나 정보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뭔가를 해놓으면 새롭게 바뀌고, 좀 더 좋은 규격들이 나오니 고민이 많지만, 고객중심 서비스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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