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넘어 가잼비 향해
가성비 넘어 가잼비 향해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18.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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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디지로그] 실질적 기능‧편익+α 필요

[더피알=이승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에 이어 이젠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착한 가격에 재미까지 더한 제품·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과 브랜드가 앞다퉈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에 다소 엉뚱하지만 확실한 재미를 주는 사은품을 끼워 판매하는 프로모션 캠페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례로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3월 화이트데이에 맞춰 ‘츄파춥스 파티미러볼’ 프로모션을 실시한 바 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혼밥, 혼노(혼자 코인노래방) 등 혼자놀기가 유행하는 것에 착안, 자취방을 신나는 코노로 바꿔줄 ‘핑크색 미러볼’을 판매한 것. ‘혼노는 계속돼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패밀리 사이즈(1만9500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형형색색 불빛을 내는 미러볼을 1900원에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배스킨라빈스는 미러볼뿐만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오버액션토끼 블루투스 마이크’ 등을 판매하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소소하게 재미를 찾는 방식을 관찰하고, 그런 상황에 재미를 더하는 가잼비 제품들을 판매하며 지속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퀴즈 풀러 접속, 탕진잼 위해 방문

최근에는 유통기업들도 제품 판매 방식 자체에 재미를 주려 노력하고 있다. 티몬은 지난 6월부터 모바일 어플상에서 매주 퀴즈쇼를 진행하고 상금을 지급하는 ‘몬스터 퀴즈쇼’를 열고 있다. 회당 상금은 통상 100만원으로, 퀴즈를 모두 맞힌 우승자들이 총 상금을 티몬 적립금으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보다 싼 가격으로 구매하기 위해 티몬 앱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하고 라이브 퀴즈를 여러 사람들과 경쟁해 풀어보는 재미를 얻기 위해 티몬을 찾도록 유도한 것이다.

문제 자체도 어려운 시사상식이 아니라 대부분 재미를 주는 목적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신조어 P;ㅠ의 뜻은?’(정답: 피땀눈물)과 같이 신조어식 퀴즈를 의도적으로 많이 배치했다. 퀴즈풀이 시간대는 직장인이나 일반인들이 가장 피곤함을 느끼는 수요일 점심시간으로 잡았다. 매번 라이브로 진행되는 퀴즈의 인기는 꾸준히 높아져 불과 6개월 만에 만명 단위 접속자를 기록하게 됐다. 인터넷에서는 ‘몬스터 퀴즈쇼, 몇월 몇일 기출 문제’를 서로 공유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제품을 둘러싼 재밌는 상황을 던져주는 것을 넘어, 제품 자체가 가잼비에 초점을 맞춰 생산·판매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잼비 제품들을 판매하는 기업이 바로 다이소다.

착한 가격에 실용성 높은 제품들로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다이소는 올해부터 가잼비를 주는 제품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2030세대들에게 ‘탕진잼’을 경험시켜주는 장소라는 콘셉트로 새롭게 어필 중이다.

탕진잼은 소소하게 낭비하며 재미를 느낀다는 말이다. 실제 다이소에 가면 이것저것 신기해 보이는,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해보이진 않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주는 제품들을 마음껏 구매해도 1~2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되는 장소로 재정의되고 있다.

펀샵에서 판매하는 자전거 자물쇠. 뱀처럼 자유롭게 변형 가능한 점이 독특하다. 펀샵 홈페이지 캡처
펀샵에서 판매하는 자전거 자물쇠. 펀샵 홈페이지 캡처

펀샵(Funshop)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가게’라는 콘셉트로 운영되는 온라인 쇼핑몰(funshop.co.kr)로, 순수하게 재미를 주는 잡다한 물건들을 구해다가 판매하는 사이트로 유명하다. 타인의 눈에는 쓸데없어 보이지만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제품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을 알렸다.

펀샵은 황당하지만 확실한 재미를 주는 기획전을 정기적으로 연다. 월드컵 기간에는 ‘방구석 월드컵’이란 이름 아래 방 안에서 혼자 혹은 절친들과 월드컵을 즐길 때 반드시 구매해야하는 제품들로 구성된 기획전을 가졌다. 구성품 중에선 ‘캐논 레이요 멀티빔’ 같은 비싼 것들도 있지만, 9000원짜리 일루전시어터 관람 박스 같은 것도 있었다. 종이박스에 스마트폰을 넣고 모자처럼 쓰면 마치 여러 명과 함께 축구를 관람하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제품이다.

제품 설명도 독특하게 한다. 제조사 설명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펀샵의 에디터들이 직접 물건을 써보고 재미있게 풀어낸 형태의 글로 상품을 소개한다. 그래서 펀샵에 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제품을 둘러보게 된다. 직접 구매하지 않더라도 재밌는 제품들을 찾아보고 리뷰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승승장구하던 펀샵은 CJ오쇼핑에 지난해 인수 합병됐다.

효용성 보다 경험가치

과거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여러 온라인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이러한 온라인 서핑 과정이 보다 싼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게 해준다는 효용적 측면에서는 이득을 줬을지 몰라도,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고 꼼꼼하게 제품을 비교해야 하는 불편한 경험 역시 주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들은 이제 제품을 만들 때 실질적인 기능과 편익뿐만 아니라, 제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펀(fun)한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필요에 의해서 구매하는 물건들은 이미 충분히 많이 소비됐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소비자들은 이제 필요가 아닌 재미를 위해 소비한다. 적은 돈으로 확실한 재미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그 자체만으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세대다.

기업은 제품을 기획하고 브랜딩하는 과정에서 제품이 주는 편익을 넘어서 해당 제품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제 경험이 모든 것을 말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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