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다고요? 새로운데요?”
“촌스럽다고요? 새로운데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11.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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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에 다시 부는 레트로, ‘뉴트로’ 보다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80~90년대 레트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80~90년대 레트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뉴트로 바람이 거세다. 

 

저희한테는 새 거잖아요, 완전.

 

[더피알=조성미 기자] 밀레니얼 래퍼 우원재(1996년생)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레트로에 대해 한 말이다. 사진을 찍더라도 저화질에 4:3 비율, 플래시를 터트려 자기만의 감성을 표현한다며, 이것이 ‘힙(hip)’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레트로(Retro·복고)는 꾸준히 인기를 끄는 트렌드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말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일, 아이템, 문화 등이 시간이 지나 다시 조명되곤 한다. 트렌드, 유행(流行)이란 말 속에 흐르다(流)는 의미가 내포돼 있듯 흘러 지나가고 또 다시 흘러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돌고 도는 레트로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또 하나의 현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복고를 새로운 트렌드로 향유하는 ‘뉴트로(New+retro)’이다. 새롭다와 레트로를 합성, 복고를 현재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해 받아들이는 것을 이야기한다.

복고는 과거의 향수를 기억하는 장치로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장년층을 주 타깃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뉴트로는 다시 돌아온 유행을 처음 만나는 새로운 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누군가에겐 반가운 복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신선한 자극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2019’는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뉴트로를 꼽으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색 경험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1020 세대에게 과거로의 회귀는 퇴보가 아니라, 새로움을 찾는 그들만의 ‘놀이’가 된 것이다.

진고개 ‘불란셔 제빵소’ 가봤니

최근 새로운 보물찾기 놀이가 등장했다. 80~90년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빈티지 유리컵을 찾는 것이다.

예전엔 흔했던 이 컵이 예쁜 레어템으로 여겨지며, 할머니집에서 득템한 사연들을 SNS상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빈티지컵으로 검색하면 5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빈티지컵으로 검색된 이미지들.
인스타그램에서 #빈티지컵으로 검색된 이미지들.

빈티지컵들은 예전에 우유나 요쿠르트 등을 정기배송 받는 고객에 선물로 주거나 신제품 출시 등에 맞춰 제공되던 비매품이다. 투명한 유리컵에 브랜드나 회사명이 또렷하게 박힌, 누가 봐도 사은품인 이 컵들은 세련된 디자인의 식기 속에서 촌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최근 수요가 증가하며 중고거래사이트에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한때 ‘국민물병’으로도 불린 델몬트 오렌지주스 유리병 역시 종종 중고거래 매물로 등장한다. 국딩(국민학생) 시절 여느 집에서나 보리차를 끓여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시던 풍경이 익숙한 이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더 나아가 현재는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해당 제품이 단종된 배경에 대한 추측과 재출시 루머가 온라인상에서 퍼져나갈 정도로 많은 이들이 추억을 공유하는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빈티지 아이템은 또 있다. 화려한 꽃무늬가 새겨진 은빛 양철쟁반과 흰색 점무늬가 들어간 플라스틱 접시는 보기만 해도 추억의 맛이 연상될 만큼 강력한 오브제다. 이를 활용해 음식을 내주는 가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빈티지 소품이 가득한 공간을 종종 찾는다는 윤소영(26세) 씨는 “빈티지 아이템들은 요즘의 디자인들과 달라 색다르다는 느낌이 첫 번째로 든다”며 “찬찬히 보고 있으면 예전에 이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아 묘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먹으면서 한참이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아이템부터, 세월이 느껴지는 그릇에 담긴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메뉴는 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절묘한 신선함으로 곧잘 핫플레이스가 되곤 한다. 여기에 자개장이나 약방 서랍장 등 빈티지한 소품으로 꾸민 가게들도 SNS 게시물의 단골소재가 됐다.

(왼쪽부터) 는 초록색 접시에 떡볶이를 담아주는 도산분식(인스타그램 @dosanbunsik)과 상호명과 간판에서 레트로 무드를 느낄 수 있는 창화당(인스타그램 chang.hwa.dang)
(왼쪽부터) 는 초록색 접시에 떡볶이를 담아주는 도산분식(인스타그램 @dosanbunsik)과 상호명과 간판에서 레트로 무드를 느낄 수 있는 창화당(인스타그램 chang.hwa.dang)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간판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식당이나 카페 이름들은 일부러 예스러움을 추구한다. 1900년 즈음의 한글표기법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불란셔 제빵소’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코페, 미장원, 살롱, 상회, OO당 등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옛날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상호뿐만 아니라 서체나 간판 디자인도 현대적이지 않은 것을 추구하며 시간여행을 온 듯한 독특한 감성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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