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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플랫폼 실험, ‘새드엔딩’ 되나
우리은행 플랫폼 실험, ‘새드엔딩’ 되나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1.1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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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서비스 ‘위비툰’ 둘러싸고 이해당사자와 갈등…금융사 디지털 전략 부실의 단면으로 평가돼

[더피알=박형재 기자] 우리은행이 웹툰 플랫폼 ‘위비툰’으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젊은 고객과 소통하려 비전공 분야에 손을 댔지만 저조한 성적으로 서둘러 판을 접게 됐고, 그 과정에서 미숙한 소통으로 같이 판에 뛰어든 작가들의 화만 키웠다.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보여주려다 촘촘하지 못한 설계로 오히려 브랜드 가치에 상처를 입힌 꼴이다. 위비툰으로 촉발된 부정적 시선은 이제 우리은행 디지털 전략의 상징인 ‘위비톡’으로까지 옮겨가는 모양새다.

우리은행 웹툰 서비스 ‘위비툰’ 메인 화면.
우리은행 웹툰 서비스 ‘위비툰’ 메인 화면.

#1. 은행이 웹툰 플랫폼 만든 이유

지난 6월 12일, 우리은행이 인기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는 위비툰을 출시했다. 목적은 모바일 플랫폼 ‘위비톡’ 홍보를 위해서다. 위비톡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웹툰을 무기로 젊은 고객과 접점을 넓히려는 의도였다. 이에 우리은행은 네이버에서 <생활의 참견>을 연재한 김양수, <MZ>의 청설모 등 인기 작가를 섭외했고 현재까지 30여편의 웹툰을 선보였다.

보수적 문화로 통하는 금융권에서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란 반응과 함께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네이버와 다음, 레진코믹스 등 웹툰 전용 서비스가 있는 상황에서 위비톡 앱으로 이용자 신규 유입이 얼마큼 이뤄질지 의문의 시선이 많았다. 

우리은행은 웹툰을 통해 딱딱한 금융 이미지를 없애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봤다. 1020 세대는 자신이 즐겨보는 작품을 꾸준히 구독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는 연착륙을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위비툰 서비스가 젊은 고객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자 내부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많아졌다.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서비스를 계속할 지 논의가 길어졌고, 고심 끝에 당초 계획대로 1년 사업으로 끝내기로 했다. 은행과 작가를 연결해주던 중간 대행사를 통해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2. 11억 사업 홍보는 ‘보도자료 1회’

우리은행의 서비스 종료 결정에 웹툰 작가들은 크게 반발했다. 웹툰 작가들은 한국만화가협회와 힘을 합쳐 “충분한 사전 설명이나 따로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만일 1년도 못돼 서비스가 종료될 줄 알았다면 작가들이 연재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우리은행을 믿고 연재한 작가들은 창작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태도에 상처를 입었다”고 성토했다.

작가들은 웹툰 서비스 종료로 작품을 완결하지 못하거나, 위비툰에 올리기 위해 다른 플랫폼 연재 제안을 거절한 경우 손해가 막심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연재 작품 중 일부는 영화화·드라마화 논의가 중단됐고, 한번 스토리가 노출된 웹툰은 ‘신선도’가 떨어져 다른 플랫폼에 재연재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기까지 우리은행의 미흡한 운영이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 측이 위비툰 홍보에 소극적이었고 일부 작품에 있어선 스토리 개입도 있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위비툰에는 ‘좋아요’나 ‘댓글’ 창도 없어서 독자와 작가 간의 소통이 전혀 이뤄질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우리은행 메신저 위비톡 실행화면. 다양한 서비스 중 웹툰(위비툰)도 있다.
우리은행 메신저 위비톡 실행화면. 다양한 서비스 중 웹툰(위비툰)도 있다.

반면, 우리은행 측은 애초 1년으로 기획한 시범서비스의 종료라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분명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했고 연재계획서도 그렇게 받았다.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서비스를 종료키로 했으나 논란이 불거져 안타깝다. 또한 스토리 개입은 작가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에는 “서비스 론칭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도자료 1회와 은행 앱 2곳에서 배너광고를 띄운 것 외에 별다른 홍보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비툰 서비스 론칭에 총 11억원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소극적 홍보라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운 대목이다. 

#3. 위비톡 띄우기 무리수였나

금융권에서는 위비툰 사태를 ‘디지털 금융’을 추구하는 우리은행의 전략 부실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보고 있다. 은행 특성을 살리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아닌, 시류에 편승하는 ‘익숙한 콘텐츠’로 다가섰다가 공연히 잡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행보는 2016년 1월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위비톡에서부터 출발한다. 위비톡은 모바일 메신저 앱이다. 론칭 당시 우리은행 측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기능을 도입해 가입자를 확보, 자사 핀테크(FinTech) 사업을 펼치는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큰그림을 그렸다.  

2010년대 들어 연예인 광고를 중단했던 우리은행은 위비톡 론칭과 함께 MC 유재석을 모델로 내세울만큼 인지도 제고와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또 플랫폼을 3.0까지 업그레이드하며 챗봇 상담, 오픈마켓 ‘위비마켓’, 카메라 어플 ‘위비캠’, ‘위비 운세’까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꾸준히 늘려갔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차별화된 생활금융 플랫폼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2016년 1월, 유재석을 모델로 내세운 위비톡 광고 장면. 우리은행은 한동안 중단했던 연예인 광고를 재개할만큼 위비톡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유튜브 광고영상 캡처
2016년 1월, 유재석을 모델로 내세운 위비톡 광고 장면. 우리은행은 한동안 중단했던 연예인 광고를 재개할만큼 위비톡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유튜브 광고영상 캡처

위비톡을 띄우기 위한 우리은행의 꾸준한 노력에도 500만명이란 가입자에 비해 실제 사용자는 5% 정도로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비톡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웹툰 서비스를 어설프게 끌어들였다가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작가들의 원성만 사게 된 꼴이다.  

#4. 금융사 디지털 전환 시사점  

우리은행의 위비톡 사태는 디지털 전환기에 적응해야 하는 다른 금융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어 은행, 카드사들은 너나없이 디지털·모바일 전략을 외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금융 서비스만으론 한계가 있기에 모바일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금융 외 콘텐츠로 눈을 돌린다. 이 과정에서 쇼핑, 번역, 카메라 등 기존 포털식 서비스들을 중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가 서비스들이 금융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플랫폼 충성도를 높이는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는 “모바일로 판을 옮겨야 하는 건 맞지만 그것도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의미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은행이 할 수 있는 것들, 금융과 라이프스타일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정교하게 접근해야지 좋다는 건 다 펼쳐놓으면 계속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아쉽다. 우리은행은 규제 산업인 은행 특성상 웹툰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대행사 2곳을 통해 진행했다. 문제는 부정적 이슈 상황을 미리 고려해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위비툰 종료 사실로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우리은행은 대행사를 앞세워 대응했고, 논의 시간이 길어지며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소할 타이밍을 놓쳤다. 논란이 번지자 뒤늦게 “계약 기간 종료 후 위비툰에 게재하던 웹툰을 다른 곳에도 올릴 수 있게 하겠다”며 한걸음 물러섰지만, 위비툰을 계기로 위비톡 플랫폼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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