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홍보인으로 산다는 것은 
스타트업 홍보인으로 산다는 것은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1.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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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 서비스’ 홍보에 기자 만남조차 어려워, 수평적 조직문화 ‘강박’처럼 느껴지기도
스타트업 홍보인으로 산다는 것은.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가능성을 보고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홍보인들도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좌절할 때가 많다. 

“스타트업은 제로(0)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많아요.”

[더피알=이윤주 기자]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넘어온 홍보인 A씨의 말이다. 6개월 뒤, 그는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같이 근무하던 홍보팀장도 더 공부해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대학원 진학을 이유로 퇴사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짧은 시간에 커리어 궤도 수정을 하게 만들었을까.  

스타트업(Startup)은 명칭처럼 새로 시작하는 회사이기에 많은 일들이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출발한다. 충분한 자원과 인력, 시스템이 갖춰진 기성 기업이 잘 가꿔진 텃밭에서 새로운 농작물을 심고 있다면,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과 인력 속에서 땅부터 일궈야 하는 처지다. 아이디어는 좋으나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 일이 진척되지 않고 힘만 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홍보 업무도 마찬가지다. A씨는 “기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한다고 말해도 내부 사정으로 계속 미뤄져 신뢰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며 “다른 스타트업처럼 회사를 알리는 차원에서 굿즈도 제작하는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실행하고 싶은 맘이 큰데 내부 공감대가 부족하니 뭔가를 시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역할과 책임이 중첩돼 다 할 것을 요구받지만 결국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1년 차 스타트업 홍보인 B씨는 회사에서 홍보 외에도 마케팅, 홈페이지 관리 등을 두루 담당하고 있다.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1인 3역이 불가피하다. 그는 “다른 일을 하다가 홍보도 잠깐 하는 식”이라며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홍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회사 바깥에선 ‘듣보 서비스’를 알리는 데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회사 인지도가 낮아 언론홍보 활동시 기자들과 만남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렵다.

C씨는 “요즘엔 매체에서 기자 번호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미팅을 위해 콜드메일(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요청 메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 회사의 비전과 현재 성과 등을 메일에 정리해서 보내지만 (응답이 오는 곳은) 많아야 열 개 중 두세 곳 뿐이다. 그래도 계속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몇몇 이름난 대형 스타트업이 광고·홍보 예산을 가지고 언론과 면(面)을 트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때문에 경험 없는 스타트업은 유가기사(광고비를 집행해 홍보기사를 내보내는 방식)를 고려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홍보효과도 거의 없을 뿐더러 대부분 단발성으로 그치고 만다.  

스타트업 특유의 문화가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장애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호칭 문화가 있다. 수평적 분위기와 자율성을 강조하기 위해 영어이름을 사용하거나 ’~님‘자를 붙이곤 하는데, 바깥에선 오히려 불필요한 설명을 요할 때가 많다.   

D씨는 “사정에 따라서 유연성을 가지고 운영돼야 하는데 스타트업은 무조건 수평적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며 “(대외 커뮤니케이션시) 홍보는 급을 파악하면서 해야 할 업무가 많다. 내부 원칙만 고집하기 보다 바깥의 온도에 맞춰 수직과 수평이 조화롭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홍보인의 희로애락 사연을 제보 받습니다. 해당 내용은 더피알 12월호 매거진에 ’익명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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