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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1) - 위원회 방치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1) - 위원회 방치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11.20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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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사고 발생시 유가족 대신 언론에 먼저 사과?

[더피알=정용민]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표현은 위기관리를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종종 쓰인다. 일반적 생각을 벗어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현장에서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속내를 전부는 알 수 없기에 당시 갸우뚱했던 ‘비상식적’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을 7가지로 정리했다.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이다 실패이다 하는 평가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기준으로 보자)

① 위기관리위원회를 방치하는 전략
② 대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전략
③ VIP가 절대 나타나지 않는 전략
④ 배상이나 보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
⑤ 배상비용을 법적대응에 쓰는 전략
⑥ 사내 비리나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전략
⑦ 위기 때 대형 프로모션으로 관리하는 전략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현장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현장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나오면서 대대적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경찰이 초기부터 개입했고, 여러 관계기관이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투입됐다. 외부에서는 빨리 해당 기업의 책임 있는 대표가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해 설명해 주기 바란다.

또한 사망자 가족과 동료들이 회사 측에 자세한 사고 설명을 요구하고, 장례식을 포함한 보상 대책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아무런 외부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일부 기자들을 불러 모아 고개 숙이는 회견을 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의미 있는 답변조차 내놓지 못했다. 사망자 가족들은 울분을 터뜨리며 회사의 안이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보도하며 회사에 대한 부정 기사들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비판 여론이 발생해 해당 기업에 대해 정부의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요구들이 끓어 넘치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하나 같이 왜 해당 기업이 그렇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조사가 진행되는 한 달여 기간이 지났다. 그간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위기관리팀은 사회적 공적(公敵)이 됐다. 무능하고, 안일하고, 우왕좌왕하며, 아무런 힘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표이사와 위기관리팀은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기업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에게 대응 잘하라는 지시만 내려 보냈을 뿐 그 외 실질적인 위기대응 방식에 대한 결재를 해주지 않았다. 당연히 사과광고나 사망자 보상이나 그 외 여러 위기관리 대책들이 입안 과정에서 머무르며 진행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사회적 공분만 생성된 상황이 돼버렸다.

그러던 중 언론의 대대적 최후 반격이 시작됐다. 대표이사 윗선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날 직후 기업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를 신속히 경질하고 주요 위기관리팀 멤버들을 교체했다. 전투 중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상식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신임 대표이사에게 이전의 무능했던 위기관리를 답습 말고 신속하게 위기를 마무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미 정부의 조사결과도 나왔고, 회사의 책임 부분도 이전보다 명확해졌다. 사망자 유가족들도 지쳐 있었고, 협상은 전문적 일선 팀에서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새롭게 출발한 대표이사의 위기관리팀은 바로 사과광고를 내고 유가족과의 협상 타결을 공지했다. 이전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던 대표이사와 위기관리팀을 원망하던 유가족들은 바로 유가족을 찾아와 협상을 마무리한 새 대표이사에게 감사했다.

결국 이 회사는 유동적 상황을 참고 견디다가 위기관리팀을 교체해 새롭게 어프로치(접근)하는 비상식적인 전략을 구현했다. 내부적으로는 경질해야 했던 대표이사를 위기를 빌어 정리하고 몇몇 핵심인사에게도 책임을 물었다는 소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모든 것이 계획에 의한 비상식적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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