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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어떻게 ‘역사관 논란’ 잠재웠나
BTS는 어떻게 ‘역사관 논란’ 잠재웠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1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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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으로 불거진 나치·원폭 이슈, 소속사 빅히트 대응으로 본 위기관리 포인트
역사관 논란에 휩싸였던 방탄소년단. 사진은 지난 9월 UN에서 연설하는 모습. 뉴시스
‘나치·원폭 논란’에 휩싸였던 방탄소년단. 사진은 지난 9월 UN에서 연설하는 모습.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우려했던 일본 투어는 순항중이다. 우익들의 ‘혐한’과 ‘반일’ 프레임에도 팬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본뿐만 아니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아미(ARMY)’의 팬덤은 여전히 굳건하다.

이른바 ‘원폭 티셔츠’와 ‘나치 문양 모자’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비교적 빠르게 이슈를 진화하고 글로벌 무대를 누비고 있다. 원폭과 나치를 옹호하는 듯한 이미지가 씌워진다면 큰 인기만큼이나 역풍을 맞을 수 있던 상황. BTS를 둘러싼 이번 논란과 소속사 대응을 위기관리 관점에서 짚어봤다. 

#논란의 시작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스포츠’의 기사가 발단이었다. BTS 멤버 RM이 2013년 광복절 당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트윗을 게재한 점, 그리고 지민이 ‘원폭투하 장면’과 1945년 광복 당시의 모습을 담은 티셔츠를 입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아 ‘반일 프레임’으로 끌고 갔다.

우리 국민이 광복을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원폭 티셔츠였다. 엄청난 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일본의 아픈 역사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해석됐다.   

이후 일본 최고의 음악 프로그램인 TV 아사히 ‘뮤직스테이션’ 출연이 보류되고 RM이 나치문양이 새겨진 모자를 쓴 이미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회자됐다. 한 공연에서 나치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펼쳤다는 주장까지 대두되면서 논란은 한일 양국을 넘어 글로벌 이슈로 확장됐다.

서구사회에서는 나치 이미지가 혐오에 가깝다. 더욱이 직접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유태인들이 전 세계에 산재해 있기에 BTS로선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악재였다. 미국의 유태인 인권단체인 시몬위젠탈센터도 “과거에 대한 조롱”이라며 BTS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과 타이밍

논란이 번지는 속에서도 침묵하던 BTS는 보름 만에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입장문 발표로 대응을 시작했다. 빅히트는 BTS를 비롯한 자사 아티스트들은 전쟁과 원폭,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 등에 반대하고 이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줄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문제 제기된 사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해 이해를 기반으로 빅히트 및 소속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 저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분들이 없도록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정중히 사과했다.

아울러 “책임은 아티스트들의 소속사로서 세부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 빅히트에 있으며, 당사 소속 아티스트들은 많은 일정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안들의 책임과 관련이 없다”며 BTS와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방탄소년단 관련 논란에 대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입장문. 공식 페이스북 캡처

빅히트의 입장문은 그 내용보다 발표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초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 보름 만에 나왔기 때문.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언론 등을 통해 분초단위로 이슈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결코 빠르다고 볼 수 없는 시점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 위기관리 전문가인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이슈에 대한 사과타이밍은 ‘빠르다’ ‘늦다’로만 볼 수 없다”며 “이해관계자가 사과를 받을 자세가 있거나 요구를 할 때 타이밍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BTS 이슈의 경우 사과할 (직접적) 이해관계자가 없다는 점에서 시기 조율이 필요했다”고 봤다.

때마침 입장문이 발표된 날은 BTS의 일본투어 첫 공연이 예정된 당일이었다. 송 대표는 “의도적이지 않은 과거 일이 밝혀진 이슈이다 보니 갑자기 사과를 하면 오히려 뜬금없어 보인다. 어떤 분기점이 필요한데 그것을 일본공연으로 봤던 것 같다”며 “오히려 (사과가) 빨랐다면 논란은 더욱 가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널 전략

빅히트는 사과 방식에 있어 온라인 공식 채널을 십분 활용했다. 오늘의 BTS를 만든 근간인 팬들과의 직접 소통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일본 팬클럽 사이트 정도를 제외하고는 소속사 한국 SNS 계정으로 단일화했다. 다만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등 3개 국어로 입장문을 작성해 글로벌 팬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인지시켰다. 언론에 따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지도 않았다.

BTS 계정에는 입장문을 비롯한 관련 메시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평소대로 멤버들의 일상과 콘서트 홍보 게시물만 올라왔을 뿐이다. 입장문 내용대로 해당 논란과 BTS를 연결짓지 않으려는 소속사의 의도가 읽힌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ARMY 불타오르게 하는 BTS식 SNS 소통

송 대표는 “채널을 통일하는 것은 메시지 통일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팬덤 위기관리 방법”이라며 “메시지를 통일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채널은 회사의 공식 채널이다. 그런 측면을 모두 감안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이해관계자별 대응

공식 대응 이후 빅히트는 이해관계자별 일대일 사과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갔다.   

첫번째 대상은 유태인 인권단체인 시몬위젠탈센터다. 빅히트는 별도의 메시지를 보내 “우리 자신을 계속 교육시키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좀 더 민감해지겠다”며 “불쾌감을 느낀 분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원폭피해자협회를 직접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빅히트의 사과는 즉시 여론에 영향을 끼칠 만한 효과를 가져왔다. 시몬위젠탈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사과문을 공개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한국원폭피해자협회도 “일련의 사태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면서 오히려 ‘혐한 프레임’을 조장하는 일본 극우세력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송 대표는 “(애초) 언론은 이번 사안을 ‘반일 감정’ 이슈로 바라봤는데 그 프레임에 갇혔다면 돌파구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원폭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면서 프레임 자체를 바꿀 수 있었다. 그러면서 (빅히트 사과) 메시지도 함께 살아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방탄소년단의 도쿄 콘서트를 찾은 일본 여학생이 태극기가 부착된 재킷을 입고있다. 뉴시스
지난 14일 방탄소년단의 도쿄 콘서트를 찾은 일본 여학생이 태극기가 부착된 재킷을 입고있다. 뉴시스

#팬덤의 힘

BTS의 강력한 팬덤도 논란을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전 세계 1000만이 넘는 아미들이 나서 우호적 여론에 힘을 실었다. 

단순히 ‘우리 오빠들한테 왜 그래요’ 수준의 맹목적 팬심이 아니었다. 논란을 계기로 BTS가 음악으로 표현해왔던 위로와 희망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승화시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자발적 후원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일본 우익들의 ‘피해자 프레임’은 일거에 벗겨졌고 BTS 팬덤의 이미지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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