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2) - 대변인 패싱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2) - 대변인 패싱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11.2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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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정보공유 없이 언론대응해라?

[더피알=정용민]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표현은 위기관리를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종종 쓰인다. 일반적 생각을 벗어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현장에서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속내를 전부는 알 수 없기에 당시 갸우뚱했던 ‘비상식적’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을 7가지로 정리했다.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이다 실패이다 하는 평가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기준으로 보자)

① 위기관리위원회를 방치하는 전략
② 대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전략
③ VIP가 절대 나타나지 않는 전략
④ 배상이나 보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
⑤ 배상비용을 법적대응에 쓰는 전략
⑥ 사내 비리나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전략
⑦ 위기 때 대형 프로모션으로 관리하는 전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기내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사측은 "막말·갑질 없었다"고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칼럼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기내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사측은 "막말·갑질은 없었다"고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칼럼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이 회사에서는 평소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했다.

“홍보실에 정보를 주면 어느새 언론에서 알아버려 위험합니다. 홍보실에서는 자신들이 흘린 정보가 아니라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의심이 갑니다. 그래서 홍보실에게는 아무런 중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보가 흘러 나가지 않게 됩니다.” 이에 대해 홍보실은 항상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홍보실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기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연락해 와 이번 위기에 대해 처음 인지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해 보고 어떻게 된 것인지 입장을 정리해 알려 주겠다며 전화를 끊은 홍보실장이 대표이사에게 문의했다.

대표이사는 “그게 좀 그렇게 되었다”는 식의 답변뿐이다. 급한 홍보실장이 여러 논란에 대해 질문하자 마케팅 실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라 한다. 홍보실장이 마케팅실장과 다른 연관 부서장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일정상 신속한 미팅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유선상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지만, 다들 주저하면서 대표이사와 같이 미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기자들은 계속 회사의 공식입장을 내라 재촉한다. 몇몇 부서장에게 하소연했지만 그들은 “홍보실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 아닌가?” 또는 “그러라고 홍보실이 있는 건데 뭘…” 이런 반응이다. 결국 마감 때까지 아무런 입장도 언론에 전달하지 못했다. 당연히 극단적이고 부정적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은 그래도 세부정보들이 언론에 흘러들어가지 않은 게 그중 다행이라 생각한다. 자세한 정보를 홍보실에 모두 공유했다면 아마 보도와 기사가 더욱더 풍성해졌을 것이라 상상하는 것이다. 어차피 부정기사는 다른 부정기사가 밀어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영진이기 때문에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 보고 있다.

여러 후속기사들이 나오면서 상황이 좀 더 악화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정치권에서 큰 스캔들이 터졌다. 점차 언론의 관심 밖으로 회사의 위기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홍보실은 위기발생 직후부터 아무런 정보도 메시지도 정리하지 못했다. 이윽고 위기에 대한 주목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경영진은 자신의 전략이 맞았다고 이야기하며 홍보실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기존 태도를 강화한다. 홍보실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입장을 정리해 전달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상식을 이 회사는 의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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