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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3) - VIP는 먼곳에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3) - VIP는 먼곳에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11.22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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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검찰 출두시 증명사진 찍는다?

[더피알=정용민]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표현은 위기관리를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종종 쓰인다. 일반적 생각을 벗어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현장에서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속내를 전부는 알 수 없기에 당시 갸우뚱했던 ‘비상식적’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을 7가지로 정리했다.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이다 실패이다 하는 평가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기준으로 보자)

① 위기관리위원회를 방치하는 전략
② 대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전략
③ VIP가 절대 나타나지 않는 전략
④ 배상이나 보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
⑤ 배상비용을 법적대응에 쓰는 전략
⑥ 사내 비리나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전략
⑦ 위기 때 대형 프로모션으로 관리하는 전략

불법증여 및 횡령 정관계 로비의혹을 받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지난 2010년 10월 15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중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뉴시스 (*칼럼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불법증여 및 횡령 정관계 로비의혹을 받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지난 2010년 10월 15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중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뉴시스 (*칼럼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다른 회사 VIP들은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 이미지 전략)라는 계획까지 세워가면서 언론 홍보와 온라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 회사는 그렇게 VIP를 띄우지 않느냐 내부적으로 의아해하는 임원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VIP를 공개적으로 띄워봤자 뭐 좋을 게 있느냐며 차라리 은둔의 경영자라는 말을 즐기시라 조언하기도 했다.

출입기자들은 물론 거의 대부분 VIP의 실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스냅사진으로 흐릿하게 찍힌 사진이 유일하게 언론에서 가지고 있는 사진이다. 가끔 회사에 대해 좋은 기사가 나왔을 때에도 VIP 사진이 없어 언론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불평이 들린다.

홍보실에서는 비서실에게 공개 가능한 VIP 증명사진 파일을 좀 공유해 줄 수 있느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기자들에게는 VIP께서 언론을 통해 실속 없이 홍보되는 것을 꺼려하신다, 워낙 겸손하셔서 언론에 나서는 것을 사양하신다는 논리로 양해를 구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VIP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다. 많은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기사와 보도에 사용할 수 있는 사진을 찾기 바쁘다. 그러나 대부분 기사에 싣기에는 선명도나 형식이 어울리지 않았다. 홍보실에게 사진자료를 달라는 요청이 언론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지만 평소에도 없던 사진이 풀릴 리 만무했다.

결국 검찰에서 VIP 소환 일정을 잡았다. 기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VIP 실제 모습을 보려고 당일 몰려들었다. 그러나 VIP는 검소한 복장을 하고 이른 시간에 몰려 있는 기자들을 뚫고 민원인인 듯 검찰청으로 입장했다.

주변 기자들은 아무도 그가 VIP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결국 검찰의 조사를 받고 유유히 빠져나오려던 VIP는 기자들의 불심검문(?)에 걸렸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VIP였지만, 비서실과 경호원의 호위 아래 차에 태워졌고 급하게 검찰청사를 떠나는 데 성공했다.

VIP와 경영진은 입을 모아 평소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검찰 출입과정에서 다른 VIP 같은 곤경(?)을 경험하지 않았다며 성공이라는 평가를 한다. 괜히 여기저기 얼굴이 팔리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한다. 책임 있는 기업 VIP로서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또는 리더십을 가시화 한다 등의 상식적인 전략이 의심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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