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4) - 일단 버티기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4) - 일단 버티기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11.2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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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에너지 고갈의 순간을 노린다?

[더피알=정용민]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표현은 위기관리를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종종 쓰인다. 일반적 생각을 벗어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현장에서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속내를 전부는 알 수 없기에 당시 갸우뚱했던 ‘비상식적’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을 7가지로 정리했다.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이다 실패이다 하는 평가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기준으로 보자)

① 위기관리위원회를 방치하는 전략
② 대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전략
③ VIP가 절대 나타나지 않는 전략
④ 배상이나 보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
⑤ 배상비용을 법적대응에 쓰는 전략
⑥ 사내 비리나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전략
⑦ 위기 때 대형 프로모션으로 관리하는 전략

지난 4월 11일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 현안점검 회의'에서 쉐커 푸자리(오른쪽 세번째) 옥시배상 대표가 웃음을 보여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곽창헌(오른쪽) 옥시 전무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지난 4월 11일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 현안점검 회의'에서 쉐커 푸자리(왼쪽) 옥시배상 대표가 웃음을 보여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곽창헌(오른쪽) 옥시 전무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어떤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이 생기면 해당 기업은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그 책임을 행하는 것이 위기관리에 있어 상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회사는 그런 책임이 있음에도 상당한 시일을 허비하며 이를 요구하는 이해관계자들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여론이나 언론은 점점 더 악화되고, 협상에 지쳐가는 이해관계자들이 추가 이슈를 제기하면서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왜 그렇게 협상이 지지부진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일부에서는 회사가 보다 전향적 자세를 보이라고 요구한다.

반면 회사 협상팀에 소속된 임원들은 이런 논리를 편다.

“협상은 끌면 끌수록 상대가 조바심을 내고, 이내 지치게 되는 법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의지나 에너지가 고갈되죠. 거의 마지막 지경에 다다랐을 때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안을 지속 제공하면 그걸 상대가 받을 가능성은 높아지죠. 이것이 협상전략입니다.” 홍보실은 이런 전략에 대해 좌불안석이 되어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협상팀의 전문성을 믿는다면서 그들의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 대표이사와 협상팀이 예상하던 상황이 됐고, 협상 내용은 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종결됐다. 다만 그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그 동안 회사에 대한 부정기사와 부정여론 또한 막대했다. 이제부터는 홍보실이 잘 해서 다시 이미지를 턴어라운드(극적 변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부정적 상황을 최소화하라는 위기관리 전략이 그들의 목표와는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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