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넥스트’가 기대되는 이유
‘코오롱의 넥스트’가 기대되는 이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11.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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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이웅열 회장의 쿨한 퇴진, 그룹 전체 긍정적 이미지 심어
이웅렬 코오롱 회장.
“이젠 망할 권리가 생겼다”며 쿨하게 총수직을 내려놓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깜짝 발표였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돌연 그룹 총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해 재계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직을 내려놓을 특별한 일이 없음에도 스스로 용단을 내린 점, 그것이 ‘청년 이웅열’로서 창업의 길로 가기 위한 여정의 출발점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하면서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돌발 선언 못지않게 크게 화제가 된 건 ‘회장님’으로서 마지막으로 직원들에 전한 퇴임의 변(變)이다. 내용은 솔직하고 화법은 캐주얼했다.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납니다. 우물쭈물하다 더 늦어질까 두렵습니다. (중략) 새 일터에서 성공의 단 맛을 맛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까짓거, 행여 마음대로 안 되면 어떻습니까. 이젠 망할 권리까지 생겼는데요.”

“저보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온 것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껴야 했습니다. 그 동안 그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습니다. 이빨이 다 금이 간듯합니다. 여태껏 턱이 빠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입니다.”

“그냥 이렇게 헤어지면 서운하지 않을까요? 저 멀리 울릉도에서 이 곳 마곡까지 전국의 사업장에서 조촐하게 이별의식을 치르면 어떨까요? 그러나 접었습니다. 이별은 쿨(잘난척) 해야 하니까요.”

대기업 회장님답지 않은 쿨함은 자못 신선했고, 청년의 자세로 제2 인생을 살아가려는 그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이 회장의 유별난 퇴임사는 일차적으론 내부 직원들을 향한 것이었지만 외부적으로 코오롱그룹 이미지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회사는 나의 것’이라는 오너 마인드에서 벗어난 자체로 여론의 호평을 끌어냈으며,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다”는 고백은 달라질 코오롱의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아울러 “제 부친 고(故) 이동찬 회장께서도 21세기 새로운 사업은 새로운 세대가 맡아야 한다고 말하셨다. 아무도 예상 못했을 때 그렇게 코오롱을 떠나셨다”고 언급함으로써 재계 여타 대기업들과는 다른 기업문화를 자연스레 주지시켰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회장은 개인을 넘어 그룹 전체에도 PI(President Identity) 효과를 안겼다.

PI는 단순히 최고경영자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한 수단이 아닌, 리더를 활용해 기업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 회장은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코오롱의 성공을 이뤄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코오롱 못지않은 ‘이웅열의 넥스트’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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