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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는 예측해야 의미있는걸까
트렌드는 예측해야 의미있는걸까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8.12.07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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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시공간] ‘폭발력’ 만드는 유력한 계기 찾아야

‘브랜드의 시간과 공간’은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 두 개의 시선을 통해 브랜딩과 마케팅 이면의 의미를 짚어 봅니다. 시간을 보려면..

젠틀몬스터와 아이돌 송민호가 콜라보레이션한 전시공간 버닝플래닛. 사진=젠틀몬스터 페이스북
젠틀몬스터와 아이돌 송민호가 콜라보레이션한 전시공간 버닝플래닛. 사진=젠틀몬스터 페이스북

[더피알=정지원] 어떤 공간에 들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이 공간 힙하다, 쿨하다, 트렌디하다’라고 되뇌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뭔가 전형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거나, 그 공간을 만든 사람들만의 특별한 아우라가 느껴질 때다.

최근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케 한 전시공간은 또 젠틀몬스터였다. 젠틀몬스터는 언제나 색다른 비주얼을 공간에 심어 놀라움을 주는 안경 브랜드다. 이번엔 아이돌 가수 송민호와 콜라보해 그 만남 자체로 화제가 된 버닝플래닛(Burning Planet)이었다.

성수동에서 진행된 이 전시는 한정 시간, 한정 인원을 정해진 요일별 관람수로 제한해 사전예약을 통해 입장시켰다. 첫 번째 룸은 시계방. 할아버지 한 분이 프론트에 나른하게 앉아있지만 이 방을 통과하면 미래로 향하는 방으로 연결된다. 마치 간판 없이 위장해 술을 밀매했던 스피크이지(SpeakEasy)를 연상시키는 관문이다.

빈티지한 시계들로 가득한 복도를 지나면 번아웃(burnout)된 생명체와 공간, 사물만 존재하는 행성(이라 칭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로봇타조의 기괴한 형상과 여러 동작의 마네킹들이 번아웃된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다.

곳곳에 철판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타이핑을 하고 다림질을 하며 장기를 두는 등 퍼포먼스가 결합되면서 관객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마지막 방에서 기괴한 형태의 디저트까지 맛보고 나면 여러 감각을 통해 전달받은 이들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다. 공간이 주는 경험이다.

행동과 습관에 주는 변화

트렌드 관련 서적이 쏟아지는 연말에 이 전시를 봐서 그런지 묘하게 ‘트렌드’라는 개념과 결부시켜 관람하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이나 다량의 소비자 행동분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교집합이 트렌드이기도 하나, 위 전시와 같은 굵직한 경험이 주는 영향력 역시 의미가 있다.

관객과 배우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주었던 뉴욕의 매키트릭호텔, 손님을 아르바이트로 쓰면서 직원 하나 없이 운영되는 도쿄의 미래식당, 호텔 전체를 친환경 재료·소품·물건으로 구성한 트렁크호텔 등의 사례가 그러하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유된 버닝플래닛 관람 이미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유된 버닝플래닛 관람 이미지.

비록 젠틀몬스터 전시를 많은 이들이 보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소비의 변화를 이끄는 밀레니얼들의 공유와 동경이 있었다면 이 공간은 트렌드를 이끄는 영향력이 있는 곳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해마다 트렌드를 궁금해 하고 그에 연연해하는 것일까?’ 필자는 트렌드와 밀접한 일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 그 변화를 이끈 동인을 찾고 브랜드 전략에 적용한다. 그래서인지 이맘때만 되면 한 쪽에서는 내년 브랜딩 트렌드를 좀 뽑아달라는 요상한 요청을 받기도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트렌드 무용론이 펼쳐지는 상황을 보는 그 중간 어디쯤에 서있다.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매년 그렇게 큰 변화가 어디 있겠느냐 하는 마음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세한 변화를 읽어야 한발자국이라도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또 하나. 그런데 정말 트렌드는 예측을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예측은 가능하긴 한 것일까?

예측보다는 트리거를 찾는 작업

트렌드라는 단어에는 이미 시간적 개념이 전제로 깔려있다. 행동이나 사상 등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말하는 것이다 보니 과거로부터 이어져 현재,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큰 시간적 흐름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예측이라는 것은 애당초 힘든 것이다. 당장 올해, 내년의 트렌드를 화려한 키워드로 찍어주는 예측보다는 트렌드를 포착하는 방식에 대한 촘촘한 관찰들이 더 의미 있는 관점이다.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끼쳤던 사건들,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행동양태들을 미세하게 관찰해낸 보고서라면 일반론이다. 이를 근거로 다양한 업종, 다양한 상황에서 각자의 예측을 해나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트렌드는 예측보다는 트리거(trigger)를 찾는 작업이다. 총의 방아쇠, 폭탄의 폭파장치를 뜻하듯 크나큰 변화나 변혁, 폭발력을 만드는 유력한 계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미세한 관찰정보들을 전제로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분석자가 얼마나 의미 있는 방법으로 트리거들을 포착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얼마 전 한 기관에서 2019년 트렌드를 규정하면서 ‘밀레니얼들의 생활변화 관찰기’라는 화두를 내건 것은 사뭇 신선했다. 최근 우리사회의 변화, 전세계 소비시장의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트리거를 '밀레니얼 세대'라는 사람으로 규정한 것이다. 트렌드를 한 세대의 특성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시대라니!

트렌드는 누구에게 제일 필요할까? 직종으로 보면 당연히 마케터들일 것이다. 아니 무언가를 팔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모든 사람들로 정정해봤다. 트렌드는 제품을 많이 팔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하고 또 이를 통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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