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인스타툰, 뭐가 다르길래?
뜨는 인스타툰, 뭐가 다르길래?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2.13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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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형 작품 입소문, DM·댓글로 참여 유도하며 소재 발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웹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웹툰을 '인스타툰'이라고 한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인스타그램이 웹툰 무대로 뜨고 있다. ‘인스타툰’ ‘툰스타그램’이라 불리는 가운데 특히 소통형 작가들의 계정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들 작품은 기존 웹툰과는 조금 다르다. 작가 개인의 생각이나 상상을 기반으로 하기보다, 독자 이야기나 요청이 곧 그림의 소재와 주제가 된다. 

독자에게 소재를 찾는 방법은 인스타 DM(Direct Message)과 댓글 기능. 팔로어 17만1770명을 보유한 키크니(@keykney) 작가는 독자 요구사항에 자신만의 B급 창의력을 더한 결과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 회사 가기 싫은 상황 그려주세요’란 요청에는 연어, 광어, 숭어를 들고 힘들게 출근하는 직장인 모습을, ‘다음 생에 엄마가 제 딸로 태어나는 거 그려주세요. 다음 생에도 엄마랑 함께하고 싶어요’라는 감동 사연에는 ‘우리 딸 엄마 의견도 좀 들어볼래’라며 정색하는 엄마 얼굴을 그린다.

‘월요일 아침에 회사 가기 싫은 상황 그려주세요’. @keykney

‘뭐든지 그림으로 그린다’는 콘셉트에 맞춰 독자들은 난해한 상황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이 계정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이걸 어떻게?’라고 생각했던 주제도 소화하는 작가의 창의성을 보는 재미다.

해리포터 너무 좋아해서 지나가다 벽돌로 된 벽 보면 무조건 한번씩 두드리고 가는데 벽이 무슨 생각하는지 그려주세요

@keykney

저희 강아지가 매일 예뻐서 우쭈쭈 해주면 혓바닥을 내밀어요 혓바닥은 무슨 생각 하는지 그려주세요

@keykney

아예 특정한 콘셉트를 정해놓고 독자의 경험과 생각을 묻는 경우도 있다. 직장 갑질을 소재로 한 삼우실(@3woosil)이 이에 해당된다. 인기에 힘입어 웹툰을 재구성해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이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사회적 이슈인 갑질을 소재로 다루다 보니 공감하는 독자도 유독 많다. 한 달 전 ‘갑질 어디까지 당해봤니’ 댓글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갑질 논란이 벌어졌을 때는 제보 건수가 눈에 띄게 늘기도 했다. 간혹 형사 처벌이 가능한 수준의 제보가 들어올 때면 대책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삼우실 직장툰. @3woosil

초반에 한 독자님이 보내주신 글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자신은 사회 초년생이라 주인공 용히처럼 할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의 성격을 탓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같은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저뿐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그런 내용이요. 이렇게 답변드렸어요. “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조금씩이라도 용기 내어 말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 하지만 그렇게 저항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절대 좌절하지 마시라”고.

삼우실이 독특한 또 하나의 이유는 CBS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제작하는 웹툰 콘텐츠라는 점이다. 김효은 CBS 기자가 글을, 강인경 그래픽디자이너가 그림을 각각 맡고 있다. 

삼우실 직장툰. @3woosil

김 작가는 기사와 웹툰의 차이에 대해 “익명성과 보편성이 다르다. 기사는 가해자 처벌과 재발 방지 등이 목적이라면, 웹툰은 특정 인물보다는 특정 행동의 문제점을 짚고 공론화하는 게 목적”이라며 “올바른 직장 문화, 직장 예절을 만들어 나가자는 게 삼우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웹툰 플랫폼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스타에 머무는 동안 부담없이 오가며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더 나아가 자유롭게 댓글을 달고 친구를 태그하면서 추천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올렸던 일기장 같던 공간에 독자가 생기기도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지혜 작가(@jihyeillust)는 평소 그렸던 일상 그림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독자와 소통하기 시작했다. 

가령 기상 알람을 외면하고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 등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침을 여러 장의 일러스트로 그린 후, ‘아침에 일어나서 당신은 어디로 향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주제는 취향, 반복, 아침, 소확행 등 그야말로 일상적이다. 

#아침. @jihyeillust
#반복. @jihyeillust

이 작가는 “큰 주제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들 뭐하세요?’라고 물으면 다들 비슷한 답변을 남겨 주더라. 그 속에서 소재와 영감을 찾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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