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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메모한 120개 아이디어, 하나씩 실행할 겁니다”
“영국서 메모한 120개 아이디어, 하나씩 실행할 겁니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2.19 13: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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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학도서 경영자로 복귀한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

[더피알=박형재 기자] 회사 경영을 내버려두고(?) 홀연히 유학 길에 올랐다. 그리고 1년 2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김동석(49) 엔자임헬스 대표 얘기다. 만학도에서 경영자로 복귀한 그와 오랜 만에 만났다. 대화는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직접 경험하고 공부한 헬스커뮤니케이션 동향과 함께 PR업 전반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흘렀다. 

김동석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영국 유학을 결심하고 1년 반 동안 심리행동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사진: 박형재 기자
김동석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영국 유학을 결심하고 1년여 동안 심리행동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사진: 박형재 기자

PR회사 대표가 자리를 1년 이상 비우는 게 쉽지 않은데, 무엇이 유학길로 이끌었나요?

평소 의사, 교수, 기자, 공무원 등 함께 일하는 분들이 연구년을 갖는 것을 보며 PR인이야말로 이런 제도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어느 직종보다 새로운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유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는 PR을 시작한 지 꼬박 20년, 사업을 시작한 지는 10년이 되던 해에요. 이제 곧 50세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고, 그 동안의 경험과 지식이 천천히 고갈되고 있다는 것을 느껴 배움의 길을 택했어요.

영국에선 새로운 지식을 많이 채워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런던 정경대(LSE)에서 2017년 8월부터 1년간 심리행동과학(psychological and behavioural science)을 배웠어요.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를 결합해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타인의 부드러운 개입을 유도하는 넛지(Nudge)식 방법도 이 중 하나고요. 사람들은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 운동도 안하고, 담배도 안 끊잖아요. 이런 식으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원인과 적절한 개입방법에 대해 공부했어요. 사실 이번이 세 번째 석사 학위라서 박사를 권유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헬스케어에 꼭 필요한 공부라 생각해서 강행했죠.(웃음)

넛지 커뮤니케이션은 저도 일전에 기사로 쓴 적이 있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웃음)

예컨대 현실중시편향(present bias)이란 게 있어요. 사람들은 현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건강행동보다는 충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거에요. 20대에게 지금처럼 담배 피우면 30년 뒤 암 걸릴 수 있다고 말해도 안 먹히잖아요. 이 보다는 나에게 당장 와닿는 메시지로 어필해야 통해요. 나는 담배피는 것을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동년배들은 별로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해 스스로 끊게 하는 거죠. 

또한 마트에 세제를 진열할 때 오른손잡이가 잡기 편하게 놓으면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잘 알려진 넛지 사례 중 하나입니다.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 매출에 차이를 줄 수 있어요.

헬스커뮤니케이션 관련 영국에서 발견한 특징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최근 영국의 건강 관련 핵심 키워드는 ‘정신건강(Mental Health)’입니다. 왕실, 정부, 지자체, 기업할 것 없이 국가 전체가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정신건강 이슈는 거의 매일 미디어의 단골 소재로 다뤄졌고요.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정신건강 관련 프로그램이나 토론회, 뉴스 꼭지를 마무리할 때는 정지 화면이나 내레이션으로 관련 질환의 상담기관 연락처를 눈에 띄게 소개해 준다는 점입니다. 이슈거리로만 건강을 다루기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미디어의 노력이 새로웠어요.

정신질환의 인식 개선을 위해 유명인들이 자기고백에 적극적인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윌리엄과 해리 왕자가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사망으로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방송에서 고백하거나, 유명 배우들이 자신들의 정신질환 전력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며 인식 개선 대열에 합류하는 용기와 책임감이 놀라웠어요. 이를 통해 정신질환은 누구나 있을 수 있으며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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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세계보건기구)가 건강의 정의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한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우리나라 역시 현재 육체적 건강에 주로 맞춰진 캠페인들이 정신적·사회적 건강으로까지 점차 확대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어요.

학위 논문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헬스케어 분야의 위기 사이클에 대한 연구였어요.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신종플루, 메르스 등 국가 공중보건 위기의 미디어 보도량과 내용을 분석해 위기가 대중들에게 어떻게 확산되고 진정되는지 사이클을 분석했습니다.

핵심적인 발견 몇 가지를 소개하면, 위기 시 대중과 미디어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사망자수는 결핵(2186명 사망, 2016년 기준), 신종플루(263명 사망), 메르스(39명 사망) 순이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와 미디어의 보도량은 정반대로 나타났어요.

또한 국가의 공중보건 위기는 기업 위기와 달리, 첫 위기 보도 후 일정 기간 보도를 자제하는 ‘유예기간’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미디어 역시 공중보건 위기의 공공성을 인식해 처음부터 부정적 기사를 생산해 내는 것은 아니며, 방역에서 실수가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위기 보도가 확산되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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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은 보통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 시에는 기업 위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들이 한꺼번에 연쇄적으로 발생하기 쉽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슈들이 산재해 있을 때보다, 이들 중 또렷하게 한 가지 이슈가 도드라질 경우 그 이슈가 해결되면 다른 이슈들도 한꺼번에 해결되는 독특한 특징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메르스 발생 시 엄청나게 많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모든 이슈는 ‘병원명 공개’로 집중됐고, 병원명이 공개되자 메르스 자체에 대한 미디어와 국민 관심이 크게 떨어지는 독특한 위기 사이클을 보였어요.

영국에서 관심 있는 헬스케어 키워드는 정신건강이다. 김동석 대표는 우리나라도 헬스케어 정책이 정신건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박형재 기자
영국에서 관심 있는 헬스케어 키워드는 정신건강이다. 김동석 대표는 우리나라도 헬스케어 정책이 정신건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박형재 기자

만학도로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학교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수업 첫 시간부터 지겹도록 들었던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대한 중요성과 교수들이 자신의 학문적 업적조차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주문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한번은 통계 수업 시간에 시험문제가 어렵게 나오자 100명 넘는 학생들이 교수에게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교수가 이에 대해 반박하는 과정이 한동안 계속됐어요. 학생들과 교수들의 치열한 논리 공방전은 그 과정 자체로 학생들에게는 큰 배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노안이 와서 공부하기 힘들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웃음) 유학 직전 노안으로 안경을 처음 쓰기 시작한 터라 눈이 항상 피로했어요. 그 와중에 매일 과제와 논문이 쏟아져 육체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최고령 학생이었지만 그밖에 나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고요.

해외 선진국에 비해 한국 PR에 아쉬운 점도 새삼 느끼셨을 것 같아요.  

사실 공공PR이나 상업적 헬스케어를 할 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건 결국은 소비자 행동변화거든요. 영국 PR학회에서도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고요. 우리나라 PR회사들은 자신의 역할이 4P(제품 product, 유통 place, 가격 price, 판매촉진 promotion) 중에서 프로모션에만 국한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PR이 다루는 영역이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는데, 왜 개선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PR업무가 미디어 설득해서 우리 메시지를 내는 거였잖아요. 지금의 미디어는 롱테일이고 너무 많은 곳에 있어서 달라져야 하는데, PR 방향성만 디지털로 바뀌었을 뿐 예전 그대로 미디어 관리 업무에 영역을 한정 짓는 것 같아요. PR에서 자주 도전받는 효과측정 문제만 해도 우리는 프로모션만 진행하니 클라이언트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거죠.

저는 커뮤니케이션이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걸 바꾸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제품 기획단계부터 PR이 중요하게 개입해야 합니다.

예컨대 가격 결정할 때 9900원이라고 표시해 더 싸게 느껴지도록 하거나(가격), 빌게이츠재단이 아프리카 오지에 의약품을 보내기 위해 코카콜라의 유통망을 활용한 사례(유통), 헬프 레메디라는 미국 반창고 회사가 제품 안에 면봉과 골수기증협회 반송 봉투를 넣어, 상처가 났을 때 간단히 혈액을 채취해 골수이식지원자로 등록하도록 한 경우(제품) 등등 4P의 모든 단계들이 커뮤니케이션으로 접근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컨설팅사 등에 PR영역을 자꾸 뺏기고 보조 역할에 머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새로운 생각과 지식을 열심히 수혈하셨으니 회사도 좀 더 새롭게 이끌 구상을 하고 계실텐데요. 방향성을 귀띔하신다면. 

최근 들어 ‘왜 PR회사들은 자기 아이디어를 남에게 팔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일하다 보면 아이디어는 좋은데 클라이언트 니즈가 없어서 미뤄둔 제품이나 캠페인이 있잖아요. 그걸 우리 돈 들여 실제로 만들어보는 거죠. 하고 싶은 캠페인이니 결과가 잘 나올 수 밖에 없고, 실행된 걸 보고 우리를 찾아주는 분들도 계실 거라서 거기 투입된 시간, 인력이 결코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경우 헬스라는 전문 영역을 살려 ‘아이링거’를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링거 맞을 때 주사기를 자꾸 떼내거나 불편해하는데, 디자인적으로 이런 거부감을 줄인 제품이에요.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제품으로 풀어낸 결과 K-디자인 어워드 등에서 상을 받고 라이선스 구매 요청까지 있었어요.

앞으로도 직접 프로젝트를 통해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본격적인 제조 단계까진 무리지만, 작은 물건 제작이나 솔루션은 가능할 거라고 봐요. 내부 디자이너와 외부 인테리어 업체, 산업의학 전공 의사가 협업한 ‘건강 오피스’도 추진 중이고요. 영국에서 메모한 아이디어가 120개 정도인데, 2030년까지 하나씩 실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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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21 13:50:33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기사입니다. 잘 읽었어요.

^^ 2018-12-20 09:38:17
간만에 더피알에서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