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유튜버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
인기 유튜버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2.1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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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버스 안 모녀 대화, 콘텐츠 제작자 자세 드러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 5위에 오른 '유튜버'.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 5위에 오른 '유튜버'.

[더피알=이윤주 기자] 퇴근길 마을버스 안이었다. 뒷좌석에 앉은 딸과 엄마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요즘 우리끼리 유행하는 노래 있거든. 그거 리코더로 연주할 거야.”

“아빠한테 장비 좀 사달라고 해. 제대로 해야지. 편집은 엄마가 할게.”

“아니, 엄마. 편집은 내가 할게. 엄마는 요즘 말을 몰라서 안 돼. 그런데 내 친구는 엄마 아빠도 출연시켰대.”

“엄마도 가면 쓰고 나갈까? 누가 알아보지만 않으면 되는데.”

“안돼. 그런데 나 사실 영상 몇 개 찍었거든. 저번에 엄마 노래 부르는 소리 (영상에) 나간 적 있어.”

모녀의 대화는 그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계속됐다. 엄격한 기준으로 편집자 역할을 하는 주인공은 9~10살 정도 돼 보이는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아마도 유행한다던 노래는 초등학생의 국민가요가 된 아이콘(iKON)의 ‘사랑을했다’가 아니었을까 싶다. 유튜버를 꿈꾸는 초등학생이 많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실제로 유튜브 열풍이 아이들 장래희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꿈 순위 조사에서 ‘유튜버’가 5위를 차지했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1200개 초중고 학생 2만7265명, 학부모 1만7821명, 교원 2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다.

지난 주말엔 지인으로부터 신참 유튜버를 소개받기도 했다. 유튜브 게임 방송을 시작한 친구였다. 녹화된 라이브 영상의 조회수는 200이 채 되지 않았다. 평소 대화에 비속어가 많다던 그는 존댓말로 시청자와 소통하며 자기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딜 가나 유튜브 이야기가 들리는 요즘이다. 예전 같으면 별 것 아니라고 치부될 법한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누가 광고 수익으로 얼마를 벌어들였다느니 등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곳곳에 떠돈다. ‘유튜브 구독자 모아서 용돈벌이 좀 해볼까’하는 주변인들도 많아졌다. 덩달아 ‘나도 한번 시작해볼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팁도 넘쳐난다. ‘자막 다는 법’, ‘유튜버가 알려주는 절세 방법’ 등의 영상은 물론,유튜버가 소개하는 촬영 장비는 ‘유튜버 입문자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채 팔린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유튜브를 여행하는 히치유튜버를 위한 안내서

문제는 어느 영상이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많은 공을 들여도 조회수가 1000건도 되지 않는 반면, 별생각 없이 찍은 영상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기도 한다.

그 중 한 예가 두더지 영상이다. 한 농부 아저씨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두더지를 빨간 대야에 넣었다. “고구마 뿌리 옆에서 두더지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라며 설명하는 영상을 본 이용자들의 반응은 놀라웠고, 금세 조회수는 350만 건을 훌쩍 넘겼다.

많은 이들이 주목한 이유는 간단했다.

“와 편집하나 없이 중간에 문자오는소리까지 그대로 원테이크로 ㅋㅋㅋㅋㅋㅋㅋ각본도 없이 아저씨 대사력 ㅋㅋㅋㅋㅋ 진짜 꾸밈없는 영상 시청자들이 유튜브에 원하던 영상이다 ㅋㅋ”
“두더지는 두더지대로 심각하고 아저씨는 아저씨대로 진지한데 졸지에 유머영상이 됨 ㅋㅋ”
“아저씨의 신비한 두더지 사전....”
“완벽한조합이다..꿀고구마+두더지+두더지발톱소리+빨간고무다야+흙한줌+귀여운나레이션... 이렇게 완벽할수가ㅋㅋ.....”

가능성이 크지만 어쩐지 정답은 없는 듯한 세계, 유튜브에 대해 누군가 물었다.

“유튜브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이 질문에 누가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시작해서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뒷짐진 채 언젠간 지나갈 현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 ‘영상이 대세’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체감 온도가 뜨거운지 차가운지 몸소 느껴본 후에야 빨간창에 대한 나름의 시각이 생길테니 말이다. 시작은 쉽게, 고민은 다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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