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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크리에이터’를 찾습니다
‘불편 크리에이터’를 찾습니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2.21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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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편 받아 보상하는 어플 ‘불편함’의 김준영 대표

#택배
송장에 이름, 번호, 주소까지 내 개인정보가 있다. 택배를 받은 후에는 꼭 찢어버리자. 왜이렇게살아야할까.

#최악의드라마
여자는 남자한테 존댓말하고, 남자는 여자한테 반말하는 중년부부들.. 정작 현실에선 안 그런 집이 많은데도 드라마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려지는 것 같다.

#에너지드링크
에너지드링크를 마셔야 하는 사회가 나는 무섭다. 억지로 에너지를 낸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기괴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는 중학생에게까지 에너지드링크를 권하게 되었을까.

[더피알=이윤주 기자] 누군가 내 불편을 사간다면? 가치는 얼마일까. 무엇보다 누가, 왜 사가는 걸까.

불편을 모으는 어플이 있다. 하루 한 가지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는 경험담을 쓰면 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수록 내 가치는 올라간다. 불편수집가, 김준영(29) 닛픽 대표를 만났다.

불편을 수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직접적인 계기는 아니고…. 스물세 살에 노량진에서 5급 행정고시를 준비한 적 있어요. 고시원에서는 밥이 중요해요.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으니까요. 네이버 밴드에 스터디그룹이 있었는데 맛없는 가게를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김준영 닛픽 대표.
김준영 닛픽 대표.

(웃음) 원래 맛있는 곳을 공유하지 않나요?

맛없으니 거르라는 의미로 시작했던 거 같아요. 다들 밥 먹는 시간이 달랐거든요. 선발대가 먼저 먹고 ‘오늘은 생선 반찬. 딴 집으로 가라’ ‘위생이 좋지 않다’ ‘알바생이 불친절하다’는 식으로 남겨주죠.

어느 날, 젊은 밥집 사장님이 커뮤니티에 대한 소식을 듣고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모임 장이었거든요. “혹시 우리 집에 관련된 것도 있니?”라고 하셨는데 (글이) 있었어요. 실례될 수도 있어서 못 말해주겠다고 하니 “그런 걸 알려줘야 개선을 하지”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후에 미안할 정도로 즉각적으로 반응하셨어요. 불친절한 알바생에겐 훈계하고, 고기 냄새나는 메뉴는 개선하고, 심지어는 거래처도 바꾸셨어요. 그분이 2호점도 내고 싶은데 여기 있는 데이터를 보면 위크니스 포인트(약점)를 잡을 수 있겠대요. 서비스를 줄 테니 자료를 지속해서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계란찜 서비스를 받았죠.(웃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밥집만….(이라고 했지만 김 대표는 카이스트 출신)

(웃음) 고시는 실패했어요. 지인들도 공부 안 하고 이상한 짓만 하니까 떨어지지 않냐고...(웃음)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다가 그만뒀어요. 면접관이 “고시생은 회사에 만족을 못 하고 금방 나간다. 자네는 어떨 것 같나?”라고 물었는데 전 다르다고 했거든요. 결국 똑같더라고요.(웃음) 1년 뒤에 나왔어요.

한번은 회사에 일이 터져 부장님하고 사무관을 만나러 갔어요. 고시에 합격했으면 5급 사무관이 되거든요. 그 앞에서 부장님이 쩔쩔매고 하는 걸 보니 ‘내가 몇 년 뒤 과장, 부장을 달고 올라가도 저 사무관보다 아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격지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보다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창업하는 형 밑으로 들어가 몇 개월간 개발과 영업을 배웠고, 작년 8월부터 혼자 창업을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지금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밟고 있는데 개인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고요.

창업 아이디어는 결국 밥집 사장님이 주신 거네요.

네. 사장님이 돈이 많이 되겠다며 컨설팅해줬어요. 불편함을 모으면 많은 걸 할 수 있다고요. 현재 하루 1000건 정도의 불편이 쌓여요. 한 달 3만 건이죠. 이용자 수도 증가하고 월간 성장률이 200~300% 정도예요. 한국소비자원에서 한 달 5만 건 정도의 데이터가 쌓인대요. 내년 초면 소비자원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모이는 플랫폼이 되는 거죠.

사람이 하루 평균 스무 개의 불편을 느낀다고 합니다. 사소한 불편이지만 모이면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가령 이 텀블러에 대한 불편을 모은다고 해봐요. R&D(연구개발) 자료와 동시에 마케팅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요.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데이터로도 사용할 수 있죠.

12월 21일의 주제 '베스트셀러'.
12월 21일의 주제 '베스트셀러'.

실제로 기업과 협업한 사례가 있는지요.

스타트업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면 1년 동안은 섣불리 돈 벌 생각을 하지 말라는 관념이 있어요. 다행히 저희는 영업하지 않아도 먼저 연락이 오더라고요. 공인인증서에 대한 불편을 모아드렸더니 사업계획서에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있었고요.

수영복 업체인데 실내 수영복에 대한 불편을 모아 달래요. 생각보다 많은 유저가 참여해줬어요. 착용감이 불편하다, 디자인이 부족하다, 직구와 가격 차이가 크다 등등. 데이터를 보내 드렸더니 이런 걸 원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불편함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해드려요. ‘당신의 불편으로 만든 제품’이라고요. 2030 생각을 궁금해하는 정부 부처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하게 의뢰가 들어오고 있어요.

이건 저희가 영업한 사례인데요. 현재 택시와 카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잖아요. 택시에 대한 불편을 모아 카풀 스타트업에 판매하고, 카풀에 대한 불편을 모아서 택시업게에 판매했어요. 자사에 대한 불편을 모으기 쉽지만 타사에 대한 불편을 모으긴 쉽진 않거든요.

의뢰자가 원하는 건 최대한 많은 데이터일 텐데요. 유저의 참여율이 저조할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유효 데이터x가격’으로 산정해요. 또 데이터를 활용해 리포트를 써드리기도 해요. 텍스트 기반의 자연어처리 기법을 사용해서 브랜드에 대한 감정은 어느 정돈지, 어떤 단어들이 함께 언급되는지 등이요. 최대한 기업체에 많은 인사이트를 드리려고 해요.

유효 데이터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리워드(돈)을 받기 위해 억지로 불편을 써내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신고 세 번이면 삭제돼요. 텀블러가 주제인데 ‘텀블러는 모르겠고, 내 노트북이 짜증난다’ 식의 쓸모없는 ‘더미 데이터(dummy data)’가 15%를 차지해요. 반면 공감을 받으면 공감 1개당 10원을 더 드려요. 양질의 불편을 써달라는 거죠.

실제로 불편함은 연령 제한이 없어요. 요즘 초등학생도 깨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플 유저의 평균 연령대는 27.6세예요.

저도 불편함을 이용했는데, 이틀간 두 개의 불편을 적었더니 210원이 쌓이더라고요.(웃음) 그런데 듣다 보니 불편함이 리서치 업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차이가 뭔가요?

심사위원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네요.(웃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정보의 질이 다르단 거예요. 리서치업체 설문은 답변 제일 앞에 쓰인 문항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져요. 그만큼 신뢰도가 낮다는 거죠. 반면 저희는 유저충성도와 리텐션(잔존)율이 높은 편이에요. 유저와 소통을 하거든요. 이들은 ‘이 데이터 빨리 팔고 우리에게 피드백을 알려줘’라고 하죠.

불편함 어플 타임라인에 올라온 게시물.
불편함 어플 타임라인에 올라온 게시물.

두 번째는 네거티브(negative, 부정적) 데이터만 다룬다는 점이죠. 포지티브(positive, 긍정적) 데이터보다 파급력이 3배는 더 크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SNS를 가미한 게 차별점이에요. 유저 간에 의견을 판단해줘요. 공감할 수도, 댓글을 달 수도 있죠. 리서치는 돈을 주니까 참여한다면, 여기선 내 불편이 얼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궁금해하고 재미를 느끼게 될 수 있죠.

리서치 업체에서 연락온 적도 있어요.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것 같은데 미팅해보지 않겠느냐고요.

주제를 선정하는 방식은 무엇인가요.

내부적으로 회의하거나 외부 의뢰를 받죠. 지금도 100개 이상의 주제가 쌓여있어요. 세상에 불편한 게 엄청 많아요. 이 일을 하기 전까진 세상이 이렇게 어두웠나 싶어요. 고담 시티 같아요.(웃음) 또 사람들이 불편해할 만한 사건도 계속 등장하고요. 최근에도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빚투, 중학생 왕따 등 이슈가 많잖아요.

유저 중에는 재밌는 주제를 제안해주기도 해요. ‘대학교 CC가 불편해요’, ‘우리 누나가 불편해요’….

평소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세요? ‘프로불편러’이실 수도…. 모든 사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직업병은 안 걸리셨는지요.(웃음)

맞아요. 지금 유저는 하루 한 건밖에 적지 못하게 막았는데요. 저희는 수백, 수천 건의 불편을 읽게 되잖아요. 팀원들이 다 디프레스(depress)되어 있어요. 되게 우울해 보이지는 않나요.(웃음) 전 투덜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불합리한 게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인 것 같아요.

불편함에 올라온 게시글.
불편함에 올라온 게시글.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게 있으시다고요.

약간 조심스러운데…. 블록체인 개발을 하고 있어요. 보상체계를 만들되 그 시스템을 탈중앙화하는 거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자신의 노동으로 콘텐츠를 만들지만, 금전적으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잖아요. 페이스북 회사만 막대한 부를 창출하죠. 1인 크리에이터 시대에 맞게끔 유튜브는 그 사람에게 베네핏을 주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유효한 불편을 썼을 때 보상을 받게 하고 싶었어요.

투자자는 블록체인이 맞는 걸까, 지금 잘하고 있는데 꼭 해야 하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진 않을까 우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A/B(대조)테스트를 해보려고 해요.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현재는 얻은 포인트를 어플 내부에서 아이템을 구매해 사용하는 식이잖아요.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거래소에서 사용할 수 있어요. 화폐의 가치가 계속 변해요. 내가 쓴 불편이 어제는 100원, 오늘은 150원이 될 수 있죠. 단, 거래소 시세가 급변하니 미니멈(minimum, 최소)만 정해놓으면 되죠.

블록체인을 붙이면 좋은 점이 유저의 불편을 한 번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A업체도 사고 B업체도 사고 지속적으로 베네핏을 받아갈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텀블러에 대한 불편함을 스타벅스에서도, 커피빈에서도, 환경부에서도 사갈 수 있는 거죠. 해피캠퍼스(리포트, 자소서 등 유료 판매 사이트)처럼요. 가치 있는 건의를 한 사람은 ‘불편 크리에이터’가 되는 거죠. 내년 초 유저 10만 명을 모을 것 같아요. 10만에서 50만 정도가 되면 블록체인을 붙여서 안정적으로 해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업은 부정적인 의견을 숨기려고 해요. 하지만 불편은 나쁜 게 아니에요. 완벽하지 않은 사회가 성장하면서 생기는 ‘편리하지 않음’이잖아요. ‘리커버리 패러독스(Recovery Paradox)’라는 이론이 있어요. 고객이 가진 불편을 해소해줄 때 그 사람은 엄청난 충성고객이 된다는 거예요.

불편을 외면하지 않고 해결하면 기업은 이익을 얻고, 사회 전체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불편함의 목적은 불편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인 건가요?’라고 묻더군요. 전 불편이 없는 사회는 없다고 생각해요. 공산주의에도 불편은 있어요. 다만, 해결했을 때 진화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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