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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걸과 나이키, 미국사회 ‘뉴 블랙’ 보여주다
커버걸과 나이키, 미국사회 ‘뉴 블랙’ 보여주다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8.1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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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CSR 캠페인의 달라진 흐름, 적대적 모순관계 흔들...PR적 교훈은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각자의 방법으로 ‘뉴 블랙’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커버걸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모델 사진(왼쪽)과 무릎꿇기 퍼포먼스로 인종차별 저항을 이끈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릭을 내세운 나이키 30주년 광고.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각자의 방법으로 ‘뉴 블랙’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커버걸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모델 사진(왼쪽)과 무릎꿇기 퍼포먼스로 인종차별 저항을 이끈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릭을 내세운 나이키 30주년 광고.

미국의 화장품 회사 커버걸(COVERGIRL)이 동물실험 중단을 의미하는 인증마크를 획득했습니다. 단순히 윤리적인 기업이미지를 위한 홍보 차원을 넘어 인플루언서발 와해적 혁신에 도전, 빼앗긴 밀레니얼 소비층을 되찾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그 배경과 함의, PR적 교훈을 밀도 있게 짚어봅니다. 

①’리핑 버니‘ 인증 획득한 커버걸 
②기업PR 관점에서 세 가지 교훈 

[더피알=임준수] 커버걸의 ’No 동물실험‘ 선언이 어떤 사업적 이익을 안겨줄 것인지에 대해선 장기적 분석이 필요하지만 기업PR 관점에서 바라볼 때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첫째, 시장 환경과 소비자 의식 변화에 맞게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이슈에 대응해 액티비스트(activist, 활동가 혹은 행동가) 지지를 확보하라.

동물권 보호 활동가 단체들이 화장품 회사를 상대로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가 조직의 정통성을 뿌리째 흔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정통성이라는 건 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이나 가치 혹은 기대에 기반하기에, 시대가 바뀌면 조직도 공중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미드 <매드맨>에 나오는 장면들이 오늘날 미국 기업에서 재현된다면, 그곳의 수많은 남성들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으로 파면당할 것이고 회사는 비윤리 문제와 건물 내 흡연을 방치해 직원 건강을 해친 데 대해 거액의 소송에 휘말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직이 변화하는 사회 규범이나 가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용인되던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사회운동 세력들이 이런 규범이나 가치를 선도하고 조직에 압력을 가한다. 

환경단체들은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을 향해 종이 카탈로그를 쓸지 말라며 ‘빅토리아의 더러운 비밀(Victoria's Dirty Secret)’이라는 캠페인을 벌였고 영국 그린피스는 ‘코크(Coke)가 우리 해양을 질식시키지(Choke) 않게 하자’는 캠페인 일환으로 코카콜라 자판기에 ‘Coke’ 심벌 대신 ‘Choke’ 스티커를 붙이는 운동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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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운동조직이나 NGO는 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감시하며 개선을 요하는 활동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기업PR 이슈다. 기업이 이들의 제도적 정통성을 부인하고 자사의 존재와 운영에 있어 걸림돌로만 볼 경우 적대적 공생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반면 시민단체나 NGO를 통해 기업의 내재된 모순을 지양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 협력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조직행동 이론가인 제프리 페퍼와 제럴드 샐런식은 조직은 지지적 이해관계자들의 연합을 유지할 때만 생존할 수 있는데, 이 연합의 구성원들은 조직에게 정통성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나 NGO가 이에 해당되며, 기업은 사회체계 내에서 기업의 유용성과 함께 사회책임을 함께 보여줄 때만이 이들을 우군으로 묶어둘 수 있다.

▶둘째, 새천년 시대의 젊은 소비자를 품으려면 기존에 생각지 못한 사회책임 영역의 새로운 영역을 보듬어라.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중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이후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극중 파이퍼 채프먼이라는 백인 여자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레즈비언 파트너의 마약 밀매 관련 범죄에 얽혀 여자교도소에서 15개월 복역을 시작하며 경험한 내용을 그린 19금 미드다.

동명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극화한 이 드라마 제목에서 오렌지색은 죄수복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에서 “~ 이즈 뉴 블랙”은 새로운 유행색을 뜻한다. 과거 90년대에 블랙이 유행하던 데서 유래한다.

20세기 후반에 기업의 사회 책임은 주로 환경 문제와 노동 문제, 그리고 지역사회공헌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환경이 ‘블랙’이었던 것이다. 21세기 들어와서 다양한 색상이 블랙을 대체하듯 기업의 사회공헌에도 다양한 요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8년 간 미국 사회에서는 ‘블랙’이 ‘뉴 블랙’일만큼 흑인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 문제로 재부각되기 시작했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를 다양성(diversity)이라 적지만, 해석하고 적용할 때는 ‘흑인 배려’로 읽는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그 유명한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 캠페인에서 말하는 함께 갈 인종은 흑인이다.

또 올해 미국 기업 마케팅과 PR영역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나이키가 ‘저스트 두 잇(Just Do It)’ 30주년 기념광고에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등장시킨 것이다. 콜린 캐퍼닉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으로 활동하다가 백인경찰의 잇단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기립하지 않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해 미국 사회에 큰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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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미 백인 보수진영으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줬기에 미식축구계는 물론 나이키마저 한동안 외면했다. 후에 뉴욕타임스 특종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나이키의 스포츠 마케팅 그룹에서는 콜린 캐퍼닉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려고 결정했는데, 나이키의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OO)인 나이젤 파웰(Nigel Powell)이 ‘콜린 캐퍼닉을 버리고 NFL구단 측 편에 서면 미디어와 소비자의 저항을 받을 것’이라면서 아주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결국 파웰의 주장이 힘을 얻어 나이키는 2019년 초까지 계약 유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올해 나이키가 30주년 광고를 기획할 때, NFL의 보복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캐퍼닉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자고 주장한 쪽은 바로 나이키의 오랜 광고대행사 위든+케네디(Wieden+Kenned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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