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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걸과 나이키, 미국사회 ‘뉴 블랙’ 보여주다
커버걸과 나이키, 미국사회 ‘뉴 블랙’ 보여주다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8.1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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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CSR 캠페인의 달라진 흐름, 적대적 모순관계 흔들...PR적 교훈은

미국의 화장품 회사 커버걸(COVERGIRL)이 동물실험 중단을 의미하는 인증마크를 획득했습니다. 단순히 윤리적인 기업이미지를 위한 홍보 차원을 넘어 인플루언서발 와해적 혁신에 도전, 빼앗긴 밀레니얼 소비층을 되찾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그 배경과 함의, PR적 교훈을 밀도 있게 짚어봅니다. 

①’리핑 버니‘ 인증 획득한 커버걸 
②기업PR 관점에서 세 가지 교훈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각자의 방법으로 ‘뉴 블랙’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커버걸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모델 사진(왼쪽)과 무릎꿇기 퍼포먼스로 인종차별 저항을 이끈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릭을 내세운 나이키 30주년 광고.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각자의 방법으로 ‘뉴 블랙’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커버걸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모델 사진(왼쪽)과 무릎꿇기 퍼포먼스로 인종차별 저항을 이끈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릭을 내세운 나이키 30주년 광고.

[더피알=임준수] 커버걸의 ’No 동물실험‘ 선언이 어떤 사업적 이익을 안겨줄 것인지에 대해선 장기적 분석이 필요하지만 기업PR 관점에서 바라볼 때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첫째, 시장 환경과 소비자 의식 변화에 맞게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이슈에 대응해 액티비스트(activist, 활동가 혹은 행동가) 지지를 확보하라.

동물권 보호 활동가 단체들이 화장품 회사를 상대로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가 조직의 정통성을 뿌리째 흔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정통성이라는 건 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이나 가치 혹은 기대에 기반하기에, 시대가 바뀌면 조직도 공중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미드 <매드맨>에 나오는 장면들이 오늘날 미국 기업에서 재현된다면, 그곳의 수많은 남성들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으로 파면당할 것이고 회사는 비윤리 문제와 건물 내 흡연을 방치해 직원 건강을 해친 데 대해 거액의 소송에 휘말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직이 변화하는 사회 규범이나 가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용인되던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사회운동 세력들이 이런 규범이나 가치를 선도하고 조직에 압력을 가한다. 

빅토리아 시크릿 종이 카탈로그를 비판하는 ‘빅토리아의 더러운 비밀’ 캠페인 포스터.
빅토리아 시크릿 종이 카탈로그를 비판하는 ‘빅토리아의 더러운 비밀’ 캠페인 포스터.

환경단체들은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을 향해 종이 카탈로그를 쓸지 말라며 ‘빅토리아의 더러운 비밀(Victoria's Dirty Secret)’이라는 캠페인을 벌였고 영국 그린피스는 ‘코크(Coke)가 우리 해양을 질식시키지(Choke) 않게 하자’는 캠페인 일환으로 코카콜라 자판기에 ‘Coke’ 심벌 대신 ‘Choke’ 스티커를 붙이는 운동을 전개했다.

코카콜라 해양 파괴를 비판하며 그린피스가 전개한 캠페인. ‘Coke’ 대신 질식시키다는 의미의 ‘Choke’ 스티커를 붙였다. 출처: 그린피스
코카콜라 해양 파괴를 비판하며 그린피스가 전개한 캠페인. ‘Coke’ 대신 질식시키다는 의미의 ‘Choke’ 스티커를 붙였다. 출처: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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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운동조직이나 NGO는 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감시하며 개선을 요하는 활동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기업PR 이슈다. 기업이 이들의 제도적 정통성을 부인하고 자사의 존재와 운영에 있어 걸림돌로만 볼 경우 적대적 공생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반면 시민단체나 NGO를 통해 기업의 내재된 모순을 지양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 협력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조직행동 이론가인 제프리 페퍼와 제럴드 샐런식은 조직은 지지적 이해관계자들의 연합을 유지할 때만 생존할 수 있는데, 이 연합의 구성원들은 조직에게 정통성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나 NGO가 이에 해당되며, 기업은 사회체계 내에서 기업의 유용성과 함께 사회책임을 함께 보여줄 때만이 이들을 우군으로 묶어둘 수 있다.

▶둘째, 새천년 시대의 젊은 소비자를 품으려면 기존에 생각지 못한 사회책임 영역의 새로운 영역을 보듬어라.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중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이후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극중 파이퍼 채프먼이라는 백인 여자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레즈비언 파트너의 마약 밀매 관련 범죄에 얽혀 여자교도소에서 15개월 복역을 시작하며 경험한 내용을 그린 19금 미드다.

동명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극화한 이 드라마 제목에서 오렌지색은 죄수복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에서 “~ 이즈 뉴 블랙”은 새로운 유행색을 뜻한다. 과거 90년대에 블랙이 유행하던 데서 유래한다.

20세기 후반에 기업의 사회 책임은 주로 환경 문제와 노동 문제, 그리고 지역사회공헌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환경이 ‘블랙’이었던 것이다. 21세기 들어와서 다양한 색상이 블랙을 대체하듯 기업의 사회공헌에도 다양한 요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8년 간 미국 사회에서는 ‘블랙’이 ‘뉴 블랙’일만큼 흑인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 문제로 재부각되기 시작했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를 다양성(diversity)이라 적지만, 해석하고 적용할 때는 ‘흑인 배려’로 읽는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그 유명한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 캠페인에서 말하는 함께 갈 인종은 흑인이다.

또 올해 미국 기업 마케팅과 PR영역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나이키가 ‘저스트 두 잇(Just Do It)’ 30주년 기념광고에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등장시킨 것이다. 콜린 캐퍼닉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으로 활동하다가 백인경찰의 잇단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기립하지 않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해 미국 사회에 큰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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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미 백인 보수진영으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줬기에 미식축구계는 물론 나이키마저 한동안 외면했다. 후에 뉴욕타임스 특종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나이키의 스포츠 마케팅 그룹에서는 콜린 캐퍼닉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려고 결정했는데, 나이키의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OO)인 나이젤 파웰(Nigel Powell)이 ‘콜린 캐퍼닉을 버리고 NFL구단 측 편에 서면 미디어와 소비자의 저항을 받을 것’이라면서 아주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결국 파웰의 주장이 힘을 얻어 나이키는 2019년 초까지 계약 유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올해 나이키가 30주년 광고를 기획할 때, NFL의 보복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캐퍼닉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자고 주장한 쪽은 바로 나이키의 오랜 광고대행사 위든+케네디(Wieden+Kennedy)였다.

이렇게 해서 지난 9월 초 세상에 나온 나이키-캐퍼닉 광고는 예상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즉각 보이콧을 외치며 나이키 운동화나 옷을 불태우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지만, 동조 세력은 많지 않아 이내 사그라졌다. 그런데 당시 소셜미디어상에서 일부 백인들이 전개한 항의 트윗 행렬에 동참했던 사람 중 매리 보노(Mary Bono)라는 공화당 전 하원의원이 있었다. 60-70년대 인기듀오 소니와 셰어(Sonny & Cher)의 소니 보노의 전처로, 소니 사망 후 그의 지역구에서 하원에 당선된 적이 있는 정치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키울 욕심에 9월 7일 이런 트윗을 올렸다. “미국 특수부대 용사와 가족을 위한 자선기금모금 골프 대회에 참석중인데, 불행히도 가방에는 나이키 골프운동화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 가방엔 검정색 마커가 있다”면서 자신의 검정 나이키골프화에 있는 하얀색 나이키 심벌을 검정 마커로 지우는 사진을 게시했다.

이 트윗을 올리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그녀는 정치적으로 큰 기회를 맞게 된다. 미국 국가대표 및 미시간주립대 체조팀의 주치의였던 래리 나사르(Larry Nassar)가 20여년간 265명의 선수들을 성폭행 혹은 성추행한 혐의로 연방법원에서 징역 60년형을, 주법원에서 40~175년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 계기다. 미 역사상 최대의 성폭력 스캔들 여파로 미체조협회의 수장 케리 페리(Kerry Perry)가 임명 9개월만인 지난 9월 4일 물러나게 되면서, 10월 12일 메리 보노가 미체조협회 임시 CEO로 임명된 것이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미 올림픽 체조 영웅 시몬 바일스(Simone Biles, *더피알 2016년 10월호: 감성올림픽 관련 글 참조)는 “(충격에) 입이 땅에 떨어지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전임보다 더 스마트한 미체조협회 회장이나 다른 후원자나 뭐 그런 것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잖아요” 라는 트윗을 올리며 보노가 나이키를 조롱하며 올린 트위터 글과 사진을 리트윗했다.

매리 보노는 문제가 된 트윗을 바로 지웠지만, 이미 그녀는 수많은 흑인 스타선수가 주요 이해관계당사자인 미체조협회 회장직에 오를 제도적 정당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거센 비난 여론 속에서 임명 나흘 만에 그녀는 임시회장 자리를 사임했다.

미체조협회 임시 CEO로 임명된 메리 보노의 ‘나이키 조롱’을 비꼰 시몬 바일스의 트윗. 비판 여론으로 결국 보노는 나을 만에 회장직을 사임했다.

커버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나이키의 캐퍼닉 광고로 빠진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 미국은 여전히 백인이 주류를 형성하고 이들이 보는 폭스뉴스가 미국 정치에 말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막말과 비민주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미 공화당과 백인보수주의자들은 여전히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흑인이나 소수인종은 무시당하고 차별받고 있으며,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경찰로부터 과잉진압과 총격을 당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무시, 차별은 여전하지만 대놓고 그런 행위를 하는 경우는 줄고 있다. (흑인 배려 측면에서) 다양성은 이제 미국의 공공기관, 대학,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이며, 이에 역행하는 직·간접적인 인종 비하 표현이나 발언, 광고를 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큰 곤욕을 치르게 돼있다.

미체조협회 임시회장 자리에서 나흘 만에 물러난 매리 보노의 경우, 직접적으로 흑인 비하를 한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를 통해 콜린 캐퍼닉을 기용한 나이키를 조롱하다 정치적으로 뼈아픈 퇴출을 경험한 케이스다.

NFL 흑인 선수들이 NF L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 꿇어 저항한 행위를 비난하고 흑인을 비하했던 피자체인 파파존스의 CEO 존 슈나터(John Schnatter) 역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퇴출됐다. 지난 6월 넷플릭스의 PR 부문 최고책임자였던 조나선 프리드랜드(Jonathan Friedland) 역시 흑인비하 단어(N워드)를 두 번 사용한 후 해고당했다.

지난해 유니레버사의 도브(Dove)는 흑인모델이 상의를 벗자 백인여자로 변하는 이미지를 연출한 페이스북 광고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또 작년 초 펩시사는 흑인경찰의 폭력진압에 저항하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를 오마주해 시위 현장에서 톱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가 경찰에게 펩시캔을 전달하는 광고를 냈다가 뭇매를 맞고 해당 광고를 접었다.

미국 백인 보수주의자들이 반발할 게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나이키는 의도적으로 콜린 캐퍼닉을 30주년 기념광고의 얼굴로 썼다. 40년 이상 세계 시장에서 스포츠와 스타들을 후원하면서 수많은 데이터와 경험을 축적한 글로벌 스포츠용품 회사가 아무런 계산 없이 집행했을 리 없다. 이미 주판알을 튕겨보고 승산 있는 도박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안전하게 내던진 매우 절묘한 수이다.

실제 9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콜린 캐퍼닉 광고를 둘러싼 논란에도 나이키의 주가는 계속 올라 올해 36%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인용된 투자자문회사 타이터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에릭 에인스 대표는 “나는 캐퍼닉 광고로 나이키가 문제를 겪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습니다. 그들의 엣지 있는 마케팅이 결국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군요”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의류 업체라기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케팅 회사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결국 나이키가 보듬은 것은 저물어가는 베이비부머나 X세대 소비자가 아니라, 밀레니얼과 Z세대이다. 현재 미국 인구의 48%에 해당하는 이 세대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다인종·다문화라는 점이다. 이중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1-1996 출생)의 40%는 백인이 아닌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인 등 마이너리티로 구성된다. 그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정당이나 종교에서 한발 더 떨어져 있지만, 2008년 미 대선에서 오바마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Z세대(1997-2012 출생)에서 백인은 약 54%로 인구 구성에서 마이너리티의 비율(46%)은 더 늘어났다. 이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높은 인터넷 효능감을 갖고 있으면서 실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한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29%)보다는 혼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합쳐서 59%)를 보는 잠재적 코드커터(Code-cutter)들이다. 따라서 추수감사절 디너가 끝난 후 거실에서 부모와 텔레비전을 보기보다 혼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거나 퓨디파이(PewDiePie, 스웨덴의 게임방송 유튜버) 채널을 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 세대는 목에서 발목까지 온 몸을 문신으로 장식한 크리스틴 리앤(Kristen Leanne)같은 모델을 따라 메이크업과 문신을 하고, 추수감사절에 카일리 제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가족사진(featuring 남편 트레비스 스캇과 베이비 스토미 웹스터)에 1000만명 이상이 하트뿅을 뉴르고 6만개 댓글로 축복해준다.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인기도 이런 세대적 인식과 문화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무관치 않다. 그들에게는 이제 ‘다양성’이야말로 새로운 블랙이다.

Z세대와 밀레니얼은 이전 세대에 비해 다양성을 존중하며 하트로 지지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뷰티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가 자신의 인스타에 올린 가족사진에 1000만명 이상이 하트를 누르고 6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Z세대와 밀레니얼은 이전 세대에 비해 다양성을 존중하며 하트로 지지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뷰티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가 자신의 인스타에 올린 가족사진에 1000만명 이상이 하트를 누르고 6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나이키가 품은 미국의 밀레니얼과 Z세대는 동물의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유기농식품 구매도 더 많다.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같은 인기 스타들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동물보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젊은 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한때 “동물을 죽이지 않는 것은 f***ing 핫”이라며 독특한 방식으로 홍보했던, 마일리는 동물실험 반대를 알리기 위해 실험실 비글을 입양한 적 있다.

문신으로 유명한 인기 뷰티 유튜버인 크리스틴 리앤(Kristen Leanne) 역시 그동안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해왔다. 커버걸이 리핑 버니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이 나오자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정말 흥분되는 뉴스로, 커버걸이 할 수 있다면 로레알, 레브론 등 커버걸과 경쟁하는 다른 브랜드들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팬들에게 커버걸의 리핑 버니 스크린샷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퍼나르자고 제안했다.

나이키가 미래를 건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이제 ‘리핑 버니’ 로고는 마일리 사이러스의 표현을 빌자면 “F***ing 핫”이고,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제목을 따자면 ‘뉴 블랙’인 셈이다.

▶셋째, 미국에서 CSR의 주된 패러다임이 쟁점관리에서 이해관계자 인게이지먼트로 바뀌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크루얼티-프리에 관한 국제적 인증을 해주는 국제 NGO 조직은 세 곳이다. 이중에서 도브는 페타의 인증을, 커버걸은 CFI의 인증을 택했다. 페타나 CFI 등 액티비스트 조직들은 과거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기업들을 상대로 비타협적이며 공격적인 투쟁을 전개해왔다.

적대적 모순관계에 있던 기업과 운동 조직이 이제는 기업의 사회책임(CSR)이라는 이름 아래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CSR의 경영과 소통 패러다임에 일어난 대대적인 변화를 반영한다.

1960-80년대까지 기업들은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적 의미로 CSR에 투자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는 환경, 노동, 건강 등의 분야에서 제기되는 여러 제반 이슈들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CSR을 이용해왔다. 그러다가 새천년 시대 들어 매체(전통언론)의 힘은 약화되고 소셜미디어가 약진하면서 기업들도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더 직접, 더 자주 듣게 된다. 공중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매스미디어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과거 언론이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서만 대응하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쟁점을 관리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환경 변화로 인해 기업은 적대적 이해관계자로 분류됐던 공중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 CSR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운동권으로 분류된 조직들을 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CSR의 운용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CSR 인게이지먼트 패러다임이다.

예를 들어 페타는 과거 매우 급진적 동물운동 투쟁을 벌여 기업이 배척한 조직 중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마저도 페타가 부여하는 인증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FI는 1898년 ‘영국 생체해부 폐지를 위한 연합’(BUAV)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을 이용한 연구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으니, 그 역사가 올해로 120년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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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다른 동물권 보호 단체들처럼 이 운동가 조직 역시 영장류와 개, 고양이 등을 가혹하게 이용하는 수많은 실험실에 들어가는 투쟁으로 유명해졌다. 2012년에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반생체해부 사회’(NEAVS)와 함께 화장품에서 동물실험 금지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현재의 조직 이름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CFI)로 변경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와 CFI의 위상 역시 크게 달라졌다.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소를 습격하기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각국 정부기관과 입법기관은 물론 UN에까지 로비해 동물실험 금지를 입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CFI는 오래 전부터 자신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온 기업과 연대해서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89년 이래 동물 실험을 반대해온 영국 브랜드 더보디숍(the Body Shop)은 동물을 화장품 테스트에 사용하는 데 규제가 없는 중국과 같은 국가들에 압력을 넣기 위해 UN 등에 로비할 목적으로 소비자 서명운동 ‘포에버 어게인스트 애니멀 테스팅 캠페인(Forever Against Animal Testing campaign)’을 전개, 올해 800만의 서명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또 보디숍과 CFI는 지난 1월 UN본부 앞에 동물들의 목에 ‘동물 실험 금지’라는 피켓을 거는 퍼포먼스로 언론의 주목을 끌어냈다.

커버걸이나 도브처럼 유명 브랜드들이 CFI나 페타 등 전투적 운동조직으로 간주되던 NGO들과 사회 책임에 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되면서 이들 NGO의 위상도 크게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제도권 밖의 급진적 운동 세력으로 여겨졌지만, 대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NGO의 제도적 정통성(legitimacy)이 크게 신장됐다. 사회학자 마크 수크먼에 따르면 이런 제도적 정통성을 세우는 과정에서 조직은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상징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이슈선점과 리브랜딩의 결과는?

대형 화장품 브랜드로는 최초로 ’동물실험 없는 화장품’을 내세우며 이슈를 선점한 코티는 대대적 홍보를 통해 사회책임 캠페인을 넘어 리브랜딩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리브랜딩의 궁극적 목표는 나이키처럼 젊은 세대들과 코드를 맞춤으로써 지속적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인기 스타들이 젊은 세대들의 화장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추세 속에서 이번 이니셔티브가 코티에게 돌파구를 열어주고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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