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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홍보인의 희로애락 ②] 이럴 때 화나요
[스타트업 홍보인의 희로애락 ②] 이럴 때 화나요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9.01.0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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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기자, 홍보 이외 업무 과다, 파격적 인사로 직급체계 꼬여

“스타트업 홍보를 하다 보면 잔잔한 호수에 끊임없이 작은 돌들을 계속 던지고 있는 느낌이다. 확 체감하는 반응 없이, 언젠가는 큰 물결을 일으킬 거라고 기대할 뿐이다.”
-홍보인 OOO-

[더피알=이윤주 기자]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시작하는 회사의 특성상 스타트업 홍보인들은 별별 일을 다 겪게 된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야 스타트업 홍보인의 희로애락. 1년차부터 10년차까지 다양한 업력의 홍보인이 각자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줬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A~Z로 표현한다. 

[희 喜] “‘기사 내볼게요’ 이 한마디 못 잊어요”
[로 怒] “전화 받자마자 ‘어른 바꿔!’라뇨”
[애 哀] “기자님, 플랫폼이 뭐냐면요.”
[락 樂] “이전 직장, 애증해요”

#대기업 2년 차가 홍보팀장으로, 중소기업 5년 차가 대리로 왔다. 인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다 대리가 절대적으로 우세. 결국 팀원이 팀장을 데리고 다니는 서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스타트업계는 이직이 잦다. 간혹 경쟁사로 옮기는 경우도 생긴다. 정보 보안 가이드라인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우리회사 내부정보가 줄줄 새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기어코 기사가 났다.

#홍보에 대해 ‘1’도 모르는 대표가 말한다. “유가기사로 내보내면 되니까 기자미팅은 하지 마. 기자 밥도 사주지 마. 돈 아까워.” 하지만 결국 홍보인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기자 미팅에 나가고 있다.

갑질 기자 기자와의 마찰은 피할 수 없는 홍보인의 숙명이다. 그 가운데서도 스타트업에 갑질하는 몇몇 기자들이 입방아에 올랐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OOO 기자는 고약한 태도로 소문이 자자하다.

20대 중반의 F씨는 그의 전화를 받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어른 바꿔!”라는 말을 들었다. 뒤이어 “너는 여자 홍보담당자가 얼굴도 안 비추고 보도자료를 먼저 보내냐”는 말을 연타로 맞았다. “양해 부탁드린다, 예산이 없어 그런다”고 대처했지만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머리에서 뚜껑이 열린다는 F씨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펼쳐나가는 스타트업에 대기업과 같은 광고를 기대하는 매체는 거의 없다. 잘 알려지지 않아 부정 기사도 적다. 하지만 간혹 작정하고 광고를 유도하는 구악도 있다.

G씨는 “한 기자분이 부정 기사를 썼다. ‘너희 이거 나가면 투자자가 보기에도 안 좋지 않을까?’라며 간을 봤다”며 “아니나 다를까 오전 내내 협찬을 요구하더라. 응하는 순간 기사가 바로 지워지더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느 정도 인지도 있으면서 직원 50명을 넘기며 성장하는 회사가 주 타깃이라는 설명이다.

1인 N역 언론홍보만 한다는 스타트업 홍보인은 없다. 인력이 부족해 ‘1인 3역’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곳이 태반이다.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규모를 가진 몇몇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99%의 이야기다. ‘홍보인=글 쓰는 사람’이라고 여겨져 글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떠맡았다는 말은 놀랍지도 않다.

IR(투자자관계), 통관업무, 영업, 영상제작부터 심지어는 적당한 가맹점을 찾기 위해 현장 실사를 다녀왔다는 이들의 증언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들은 “홍보 이외의 업무를 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MD로 입사했다가 3개월 만에 홍보업무를 맡게 된 H씨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의 갑작스런 제안에 보도자료 쓰는 법부터 독학했다. ‘선생님’은 구글과 브런치였다.

한 달간 해외 지사로 출장을 떠났던 I씨는 24시간을 48시간처럼 썼다. 출장 국가와 한국의 시차를 고려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일하다 보니 주말을 포함해 하루 4시간 이상을 자본 날이 없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날 뻔했고 ‘이건 아니다’ 싶어 퇴사를 결심했다.

I씨는 해외 출장 도중에 대표 지인의 여행을 가이드하는 역할은 그나마 괜찮았다고 말했다. “내가 어디까지 (업무를) 해야 하는지, 영업사원인지 홍보인인지 헷갈릴 때가 자주 찾아왔다. 가장 걱정이 됐던 건 홍보 업무 외의 일을 해놓고 아웃풋(out-put)이 안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전문인 분야라면 분명 책임을 져야겠지만 독학해서 공부했는데 혹여 잘못될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퇴사하고 현재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CEO가 홍보 업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정말 일손이 부족해서다. 전자의 경우, 홍보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갑갑해진다. 홍보 담당자가 개인 돈으로 기자를 만나러 다니기 때문이다.

J씨가 그랬다. 기사에 실려야 한다는 압박은 들어오고 주변에서도 기자를 소개해줬지만 당장 점심값도 지원되질 않았다. 결국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기자미팅을 2~3개월 지속했다. 더 힘든 점은 따로 있었다. 미팅 차 외출할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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