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홍보인의 희로애락 ③] 이럴 때 슬퍼요
[스타트업 홍보인의 희로애락 ③] 이럴 때 슬퍼요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9.01.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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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취재 인력 부족한 매체부터, 내부적으론 협조 아쉬워

“스타트업 홍보를 하다 보면 잔잔한 호수에 끊임없이 작은 돌들을 계속 던지고 있는 느낌이다. 확 체감하는 반응 없이, 언젠가는 큰 물결을 일으킬 거라고 기대할 뿐이다.”
-홍보인 OOO-

[더피알=이윤주 기자]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시작하는 회사의 특성상 스타트업 홍보인들은 별별 일을 다 겪게 된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야 스타트업 홍보인의 희로애락. 1년차부터 10년차까지 다양한 업력의 홍보인이 각자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줬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A~Z로 표현한다. 

#스타트업 전문 기자와 친해졌다. 이제 좀 관계를 맺나 싶었는데, 금세 부서 이동을 했다. 1년간 기자가 네 번 바뀐 경우도 있다. 이렇게 출입기자가 계속 바뀌니 ‘커뮤니케이션 파트너’가 아닌 ‘언젠가 금방 떠날 사람’으로 여겨져 깊은 얘기를 나누기 어려워진다.

#홍보 10년차에 스타트업으로 왔다. 오전 모니터링을 할 주니어급이 없어서 아침마다 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막내가 들어오길 기다려보지만 회사는 그럴 여력이 안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몇 번이나 연락해도 한 번을 만나주지 않는 일간지 OOO 기자. IT담당이 고작 두 명이라 시간이 없다고 한다. 포털 이슈가 계속 터지면서 스타트업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단다. 스타트업 규제에 대해서는 업계 대변인처럼 나서서 기사를 열심히 쓰더니 그 흔한 단신 하나 처리 안 해주는 게 야속하다.

언론 관계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젊은 기자의 부서 이동도 잦아졌다.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애써 닦아놓은 관계가 ‘리셋’되는 허탈한 순간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나중엔 10까지 얘기할 상황에서도 5까지만 풀어놓게 된다. N씨는 언론을 향해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스타트업 전문 기자를 육성해주시길 부탁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기자에게 자사 서비스 자체를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플랫폼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O씨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업종 자체가 특이해서 설명하기 어렵다”며 “제가 만나본 40~50대 기자분 중에는 플랫폼의 개념 자체를 아예 모르는 분도 있다. 하물며 ‘반응형 웹’(다양한 화면비율의 기기로 진입해도 자동으로 화면 크기가 변환되는 웹페이지)도 낯선 분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특히 다른 부서에서 넘어온 기자라면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한다”고.

그 흔한 웹사이트 하나 없는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난감하다. 콜드메일을 몇 백건 보내고 답이 안 와도 계속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을 P씨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데서 문득문득 찾아오는 불안감과 회의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언론사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전문지가 아닌 종합지라면 포털과 통신 등 IT업계를 다루는 기자가 많지 않아 스타트업을 취재할 여력이 없다. 기자와 기획해서 진행한 기사가 데스크 선에서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차피 돈도 안 된다’ ‘독자층을 생각하면 관심 없는 주제’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PR 밸류 회사 동료가 PR의 가치를 몰라줄 때도 정말 섭섭하다. 별거 아닌 일에는 좋아하면서 막상 큰일을 해냈을 때 몰라주면 서운함이 쌓인다. Q씨는 “홍보인은 외부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내부와 공유를 못 할 때가 많다. 마치 7남매를 키우는 아빠의 모습이다. 애들은 만날 우리랑 안 놀아준다고 한다”며 “회사규모가 작으면 몰라도 커질수록 사내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고 했다.

실제로 뉴스레터, 뉴스클리핑 등 내부 직원들을 위한 사내컴에 신경 쓰는 곳도 많다. R씨는 “자잘한 취재 요청이라도 들어오면 자료를 만들고 윗선에 항상 보고한다. 티를 내는 것”이라며 “C레벨(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이유는 그분들조차 홍보가 뭐하는 일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정 기사에 대응하는 것도 모르더라”고 속상해했다.

홍보를 잘 모르는 내부 직원과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세일즈 마케팅 부서의 직원 하나가 S씨를 찾아와 물었다. “OOO 매체는 보도자료는 한 건당 얼마야?” 이에 “무슨 소리야?”라고 반문하자 “보도자료 한 건당 얼마씩 내고 해주는 거냐고”란 질문이 돌아왔다. 욱한 S씨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내 몸 팔아서(!?) 낸다, 임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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