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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신도 ‘헤이트 스피처’일 수 있다
나도 당신도 ‘헤이트 스피처’일 수 있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1.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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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남혐 논쟁, 계층 차별 유발하는 혐오표현 확대…새로운 사회문제로

[더피알=문용필 기자] ‘사랑하니까 미워도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말의 힘으로 독침을 쏘아대는 헤이트 스피처(Hate Speecher)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낭만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한국사회를 혐오의 빛깔로 물들이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 현상을 심층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①헤이트 스피치 대두 배경
②가짜뉴스와의 결합
③언론의 역할과 문제점
④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주는 시사점

특정집단을 향한 무분별한 막말과 비난의 표현 우리사회를 분열로 이끌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을 관통한 커뮤니케이션 대표 화두를 꼽으라면 ‘혐오’를 들 수 있다. 미투(Me too) 폭로를 계기로 수면 아래 잠재해 있던 여혐·남혐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계층별로 서로에게 시위를 겨눈 케이스도 빈번했다. 학생들은 ‘급식충’(급식을 먹는 세대), 중‧장년층은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린다는 의미)이라는 비하적 표현의 대상이 됐다. 한국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지역감정도 여전했다. ‘홍어’(전라도), ‘과메기’(경상도)같은 말들이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통용되고 있다.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 집단은 혐오표현의 좋은 ‘먹이’가 되고 있다. 성소수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주도에 상륙한 예멘 난민들을 향해서도 공격적인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을 피해 살길을 찾아 나선 난민들이지만 ‘무슬림 포비아’들에 의해 ‘테러리스트’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같은 혐오의 감정과 표현 문제는 2019년 새해에도 진행형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가벼운 언행도 차별과 분노의 여론을 조장하는 데 일조한다. 일례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연말 당이 주최한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분들도 많다.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는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또 손혜원 의원은 ‘청와대의 민간 기업 외압설’을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겨냥해 최근 “나쁜 머리를 쓰며 위인인 척 위장했다. 순진한 표정으로 청산유수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저격해 논란을 키웠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즉 혐오표현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7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별에 기반한 혐오표현에 대해 응답자의 80.7%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녀’나 ‘한남충’ 같은 성별 혐오표현에 관해서는 36.5%가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39.1%는 ‘들어봤고 대략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성별 혐오표현이 퍼져있다는 뜻이다.

‘김치녀’ ‘한남충’에 대한 혐오표현 인지도 (단위: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혐오표현들이 등장하는 기저에는 가해집단의 비뚤어진 심리상태가 자리 잡고 있다. 미디어 심리 전문가인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혐오표현이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권력욕과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혐오발언을 하는 이들은 자신이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한다. 이를 소속감으로 보상받고 있는 것”이라며 “위협에 실제적으로 행동하기 보다는 극단적인 언어폭력을 한다”고 봤다.

일베와 워마드로 드러난 혐오의식

혐오표현은 단순한 언어폭력 이상의 데미지를 상대집단에게 안겨준다는 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장애인(58.8%)과 이주민(56.0%), 성소수자(49.3%) 같은 집단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피해를 입은 소수자 집단은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일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배제돼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고, 지속적인 긴장 상태나 무력감에 빠지거나 자존감 손상으로 인한 자살충동, 우울증, 공황발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혐오표현의 주된 유통 경로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해진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언론중재위원회 정기세미나에서 온라인상의 혐오표현에 대해 “불특정 다수에게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전파되며 출판물처럼 영구히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중심에는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와 워마드 같은 극단 성향의 커뮤니티들이 위치해있다. 명백한 범죄에 해당되는 게시물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 일쑤다.

일베의 경우, 이른바 ‘여친 인증 샷’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 8월에는 70대 여성의 나체사진을 올린 ‘박카스남’ 사건으로 여론의 공분을 샀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40대 공무원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이에 앞서 워마드에는 지난 5월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사진이 게재돼 파문이 일었다. 피의자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마치 다른 곳을 바라보는 쌍둥이처럼 두 커뮤니티는 상대 성별에 대한 혐오게시물들을 토해내고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보고서

일베와 워마드는 극단적인 케이스 아니냐고? 수위는 달라도 포털 뉴스 댓글과 각종 커뮤니티에는 특정집단에 대한 혐오표현들이 공공연하게 올라오고 있다. ‘한국남자(혹은 여자)들은 OO하다’며 싸잡아 매도하는 주장들은 기본이다. 백인은 추켜세우면서 흑인이나 동남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표현도 흔히 볼 수 있다. 동성애자들을 모두 ‘에이즈 보균자’ 취급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말은 ‘신조어’일지 몰라도 한국사회의 혐오 역사는 생각보다 뿌리 깊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가 되면서 제도적·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남녀차별의식이나 단일민족 신화를 통한 타민족 차별의식이 암묵적으로 존재해왔다. 그런 것들이 (지금에 와서) 민낯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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